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너그러운 엄마의 스웨터 자락 같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혼자서 조용히 가을 길을 걸어봅니다.
이즈음의 산책길에서 만나지는 친구들이라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쉴새없이 낭창거리는 코스모스와 억새와 갈대지요. 올망졸망한 모양과 화려한 색감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봄의 그것과는 달리, 가을은 뭔가 원색에서 물이 한 번 빠진 듯한 수수함과 여백, 그리고 잔잔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라 좋습니다.
그래서 자연보다 더 뛰어난 힐링의 소재는 없다고 하는 걸까요?
오늘은 가까이에 두고 보기만 해도 여유로움과 마음의 안정을 주어 당신의 마음을 힐링해 주는 초록 친구 넉줄 고사리(Davallia mariesii)를 소개합니다.
사시사철 푸르른 커다란 잎.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겠다는 자유인의 의지가 시원스레 사방으로 퍼져나간 씩씩한 모습에서 느껴집니다.
키우기도 아주 쉬운 편이어서 어떤 조건에서든지 쉽게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퍼져나가는 마력의 소유자.
집안으로 들어온 바람과 한 몸을 이루어 흔들흔들 거릴 때의 부드러운 잎들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지만,
녀석만이 가진 뿌리줄기의 그로데스크한 매력은 처음 보는 사람의 경우 '징그럽다'거나 '괴기스럽다'는 인상을 풍겨 그리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무시무시한 타란툴라의 다리 같기도 하고 게 여러 마리가 엉켜있는 것 같기도 한 동물의 신체부위를 닮은 모양 때문에 영어 이름은 'White Rabbit's Foot Fern'.
하지만 딱딱하고 메마른 듯한 뿌리줄기에서 하나 둘 새잎이 나오는 신기함은 다른 초록이들을 키울 때와는 다른 특별한 즐거움을 주지요. 잎에 못지않게 뿌리줄기의 멋을 감상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화분에 심을 때는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밖으로 드러나도록 연출해서 심는 게 보기 좋아요. 실제로 키우다보면 어느 순간 '신비롭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어떤 사람은 잎보다 이 뿌리줄기의 모습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녀석을 키우기도 한답니다.
위 사진 속의 주인공은 넉줄 고사리의 개량종인 묘이 고사리입니다.
이 녀석의 뿌리줄기 모양이 고양이 발을 닮았다고 해서 고양이 발톱 고사리라는 유통명이 있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에 자꾸만 만져보다가 가끔은 "냐옹아~."하고 부르면서 악수를 청하기도 한답니다.
한바탕 시원스레 물을 뿌려주고 난 뒤 고사리들의 잎을 보면 마음이 금세 말갛게 씻겨진 걸 느낄 수가 있어요.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들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느 보석보다 더 귀하게 느껴지고 그걸 바라보는 마음속에선 새롭고 맑은 에너지가 퐁,퐁,퐁 샘솟는 걸 알게 되지요.
수많은 물방울을 매단 잎사귀 위로 밝은 햇빛이 내리쬘라 치면 보석은 더 영롱해지고 방금 전까지 내 가슴을 억누르던 일들도 왠지 잘 해결될 것 같은 작은 희망이 포로롱~하고 피어오르는 걸 느끼게 됩니다. 누구라도 말이에요.
고사리는 집안 공기 오염의 최대 적인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탁월한 공기정화식물이라는 거, 알고 계시나요? 점점 건조해지고 있는 이 계절엔 싱싱한 고사리 잎 하나 잘라 깨끗한 유리병에 여러 개 놓아두면 그린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이고 집안의 습도를 높여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움과 평안을 주는 치료 식물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큰 도움을 주는 넉줄 고사리, 꼭 한 번 키워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