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 예술의 香氣(Scent of Art)'
< The Show Must Go On ! >
'프레디 머큐리의 삶, 그리고 퀸의 음악' 은
영화 외에도 발레와 뮤지컬, 클래식 음악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고 있는 게지요.
1979년 10월 7일,
프레디 머큐리는 로열발레단이 런던 콜리세움
극장에서 열었던 갈라 공연에 출연했습니다.
로열발레단이 프레디 머큐리에게 먼저
출연해줄 것을 제안했는데요,
영국 롤링스톤지 기사에 따르면 프레디 머큐리는
발레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이 초청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퀸의 음반을 발매한 음반회사 EMI의
조셉 록우드 대표는 마침 로열발레단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었는데,
바로 조셉 록우드 본인이 프레디 머큐리의
발레에 대한 '관심'에 불을 확 붙인 덕분에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게지요.
로열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였으며 예술감독을
지내기도 한 웨인 이글링은 이 발레 갈라극
< 보헤미안 랩소디 > 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를
위해 안무해 주었습니다.
직접 노래를 부를 뿐 아니라 춤 동작도
소화하면서, 무용수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발레에 녹아들었던 프레디 머큐리,
그는 '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와
' Bohemian Rhapsody ' 의 두 곡을
불렀는데요,
록 음악과 발레의 조합이라뇨!
당시로서는 대단한 파격이었습니다만,
2천 5백 여명의 '보수적인' 로열발레단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프레디 머큐리 자신도 이 발레 공연에 아주
만족스러워했지요.
" 같은 노래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실제 공연으로
살려내서 정말 좋았어요.
제가 약간의 로큰 롤을 발레에 투입한 셈으로,
진정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발레 댄서로서는 엉망였습니다만,
다리를 아주 높이 차 올릴 수는 있었으니까요...
저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미국으로 망명한
구 소련 출신의 발레 스타로 영화 '백야'의
주인공이기도 함)는 아니었죠.
하지만 나이든 초보자 치고는 괜찮았어요.
믹 재거나 로드 스튜어트도 한 번 하는 거 보면
좋겠네요! "
이렇듯, 프레디 머큐리가 로열발레단 갈라
공연에서 큰 영감을 얻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퀸이 1984년에 발표한 'I Want To Break Free'
뮤직 비디오에서 프레디는 다시 한번 춤추지요.
이 뮤직비디오엔 2분 10초 이후 구간에 약
1분간의 발레시퀀스가 포함되었는데,
이미 프레디 머큐리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로열 발레단의 웨인 이글링이 안무를
도와줬습니다.
이 장면은 전설적인 무용가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1912년 초연)에 대한 오마주일 터,
프레디 머큐리는 '목신의 오후' 속 니진스키와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하지요.
1991년, 안타깝게도 록밴드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천재 무용수 조르주 동도 숨을 거뒀습니다.
두 사람 모두 향년 45세, 사인은 에이즈(AIDS)로
같았지요.
그렇게,
그들이 세상을 떠난 뒤인 몇년 후 1997년,
금세기 최고의 안무가이자 모던 발레의 대가
모리스 베자르는 퀸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바탕으로 < 삶을 위한 발레 - Ballet for Life >
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프레디 머큐리와 조르주 동을 다시금
발레 무대로 소환합니다.
발레의 혁명가 모리스 베자르가 다시 한번
무용 팬들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 앞으로
나선 게지요.
그는 말했습니다.
"나의 예술과 인생의 동반자 조르주 동이 죽고
얼마 뒤, 우연히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됐고, 거기서 극적인 영감이
떠올랐다."
이 발레극에는 오페라 <코지판 투테 - Cosi Fan
Tutte> 와 죽은 자를 위한 진혼 미사곡 <레퀴엠 - Requiem> 등 모짜르트의 작품 속 아리아들과
함께,
'보히미안 랩소디' 등 퀸의 노래 18곡이
배경음악으로 쓰였지요.
모리스 베자르는 "이 작품은 젊어서 죽은 천재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추모 헌사다. 모짜르트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가 35세에 요절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상은 1997년 타계한 이탈리아의
톱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가 맡았지요.)
조르주 동은 베자르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
(Principal)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무용수이자
베자르의 동성 연인이었습니다.
조르주 동은 한국에서 공연한 적은 없지만,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대표작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Les Uns et les Autres > 속 피날레
'볼레로(Bolero)' 시퀀스에 출연했던 유명 댄서
였지요.
모리스 베자르는 예술 혼의 파트너 조르주가
죽고 난 직후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스위스 몽튀르에 자리한 그의 별장은
‘산의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있고 멀리 호수가
보이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하죠.
마침 그 당시는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후
만들어진 퀸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발매된
때였습니다.
'메이드 인 헤븐(Made in Heaven)'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그 음반 사진을 보고 있던 베자르,
그는 사진 속 풍경이 놀랍게도 바로 자신의
별장에서 바라다보이는 전경이라는 것을
발견했지요.
프레디 머큐리 또한 말년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합니다만,
이토록 기막힌 우연의 일치는 그에게 운명적
전율과 강렬한 영감을 주었죠.
모리스 베자르는 그 자리에서 음반 속지를 모두
읽고 프레디와 그의 삶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모리스는 오로지 퀸의 음악만을 들으며
한 해를 보내게 되지요.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맞이하는 죽음’에 관한
발레 작품을 구상하게 됩니다.
배경 음악으로는 퀸의 음악 사이사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콜라주했지요.
서른 다섯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프레디와
조르주보다 10년 먼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의
음악을 사용하며,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리는 이 드라마 발레의 제목을
모리스는 역설적이게도 < 삶을 위한 발레 -
Ballet for Life > 라고 정했지요.
프랑스어 원 제목은,
'프레스비테르는 그 매력을 전혀 잃지 않았다.
정원도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고'
(Le Presbytere n'a rien perdu de son
charme, ni le jardinde son eclat)로 자못
길었습니다만...
별 의미없어 보이는 이 구절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끼리 무슨 은어인양 주고 받던 말인데,
'무의미한 제목'을 찾던 모리스 베자르가
가스통 르루의 < 오페라의 유령 > 을 읽다가
찾아낸 구절이었다고 하지요.
'이른 나이에 죽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작품'
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 삶을 위한 발레 >는,
어둠을 물리치고 빛과 함께 일어나는 무대로
시작하며,
퀸의 노래 ‘아름다운 날이야’(It’s a Beautiful
Day)와 함께 밝아옵니다.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퀸과
모차르트의 향연...
강렬한 음악에서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서정적인 선율에서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프레디와 조르주의 삶이 무대 위에 펼쳐지죠.
그들의 죽음은 록과 발레의 만남, 곧 아름다움과
소멸로 이어지고, 삶으로 다시 살아나 춤춥니다.
이 작품에는 프레디 머큐리 역의 무용수가
등장해 춤을 추다가,
피날레 부분에서는 조르주 동의 생전 공연
모습이 영상으로 그려지지요.
이 영상이 상영될 때 무대 양쪽 옆에는
발레단원들이 늘어서서 조르주 동이 춤추는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봅니다.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오페라틱한
음성이 절규하듯이 흐르지요.
"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 해!)
웃으며 현실을 마주하겠어
바로 이 쇼에서 내 모습을 찾게 될거야
쇼는 계속되어야만 해! "
프레디 머큐리와 그룹 퀸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발레는 이뿐만이 아니지요.
한국의 무용가 제임스 전이 안무한 록 발레
< Being- 현존 > 역시 퀸의 음악을 사용했습니다.
청바지에 록 음악이 등장하는 발레라니,
초연이 1995년이었으니 정말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었지요.
영국 국립발레단도 < 보헤미안 랩소디 > 로
파드 되(2인무)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제임스 스트리터는
얘기했지요.
"모두가 프레디 머큐리가 영원히 살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그가 음악을 통해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은 계속 공연되고
있습니다.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엔딩 크레딧에
울려 퍼지는 프레디의 마지막 노래처럼,
'예술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 이지요.
어쩌면 모리스 베자르는 프레디와 조르주의
안식과 함께 우리의 삶까지 응원하기 위해
이 ‘발레 레퀴엠’을 안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여,
우리 또한 ‘계속되어야만 하는’ 자신들의 삶도
오롯이 돌아볼 수 있게 된 게지요...
- 李 忠 植 -
1. 프레디 머큐리와 로열발레단 공연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발레극
https://youtu.be/eq-wDqpXuO0
2. 퀸의 ' 보헤미안 랩소디 '모던 발레 재해석
버전
- Queen's 'Bohemian Rhapsody
Reinterpreted' (Full Performance)
: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English National
Ballet) - 수석 발레리나 에리나 타카하시
(Erina Takahashi)와 발레리노 제임스 포밧
(James Forbat)의 파드 되(Pas de deux
: 2인무),
제임스 스트리터(James Streeter)의 안무
https://youtu.be/W9cA9Z4bNzk
3. 퀸(Queen)의 ' I Want To Break Free '
https://youtu.be/f4Mc-NYPHaQ
4. 퀸(Queen)의
'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
- 프레디 머큐리의 댄싱
https://youtu.be/wu1fhOT77sY
5. 퀸(Queen)의 ' The Show Must Go On '
: http://www.youtube.com/watch?v
=t99KH0TR-J4&list=RDt99KH0TR-J4
6.<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엔딩 크레딧
- 'Don't Stop Me Now' &
'The Show Must Go On '
https://youtu.be/3rcTCqSrrRE
첫댓글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의
제임스 스트리터가 안무한,
6분에 걸쳐 펼쳐지는 모던발레
'보헤미안 랩소디 파드되'...
자못 격정적인 춤사위의
감동으로 울려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