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8일
작년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올해 또 찾은 제주 올레..
못 가본 코스를 가기로 하고 12,13,14코스를 계획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이번 일정은 올레를 위해 갔다기보다는 시어머님 칠순 여행을 제주로 가게 돼 간 김에 올레를 하기로 하고 남편과 나만 2박 3일 일정으로 더 남았다. 3월 1일은 비행기표 자체도 없었고..ㅎㅎ
2월 28일 12:50 비행기로 시댁 식구들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나니 시간이 애매하다.
26일부터 3일간 운짱 역할을 한 남편은 피곤에 지친 듯..
원래는 버스를 타고 예약해둔 저지마을의 '연지곤지 민박'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신랑이 너무 피곤해한다.
신랑은 3월 2일 비즈니스 관련 미팅을 계획하고 왔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렌트를 할 계획이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논의.. 몇 만원 더 주고 렌트를 할까, 아님 버스를 탈까? 고민하는 사이 버스는 오지도 않는다. 왔다면 탓을지도 모르겠는데..
결국 렌트를 하기로 결정하고 공항의 렌트카들을 수소문해 76,000원(54시간)에 클릭 한대를 빌렸다. 신랑은 피곤하니 민박집에서 쉬고, 나는 13코스를 시작하기로. 12코스를 하기에는 시간상으로 좀 무리이고, 내일 비가 오면 숲길 위주인13코스를 못 갈듯해 13코스로일정을 잡았다. 13코스가 끝나는 지점이 우리 숙소이기도 하고..
13코스는 중산간을 지나는 길로 그야말로 제주의 산간 풍경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길이라 한다..
2:30 용수포구 절부암..
13코스 초입의 제주표착기념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일행이 귀국 시에 표착하여 첫발을 디딘 한국 천주교회사의 현장이다.
김대건 신부 일행은 이곳 해안에서 비밀리에 미사를 봉헌한 뒤, 타고 온 라파엘호가 수리되자마자 순교의 길로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박해의 칼날 아래서 천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이에 제주의 신앙 후손들은 이곳에 서려있는 하느님의 섭리와 김대건 신부의 순교정신을 길이길이 새겨두기 위해 이 기념관을 세운다.'-홈페이지 발췌
김대건 신부가 타고 온 라파엘호
제주표착기념관을 지나 마을을 거쳐 10여분 정도 가자 본격적인 13코스로 접어들었다..
복원된 밭길에 있던 농기구에 붙은 표식.
농기구가 망가진 거긴 하던데 이거 없어지면 어디에 표식을 달지?
3:05 복원된 밭길.
제주올레를 위해 제13공수 특전여단 병사들이 2009년 6월에 복원한 길이란다.
3:20 용수저수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10957년 4월 30일에 만든 저수지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새 도래지이기도 하다고.
특전사 숲길 초입..
한 사람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숲길이라고..
특전사 숲길 초입의 쉼터 의자..
특전사 숲길.. 신랑이 참 좋아할 만한 길인데.. 같이 왔음 좋았을 걸..
3:42 고목숲길 가는 길
고목숲길 가는 길
4:00
이제부터 고목나무 숲길의 시작이다.
4:14 고사리숲길 초입.
고사리숲길이라 해서 열씨미 고사리를 찾아봤건만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주는 4월이 고사리철이라 여기저기서 축제도 한다고.
4월에는 고사리가 지천이니 어디서든 캐기만 하면 된단다.
비행기값 뽑고도 남을 거라고..ㅎㅎ
4:22 하동숲길 시작
터널숲길 시작..
숲길이 참 많다.. 이름을 다 붙여논 이유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작년에 갔던 코스와 달리 입구마다 안내 표지가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거리도 나와 있어 참 편리하다.
4:30 과수원잣길 시작..
4:47 과수원잣길을 걷다 만난 감귤농장의 아주머니..
13코스 들어와서 마을주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올레꾼도 마찬가지.. 혼자 호젓이 걷는 길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니 귤을 가져가라며 따주신다. 어차피 상품성이 없으므로 다 따야 하니까 가면서 먹으라고 무지 많이 주셨다. 가방이 든든.. 못생기긴 했지만 맛은 좋다..
4:53 낙천리 아홉굿 마을.
아홉굿마을이라는 이름은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9개의 샘(굿)이 있다는 뜻이란다. 하지만 마을에 오는 손님들에게 9가지의 좋은(good) 것들이 있는 즐거운 마을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고..
아홉굿마을에는 현재 94가구 231명이 거주한다고.
농촌전통 테마마을이라 관광객도 오고 주변에 민박도 있단다.
이곳에 놓인 의자가 1,000개란다.
의마자다 이름들이 써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관계로 타이머 맞춰놓고 셀카놀이도 잠깐 즐겼다.
5:02 낙천잣길 시작
의자가 곳곳에 있어 어디서든 쉬었다 갈 수 있다.
아홉굿마을에 있던 이름 적힌 의자들이 곳곳에 쉼터로 자리잡고 있다.
5:42 낙천잣길
용선달리 시작
5:45 용선달리의 고목
5:58 뒷동산 아리랑길 초입.
저 멀리 산 밑에 보이는 것이 모두 무덤이다.잠시 공포가 엄습(?)
그런데 문제는 가도가도 무덤이 계속 있다는 점..
뒷동산 아리랑길은 무덤길이라고 보면 된다.
6시가 다 되다 보니 무덤길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6;04 저지오름 입구를 가르키는 설명
6:07 13코스에서 처음 만난 화장실..
올레꾼용 화장실은 아닌 듯하고, 묘지를찾는 사람들을 위한 화장실인 듯하다.
묘지 초입부터 10분 정도 걸렸다. 어두워질까봐 빨리 묘지길 벗어나고 싶어서 무지 빨리 걸은 덕이다. 아마도 천천히 걸었다면 15-20분 정도는 걸렸을 듯..
저지오름 가는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
저지오름 입구..
13코스에서 처음으로 올레꾼을 만났다. 저지오름에서 내려오는 두 명의 여성이다.
이 때 시간이 6:11. 정상까지 390미터인데 어두워질까봐 오를까 말까 잠시 망설여진다.
그래도 아직 해가 있으니 일단 올라가보기로..
6:26 저지오름 정상의 초소.
오름에 오르는데 15분 정도 걸렸다.. 내려가는 건 더 빠르겠지?
그런데 벌써 어둑어둑.. 안보이기 전에 내려가야 할 텐데..
저지오름에서 바라본 전경. 정상에 올랐으니 사진은 한 장 찍어둬야지
저지오름에서 내려오는 동안 하늘은 벌써 어두어져 있었다..
저지오름이 13코스의 거의 마지막이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 길이 있을지 모르니 오름을 뛰어서 내려오다시피 했다.
오름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내려가야 저지마을이 나온다..
오름 입구의 안내판에 따르면 오름 주변 숲길 1,540m를 가야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최소 10분 이상은 걸어야 하는데.. 이미 어둑어둑해져 길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걸음을 재촉해 15분여를 가자 마을 입구. 가로등이 보이니 일단 한 숨 돌리고.. 표식이 안보여도 대충 길을 따라가니 마을이 나온다.. 그나마 다행..
이날 내 옷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됐다. 오름에 오를 때부터 시간 때문에 거의 뛰다시피 한데다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기에.. 1시간 정도 러닝머신을 뛴 것처럼 옷이 온통 땀으로 흥건해졌다..
휴~~. 숲길 갈 때는 정말 시간을 잘 계산해야지..
셀카놀이 하면서 즐길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막바지에 웬 고생이람?
13코스 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