초심자의 행운
1. 앞의 3종은 이젠 더 이상 좋아질 수는 없으니. 금요일부터 시작된 4종,
얼굴과 배가 빵순이가 되어가도 계속 먹고 마시기.
2. 말로는 이미지 트레이닝이지만 수다 떨며 느긋하게 놀기,
가끔 코스지도를 보고 머리 속에 입력시키기.
3. 완주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눈꼽 만큼도 생각지 않고
그저 꼴찌 탈출만을 생각하며 레이스 운영 전략을 짜서 그대로 머리와 몸과 마음에 입력시키기.
4. 각자의 완주 목표시간을 적어놓고 분위가 업 시키는 성희씨 덕분에,
2,8,5에 15시간 +,-30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만빵.
5. 그전의 준비 과정은 아실 테니 생략.
대회 당일
시작 30분 전에 성희씨와 포옹을 하며 새삼스레 눈이 뜨거워진다. 내가 마침내 도전을 하는구나. 두려움은 없다.
그저 내 자신이 대견하다. 바로 냉정해지고 오히려 처음 한다며 두려워하는 여자 도전자를 위로하고 있다.
물이 뜨겁든 따듯하든 당연히 슈트 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저 뚜르륵 소리만 의지하며 열심히 저어나갔다. 첫 랩을 돌고 걸어 나오다 파도에 휩쓸려 넘어진다.
마실 물도 있네! 좋다!! 두번째도 해안가 왼쪽으로 들어갔음 좀더 빨랐을까?
샤워하고 슈트의 모래까지 털어내며 언덕을 가볍게 뛰어갔다. 바꿈터 시간은 경험양과 반비례 하나보다.
나보다 늦게 나온 사람들도 다 나갔는데, 난 아직도 땀과 물 때문에 잘 안발라지는 썬크림과 씨름을 한다.
할 수 없다. 그 와중에 피영수 선배님과 인사를 한다.
잔차 끌고 나간다. 초반언덕 예상했으나 이리도 길 줄이야! 여러 클럽 분들의 응원으로 힘을 짜낸다.
처음이라 힘든거니 좀만 있음 괜찮아질 거라며 나를 달랜다.
얼마쯤 가니 페이스도 올라오고 코스도 좋아진다.
자전거 전략은 매 45K마다 두 시간 안에 들어가기. 난이도는 1,1,3,2. 힘 배분도 여기에 맞게.
해보니 두번째 90K 까지가 쉽지 않다. 그 와중에 멀리 백록담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도 하고
맡겨놓은 죽과 포도 먹을 생각에 밟기만 계속. 첫 1/4에서 잘해서 하프까진 그럭저럭 4시간에 잘 왔다.
젤 어려운 3/4코스! 담에 있을 낙타등 코스를 위해 돈내코 언덕은 첨부터 타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넘 일찍 내렸나 보다. 끌고 가다 부산클럽에서 콜라 얻어 마시고 어디가 끝인지 물었다.
좀 가니 주완고문이 양손에 물들고 내려오고 있다. 반가웠다. 얘기하며 열심히 먹으며 올라가니
우리클럽 응원단이 있네. 좋았다. 앞으로의 코스가 더 어렵다며 안스러워하는 눈길에
낙타등 잘 할 수 있다며 올라타고 나갔다.
여기가 잔차 코스의 백미라고 하니 마음을 굳게 먹고, 내려갈 때는 앞바퀴 큰 기어를 사용하며 쉬지 않고 밟았다.
잔잔한 언덕이 많았던 첫 1/4에서 연습해놓아서 그런지 잘 넘어간다. 130K 까진 계속이니 무조건 돌렸다.
130이 넘어서 나오는 저게 마지막 일거야 하며 넘어가면 언덕이 또 나오는게 계속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계속 내리막 쭉~ 됐다. 해냈다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135K에서 쉬고. 시간이 초과 됐지만 예비 30분이 있었으니 하며 남은 1/4을 준비한다.
이거 또한 만만치 않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온다.
쉴 때 마다 허리과 손목 돌리고 해서 아직까진 나쁘진 않은데. 두 시간만 더 견디자 하며 나갔다.
153에서 163 구간엔 진짜 바닥까지 다녀온 것 같다. 앞 바퀴가 펑크 난건 아닌지 봐달라고
옆 선수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한적한 막바지 언덕에선 살짝 밀어달라고 창원 써포터 분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젠 비슷한 실력자들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는 체도 하고
300짜리 잔차가 100짜리 내 것 만도 못하냐면서 소금도 뿌려가며 언덕을 올라가기도 했다.
저기 조금 앞에 일철의 유니폼이 보인다. 열심히 가보니 동수씨네.
벌써 잡히면 어떻하냐고 했지만 솔직히 무척 반가웠다.
허리가 아파서 먼저 가라고 했지만 165 마지막 보급소에서 함께 쉬고 있는데 주환선배 오신다.
아직 한 시간 이나 남았고 단 15K 뿐이라며 함께 달려나갔다.
그 동안의 고독했던 레이스가 끝나고 함께 적성에 라이딩 가는 분위기였다.
동수씨의 넉넉한 웃음과 주환선배의 배려는 마지막 피로를 싹 날려주어 30 분만에 끝낸 것 같다.
함께 나란히 5시경에 골인.
바꿈터에서 옷갈아 입고 썬크림을 바르지만 역시 땀 때문에 애를 먹는다.
곧 해는 질거야. 위안하며 나와서 파워젤과 쿠키를 먹고 주환선배와 함께 뛰어나간다.
동수씨는 벌써 나갔네.
5시부터 런을 할거여서 태양열은 한 시간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석양이 죽여준다.
이렇게 뜨거운데 어떻게 벌써 두 바퀴나 달렸을까? 성희가 진짜 대견하다.
긴 팔 입어서 얼음 껴안고 있는 타잔 만나고 부터 대회 참가자들을 계속 만나니 넘 좋다.
이젠 혼자 하는 레이스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몇 시간만 견디면 된다고 느긋한 생각도 든다.
찬물에 빠지면 계속 그럴 것을 알기에 첨부터 물 한잔만 마시고 지나갔다.
처음 반환점이 하도 안 나와서 옆 사람에 묻으니 겁나게 더 멀리 가야 한다고 한다.
하기야 잔차 타고 들어올 때 보니 생각보다 길긴 했었다.
반환점 돌고는 해가 뒤로 가고 두 번째에서는 이런저런 생각하며,
강한 정신력과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오늘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음을 감사하며 기도했다.
세번째는 백준현선배, 임진영씨와 함께 많이 걷고 조금 뛰고를 반복하며,
9월부터는 무엇을 할까 얘기하며 어느새 피니쉬 라인에 다왔다.
50 미터 남겨두고 흩어져 각자 알아서 뛰어들어왔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젠 진짜 끝이구나 하며 해냈다는 기쁨에 한껏 웃음지었다.
들어와선 빵과 수프를 두 그릇이나 먹고, 링겔도 맞고 맛사지도 받고 남들 하는 것은 다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몸이 심하게 힘들진 않은 것 같다.
경기 중에 고통은 없었다. 힘든것은 당연한거니 했다. 아무래도 그 쪽 부분 신경을 마비시켜 놓았나보다.
아이언맨 경기 중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함께 했던 마지막 15K 라이딩인것 같다.
경기 이후를 얘기하며 함께 걷고 뛰고 했던 마지막 런도 좋았다. 클럽의 따뜻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하는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특이한 기가 발휘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초심자의 행운을 꽉 잡은 것 같다.
뜨거운 날에 더 뜨거운 마음으로 애 많이 써주신 써포터 분들께 감사 드리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많은 배려를 쏟아준 우리 용띠 친구들 주완고문과 주동은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많은 얘기를 나누며 더 친해지고 공통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성희씨에게도 감사하고,
내자신 보다 나를 더 믿어주고 격려와 배려를 퍼부어주신 말톤존선배, 에어선배께 스페셜 탱큐를 드립니다.
훈복 선배님! 선배님 특유의 그 여유와 웃음으로 어서 떨치고 일어나세요.
다음 경기가 채 1년도 안 남았어요. 며칠 빠지네요 ㅎㅎㅎ.
첫댓글 철녀로 환생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첫 완주가 주는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고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열심히 한다면 등수는 문제 없을겁니다. 내년에는 하와이에 욕심도 내시고 ....유니스에 진화는 계속된다.
언니~~ 국내 여자 출전자는 54명이었지만 완주자는 31명뿐이네요.. 정말 대단한 은파언니~~ 한번도 완주를 의심해본 적은 없지만 멋지게 완주하심을 축하드려요...
런에서 집히는 줄 알고 뜨악 했시유^^^완주 왕 축하해요~~~ 곧 제2의 이성희가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고~~~그러다 보면 잡힐 날 도 가까워 지고 있단 얘긴데...이럴땐 소리없이 잠적한 듀당님이 그립기도 하고...아!~~ 어찌할꼬~~~
우리클럽의 또한나의 경사구요. 우리 대한민국 여성의 표상으로 다시 태어나신것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다음분은 함인숙씨잉가요? 은구슬인가? 그럼 일산클럽의 여성 트로이카가 결성되겟네요,,,
축하드립니다..당연히 포기란 없습니다. 너무 더웠던 이곳 파주의 날씨를 보며 얼마나 제주는 더울까 생각을 하며 한분씩 한분씩 함께 제주에서 동반주를 하는 상상을 하며 유니스님의 생각을 했습니다. 유니스님도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한다면 하는...^^ 우리클럽의 여성들의 그 뜨거운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상처뿐인(다리에^^) 영광이라 하지만 진정한 철인이 되셨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뒷풀이 기다립니다~~
왕추카추카 이제 진정한 철녀로 등극하셧군요 수고많이하셧구 회복잘하세요
누나 축하해요^^ 치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모습에 제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걍 밀어부치는 스타일이라..ㅠㅠ 같이 운동하고 시합하고 부대낀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출발전 감격에 겨워 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멋있는 철녀로 거듭나시기를....^^
어찌 행운이라 표현하시는지 유니스가 이렇게 겸손할줄이야...무릎팍 가슴팍 다치고도 훈련에 임하던 열정의 결과지...철인 등극 축하드립니다
넘 추카드립니다.정말 행운이 아니지요! 대단한 열정을 모두에게 보여준 유니스누님 이 기운이 앞으로도 쭈~욱 화이팅!!!!!!!
유니스~~~~~~ 너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부럽습니다. 진정 철녀 이십니다. 대한민국에서 30명 안에 들어가는 철녀 맞습니다. 이제 못할것이 무엇입니까? 대단한 철녀 한분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철인되심을 왕추카 ~~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준비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당신 !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
여러가지 조언들 넘 고마웠습니다, 훌륭하시구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잦은 부상으로 준비도 안된상태에서 출전한 대회라 내심 걱정도 했는데 타고난 기질로 그 힘겨운 고통을 즐기셨네요..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진정한 철녀에 등극하셨으니 이제 더 높은곳을 향해 비상하는일만 남으셨네요..힘~~
뭐라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대단하다는것 외에는... 축하드리며 여유롭게 3종을 생활화 하시길...
행운이라뇨? 본인의 노력의 결과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가능성이 보입니다. 유니스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철인이 되셨군요!훌륭하십니다!대단하십니다!마음껏 여유롭게 쉬면서 완주의기쁨을 오래도록 누리세요! 부라보!!
철인 등극을 축하합니다. 욕심없이 오버하지않고 계획되로 차분히 대회운영을 참잘 하였군요.일단 맛은 보았으니 앞으로 승승장구 할일만 남았군요.우리일산클럽에 또한분의 걸출한 철녀탄생이 멀지않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