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문화원 한효석 원장
조삼모사로 원숭이를 어리석다고 조롱하지 마세요.
"원숭이는 자기가 먹고 싶은대로 먹을 권리가 있는데,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조삼모사라는 말로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서
원숭이를 조롱해왔다. 아침에 3개를 먹던, 4개를 먹던 그것은 원숭이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아닌가? 원숭이는 자기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3개줄까? 4개 줄까? 하는 것이 더 우습다."
한 여름의 무더위에 아스팥트가 후끈 거리는 오후에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에 있는 담쟁이문화원(원장 한효석)을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찾았다.
담쟁이문화원을 방문한 것은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몇번에 걸쳐서 방문해서인지, 오늘은 담쟁이문화원 입구에서부터
문화원 특유의 분위기와 2층을 향한 계단의 깔끔한 변화도 한눈에 알아보겠다.
<담쟁이문화원 2층 카페의 허니브레드와 차들>
<담쟁이문화원 유리벽에 인쇄 된 담쟁이 시가 재미있다.>
2층 카페의 단골메뉴인 허니브레드의 달콤함과 쫀득임이 아메리카노 커피와 입안에서 오물오물 섞여지는 환상적인 맛에
심취하고 있을 때, 동행한 동아리 회원들은 한효석 원장을 향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담쟁이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효석 원장은 부천에서 고등학교 국어교사 를 하다가 안골보리밥을 10여년 간 운영하였었으며,
지금은 삼정동에서 담쟁이문화원을 운영한다.
담쟁이문화원을 몇번 방문하였지만, 올 때마다 2층 카페에서 이것저것 메뉴를 주문하여 먹기를 좋아한다. 문화비 후원은 못해도 카페 매상은 올려야 할 것 같아서이다. 흐흐
내가 한효석 원장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약8년전쯤, 지인의 추천으로 안골보리밥에서 해물전에 막걸리를 한상차려놓고 마주 앉았었다. 마주앉은 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때 첫인상은 수수하면서도 깐깐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첫대면에 작은 수첩하나 불쑥 내밀고는 집에 오는 길에 두고두고 부끄러웠다. 만나면 방어막이 해제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연체동물이 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 내게는 그런 분인것 같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고 그리고 솔직한 그 말들...
오늘도 준비한 질문들이 스르르 빠져 나가면서 , 어느덧 신세한탄(?)으로 변하고 있는 나를 추스느라 겨우 정신차렸다.
부천의 정치인들을 어떻게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역의 정치인은 함께 사는 시민의식을 그대로 나타내준다는 간결한 대답을 하였다. 역시나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답이다. 우리들의 시민의식은 부끄러워하지 많고, 시의원들의 품격을 논하고 있었으니, 그들을 조롱하고 손가락질하던 내모습은 그대로 투영되어서 내게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결국 정치인과 우리는 한몸이었던 것이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개와 고양이가 한몸이어서 늘상 싸우고,화해하던 만화영화의 스토리가 생각난다.
현재 담쟁이문화원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재미없고, 상투적인 질문에 한효석 원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담쟁이문화원 공간에 들어서며,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 인지? 생각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이 행복하다."
개인의 힘으로 담쟁이문화원을 만들었으니, 재력가가 아닐진대 벌써 운영에서 적자를 만회하기는 힘들 것이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운영을 해보고 결론을 내보겠단다. 심각하지 않게, 쉽게 대답하는 한효석 원장과 함께 동행한 우리들은 크게 웃었다. 문화원의 원장 쯤 되면 지역의 문화를 위한 지속적인 발전을...뭐 이런 대답을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소탈한
그런 대답에 웃음이 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담쟁이 문화원처럼 지역에서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소사구, 원미구에도 하나씩 생길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문화공간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100명중 60명만 만족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좋다."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 속에서, 담쟁이문화원의 진화과정은 분명히 그려진다. 담쟁이문화원이 지역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동아리 일행은 1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우리는 안골보리밥집에서의 추억처럼 또 다시 해물전에 막걸리로 다시 뭉쳤다.
<담쟁이문화원 1층 식당에서 일행들과 함께 찍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