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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악기
1) 악기의 역사
악기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다.
먼 인류의 조상이 어떤 악기를 가지고 어떤 소리를 냈는지 재현은 불가능하지만 수많은 동굴 벽화와 문헌들, 그림들에서 우리는 인류가 자연물을 이용하여 신체리듬을 강화하고 의식을 빛내주기 위해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도구를 만들어서 음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즐긴다는 것은 분명 놀이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문명이 진보할수록 악기 또한 개량을 거듭하여 오늘날엔 전통적 악기만이 아니라, 전자장치에 의해 인위적으로 합성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도 생겨났으며, 컴퓨터의 발전으로 악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를 무한정 확대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2) 악기의 분류
서양음악의 악기들은 크게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건반악기, 타악기의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분류법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악기들을 모두 포괄할 순 없지만 대체로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악기를 기준으로 소리 나는 방식에 따라 이와 같은 분류가 가능하다.
여기에 전자적 수단을 통해 음을 증폭시켜 소리를 내는 전자악기도 이러한 악기 분류에 포함시킬 수 있다.
3) 악기별 음역
악기의 음역은 다양한 음색만큼이나 악기의 성격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잘 아는 피아노는 일곱 옥타브가 넘는 넓은 음역에 걸쳐 좋은 소리를 내지만 대부분의 관악기와 현악기들은 이보다 좁은 음역을 갖는다.
피아노를 기준으로 낮은 음역의 음들을 주로 내는지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내는지에 따라, 저음악기 또는 고음악기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가 관현악이나 실내악, 독주곡을 들으면 악곡 자체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악기가 바뀌는 데서 오는 재미, 즉 음색의 변화와 대조를 음미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
악기의 성질을 잘 알고 음악을 들으면 같은 음악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음높이를 갖는 악기들이 음을 주고받을 때면 사람들끼리 나누는 정겨운 대화 이상의 감흥을 즐길 수 있게 된다.
4) 현악기
현의 진동을 이용하여 소리 내는 현악기는 활로 켜는 악기와 현을 뜯어서 소리 내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같은 바이올린족은 활로 켜는 악기에 속하며, 하프나 기타, 류트 등은 손가락을 이용하여 현을 퉁겨서 소리 낸다. 특히 바이올린족의 악기들은 서양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며 오케스트라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① 바이올린(violin)
바이올린의 조상 격에 해당하는 현악기는 무수히 많다.
페르시아나 아라비아, 켈트족이나 독일, 프랑스의 옛 악기 중에는 바이올린과 유사한 형태의 현악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16세기 중반쯤 오늘날과 같이 4줄로 된 바이올린의 원리와 모습이 정착된 것으로 보이며, 오늘날 유명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명기들은 이탈리아의 브레시아와 크레모나 지방에서 아마티, 스타라디바리, 과르네리 등의 가문에서 대물림하며 제작되었다.
특히, 스트라디바리가 바이올린의 몸통 모양을 35.5cm로 만든 이후 이것이 바이올린의 표준이 되었다.
당시 제작된 악기들의 음향을 흉내 내기 위해 현대의 제작자들은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능가할만한 악기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음악에서 바이올린의 활약은 대단하다.
바이올린은 바이올린족 중에서 몸체는 가장 작지만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까지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하며 서정적인 울림부터 몰아치는 듯한 극적인 소리까지 폭넓고 화려한 음향을 낸다.
② 비올라(viola)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7/10정도 더 크며 활도 약간 굵고 무거워서 바이올린보다 부드럽고 중후한 음색을 낸다.
16세기 초 탄생한 비올라는 1535년경부터 바이올린족의 중간음역을 담당하는 악기가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비올라라는 현악기가 있었으나, 이것은 프렛이 있는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현악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비올이라 불린다.
크기에 따라 무릎 위에 혹은 무릎사이에 놓고 연주하는 비올은 ‘비올라 다 감바’, 팔로 받치고 연주하는 비올은 ‘비올라 다 브라치오’라 불렀다.
한편 비올라 다모레(viola d'amore)라고 하여 모두 14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비올라족의 악기가 17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다.
비올라의 연주법은 바이올린과 같아서 처음부터 비올라 연주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먼저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비올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비올라는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독주 악기보다는 앙상블이나 관현악에서 사용된다.
현대에 올수록 비올라를 위한 곡들이 늘기는 하지만 다른 악기에 비해 레퍼토리는 그다지 풍부하지 않아서 연주자들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등 첼로를 위해 쓰여 진 곡들을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콘체르탄테’는 이 악기의 우울하면서 젖어드는 듯한 음색을 충분히 활용한 명곡으로 바이올린과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③ 첼로(cello)
첼로의 정식 명칭은 비올론첼로(violoncello)로 관현악 악보에 vc.로 표기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비올론첼로는 작은 더블베이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턱 밑에 끼고 연주하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와는 달리 첼로는 양 무릎 사이에 끼우고 왼손으로 지판을 짚고 활을 잡은 오른손을 어깨 아래로 내려 좌우로 움직여 연주한다.
첼로는 비올라보다 각 현의 음높이가 한 옥타브씩 낮다.
첼로의 4현은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갈수록 현저히 굵어져 가장 낮은 선에서는 매우 풍부하고 부드러운 저음을 낼 수 있다.
또한 4옥타브에 걸친 넓은 음역을 갖기 때문에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소리에서 가장 거친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표현 영역이 풍부하지만 오랫동안 첼로는 더블베이스와 함께 앙상블의 저음을 보강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었다. 이것을 독주악기로서 인식하고 다양한 연주기법과 테크닉을 개발한 것은 하이든과 베토벤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첼로는 더블베이스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충후한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근접한 매력적인 악기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④ 더블베이스(double bass)
바이올린족에서 음역이 가장 낮은 더블베이스는 콘트라바스(contrabass) 또는 그냥 베이스라고도 한다.
패트릭 쥐스킨트의 소설에서도 묘사되어 있듯이 더블베이스는 나머지 현악기들이 안심하고 화려한 선율을 그려내는 데 기둥 역할을 하지만,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아니기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 푸대접 받는 악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블베이스는 의외로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으며 서정적인 선율에서 음울한 소리, 익살스러운 소리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개성적인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송어 5중주곡’,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코끼리’ 같은 작품들은 이 악기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한 예이며, 게리카 같은 더블베이스 주자는 유명한 선율들을 편곡 연주하여 더블베이스도 훌륭한 선율악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⑤ 하프(harp)
하프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프는 현의 양쪽을 삼각형에 가까운 나무 테두리에 매어놓은 형태로서 양손으로 뜯어 연주하며 음의 높이는 아래쪽과 발 페달로 조절한다.
현대의 하프는 47개의 줄과 7개의 페달로 여러 가지 변화된 음을 낼 수 있다.
하프는 화음을 동시에 울리게 하는 것보다는 현을 양손으로 차례로 훑어 펼침 화음으로 연주한다.
펼친 화음을 일컫는 ‘아르페지오’라는 용어는 하프를 가리키는 이탈리아어 ‘아르파(arpa)’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을 차례로 아래에서 위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연달아 튕기는 글리산도 주법이 하프의 전형적 연주법이다.
하프의 영롱한 울림이 잘 표현된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도입부와 비제의 ‘아를의 연인’ 중 ‘미뉴에트’,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부분을 손꼽을 만하다.
⑥ 기타(guitar)와 류트(Jute)
기타 >> 류트
하프와 함께 현을 뜯어서 연주하는 악기인 기타는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진 않지만 언제나 독주 악기로 널리 사용되어 왔고, 오늘날엔 민속 음악이나 대중음악에서 애호 받는 악기다.
전자 기타가 아닌 표준적 기타는 1800년을 전후로 보급 정착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줄 받이가 있는 지판과 여섯 줄의 나일론 현으로 되어 있다.
보케리니와 파가니니, 소르, 타레가 등이 기타의 명곡들을 많이 남겼다.
기타와는 조상이 다르지만 16~17세기에 걸쳐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 유럽에서 인기가 있던 류트는 노래를 반주하는 악기로 역사가 깊다.
류트가 기타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류트는 줄감개의 끝 부분이 직각으로 구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류트는 고음용에서 저음용까지 사이즈가 다른 여러 가지가 있다.
즉 테오르보나 키타로네부터 만돌린에 이르기까지 많은 악기들이 류트 족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며, 당시 ‘악기의 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런 류트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건반악기의 발달로 인한 것이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시대는 류트 음악의 전성기였으며 다울랜드(1563~1626)는 류트 반주로 부르는 주옥같은 노래들을 작곡하였다.
5) 목관악기
목관악기는 과거에 나무로 만들어졌던 악기로, 측면에 뚫린 작은 구멍들이 관속에 있는 공기 기둥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며, 그들이 소리를 내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플루트나 피콜로 같이 타원형의 작은 구멍으로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 내거나,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처럼 하나의 리드(reed)를 가진 마우스피스로 불거나, 오보에나 잉글리시 호른, 바순처럼 두 장의 리드를 맞붙인 마우스피스로 소리 내는 것이다.
① 플루트(flute)
‘목신의 악기’ 플루트는 목관악기 중에 가장 역사가 깊은 악기로 음색이 경쾌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다.
플루트는 훌륭하게 연주하려면 어려운 악기지만, 처음 배울 때 소리가 쉽게 나기 때문에 아마추어용 악기로 환영받고 있다.
바로크 시대는 고상한 독주악기, 20세기에 들어서는 환상적이거나 먼 과거의 이미지와 결부되는 플루트는, 고음역에서는 새소리를 연상케 하며 음을 급속하게 반복하거나 음계와 트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서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화려한 선율악기로 활약한다.
플르투 족에는 관현악 중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내는 피콜로와 알토 플루트, 베이스 플루트가 있다.
② 오보에(oboe)
오보에는 원래 ‘높은(고상한) 소리를 내는 나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목관악기 중에서 가장 소리의 높낮이가 일정하고 음색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조율할 때 오보에의 음이 기준 역할을 한다.
오보에의 음색은 플루트처럼 경쾌하지는 않아도 약간 코 막힌 소리와 따뜻하고 애상적이며 때로는 앙증맞은 소리도 내는 악기다.
특히 목관악기나 현악기와 중복할 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오보에는 두 장의 리드를 이용해 소리내기 때문에 너무 빠른 악구는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대신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부분에는 다른 어떤 악기도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보에족의 악기로는 오보에 다모레, 잉글리시 호른 등이 있다.
잉글리시 호른은 이름 때문에 금관악기인 호른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오보에와의 차이는 취구관이 아치형이라는 것과 벨 부분이 공처럼 약간 불룩하다는 것이다.
③ 클라리넷(clarinet)
클라리넷은 18세기 초 독일에서 고안된 것으로, ‘맑다’라는 뜻을 가진 악기다.
이 악기의 음은 낮은 음에서 높은 음까지, 그리고 여린 음에서 강한 음까지 넓은 음역에 걸쳐 있으며 표현력 또한 풍부하다.
특히 클라리넷의 낮은 음역인 샬뤼모 음역에서는 음색과 음량이 풍부하여 다른 악기에서는 얻지 못하는 성격의 사운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악기에 비해 역사가 짧으면서도 오케스트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플루트에 버금가는 민첩함으로 빠른 음계와 트릴, 반복음 등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 음악뿐 아니라, 집시음악, 재즈, 민속 음악에서도 바이올린 다음 가는 인기를 누린다.
클라리넷은 이조 악기로서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서는 B플랫 조와 A조 클라리넷을 사용하지만 E플랫조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바세트 호른도 사용한다.
④ 바순(bassoon)
바순은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며, 오보에처럼 두 장의 리드가 진동해서 소리를 낸다.
독일어로 파곳(Fagott)이라고도 하는 바순은 낮은 음역의 소리를 내는 만큼 관의 길이도 매우 길어 전체가 290cm에 달한다.
바순은 바로크 시대엔 관현악에서 첼로의 저음을 보강하는 역할로 많이 쓰였으며 근대로 넘어 오면서 익살스러운 표현이 강조되어 ‘오케스트라의 광대’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바순의 낮은 음역은 음량이 풍부한 반면 아주 작은 소리는 낼 수 없는 약점이 있고, 중간 음역에서 부드러운 음이 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자주 사용된다.
바순의 특성이 잘 부각된 곡으로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 B플랫 장조가 있으며,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 첫머리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가느다란 소리가 나는 바순의 특성이 부각되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바순의 동족 악기로는 음역을 한 옥타브 낮춘 콘트라 바순이 있는데, 관현악 중에서 최저음을 낸다.
⑤ 색소폰
색소폰은 일반적으로 클래식 악기보다는 재즈 악기로 인식된다.
색소폰을 발명한 아돌프 색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악기는 베이스 클라리넷의 음질을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개발되었다 한다.
목관악기 중 가장 역사가 짧으며, 1840년대에 일반에 선보였으나 파리에서 특허를 받은 이후에도 관능적 특성 때문에 한동안 악기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세기의 전환점에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동시에 가진 매혹적인 악기로 인정받게 되었다.
관악기 중에서 가장 소리내기 쉽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훈련을 필요로 하며 주로 프랑스 작곡가들이 관현악에 색소폰을 과감히 사용하였다.
색소폰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색소폰을 비롯하여 일곱 종류에 달하고 있다.
바이올린족의 악기로 현악 4중주를 연주하듯 색소폰만으로도 중주가 가능한 것은 이처럼 다양하고 음역의 폭이 넓은 악기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6) 금관악기
금관악기는 리드 없이 입술의 진동을 이용하여 관내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 내는 악기다. 즉, 연주자의 입술을 컵 모양의 마우스피스에 대고 불되 슬라이드나 밸브 등 기계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다른 음높이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들 악기의 관은 끝이 벌어져 있는데, 이 열린 부분은 벨(bell)이라 하며, 이 벨과 관 속의 공기 기둥의 모양에 따라 음색이 결정된다.
금관악기의 음높이는 일차적으로 관의 길이로 결정된다.
과거의 금관악기가 많은 음들을 낼 수 없었던 반면 근대의 악기들은 일정한 위치에서 관 속의 공기 흐름을 차단하여 관의 길이를 변화시키는 효과를 얻는 밸브의 원리가 적용되어 보다 더 미세한 음들을 낼 수 있게 되었다.
① 트럼펫(trumpet)
트럼펫은 멀리 뻗어나가는 힘찬 소리의 성격으로 인해 행진곡과 환희, 승리의 메시지를 전하는 악기다.
물론 부드러운 소리를 낼 때는 한없이 나긋나긋하다.
금관악기 중 가장 역사가 깊고 화려하고 높은 소리를 내는 트럼펫은 전쟁 때 신호나팔이나 왕이 등장할 때 울리는 팡파르 악기로 사용되다가 바로크 시대에 들어서 오케스트라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바로크 말기에는 독주악기로 각광을 받아 트럼펫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트럼펫은 관의 길이와 모양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피콜로 트럼펫, D조, C조, B플렛조 트럼펫, 코넷(cornet), 플뤼겔 호른(Flugel Horn) 등이 트럼펫 족에 포함된다.
이 중에 코넷은 트럼펫에 비해 음이 부드러워 현악기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트럼펫은 특히 약음기를 써서 밝고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재즈 연주자들은 색다른 음색을 만들어내는 여러 약음기를 시험해 왔고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러한 약음기의 사용은 빈번히 이루어진다.
② 트롬본(trombone)
트롬본은 트럼펫의 밝고 강렬한 소리에 호른의 중후함을 합친 소리를 낸다.
많은 관악기 들이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개량되었던 것에 비해 트롬본은 슬라이드가 부착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로 ‘큰 트럼펫’이라는 뜻을 가진 트롬본은 크기와 음역에 따라 알토, 테너, 베이스 트롬본으로 분류된다.
16세기에는 교회음악에서 사용되기도 했으며, 교향곡에 사용된 것은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부터다.
트롬본은 20세기 초에 밴드에서 인기 있는 악기였으나, 오늘날엔 트럼펫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적다.
트롬본의 음색은 굵고 둥글기 때문에 부드러운 화음을 구성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③ 튜바(tuba)
관현악의 울림에 부피에 무게를 더해주는 튜바는 1820년대에 만들어진 악기로 현악기의 콘트라베이스처럼 화음 구조의 최하층을 이루면서, 금관악기 중 가장 덩치가 큰 악기답게 둥글고 풍만한 음향을 낸다.
튜바가 관현악에 사용된 것은 베를리오즈의 작품 이후부터며, 바그너의 작품에도 빈번히 등장한다.
금관 5중주곡이나 현대 관현악곡에서는 가끔 독주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행진곡 작곡가인 수자는 이 악기를 행진용으로 개량하고 그의 이름을 다서 수자폰이라 불렀는데, 현대의 행진 악대는 튜바 대신 거의 이 수자폰을 사용하고 있다.
④ 호른(horn)
호른은 동물의 뿔에 구멍을 뚫어 불었던 신호용 나팔에서 비롯되었다.
금관악기 중에서 가장 먼저 오케스트라에 도입되어 항상 쌍으로 사용되어 왔다.
호른은 금관의 힘찬 연주에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잉글리시 호른과 구별하여 프렌치 호른이라고도 하며, 음색의 특성상 목관과 금관을 넘나들면서 전체의 이질적인 악기들을 둥글게 감싸 안는 역할을 한다.
밸브가 장착되기 이전의 호른은 내추럴 호른이라고 하며, 이 악기는 입술을 조절하거나 나팔구 속에 손을 넣어 여러 개의 음을 만들어냈지만 제한된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여기에 크룩이라는 별도의 장치가 생겨나고 왼손을 벨 속에 끼워 넣어 그 손으로 공기를 막음으로써 다양한 음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호른은 화성을 채워주는 역할과 금관과 목관의 음색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독주곡으로나 실내악곡으로 다양하게 쓰이는 악기다.
7) 건반악기
건반악기는 건반을 가진 악기를 말하는데, 건반에서 직접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반타악기와는 구별된다.
건반악기는 지난 200년간 악기의 제왕으로 군림한 피아노를 비롯해서 쳄발로, 클라비코드처럼 현을 울려서 소리 내는 악기들과 오르간, 하모니움, 아코디언처럼 공기 기둥을 진동시켜 소리 내는 악기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쳄발로(cembalo)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요한 건반악기였던 쳄발로는 명칭도 나라마다 달라서 영미권에서는 하프시코드로,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으로 불린다.
쳄발로는 모양은 작지만 건반이 최고 4층까지 있으며 그랜드 피아노와 비슷하다.
그러나 피아노와는 소리 내는 장치가 달라서 피아노가 현을 해머로 때려서 소리 내는 것과 달리, 쳄발로는 가죽으로 된 고리가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낸다. 이때 현을 퉁기는 힘을 건반에서 조절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리를 길게 끌 수가 없으며, 음량도 크고 작게 조절할 수가 없다.
연주자들은 짧은 울림으로 인한 소리의 빈곤감을 탈피하기 위해 같은 음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누르거나 트릴 등 장식음을 끼워 넣기도 한다.
따라서 쳄발로 음악은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같은 악곡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쳄발로는 바로크 시대 대부분의 앙상블에서 감초처럼 사용되었으며, 오르간과 함께 음악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② 클라비코드(clavichord)
12세기 후반에 생겨난 클라비코드는 쳄발로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둘 다 건반악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클라비코드는 줄을 비벼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금속 조각이 현을 건드려 소리 내게 되어 있는데, 하나의 현이 건반 조작에 따라 여러 음을 낼 수 있었으므로 쳄발로에 비해 현의 수가 적었다.
바흐는 쳄발로에 비해 소리가 더 작고 부드러운 클라비코드를 각별히 좋아해서 가족음악회에서 이 악기를 즐겨 연주했다.
③ 오르간(organ)
오르간은 이동식 오르간에서 거대한 몸체를 지닌 파이프 오르간에 이르기까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악기 중 가장 다양한 종류를 가진 악기다.
오르간은 보통 두 단 이상의 손 건반과 발 건반이 있고, 각 건반에는 음질을 조절하는 스톱(stop)이 장치되어 있다.
이 건반들은 파이프와 연결되어 있어서 건반을 누르면 바람이 이 파이프들을 통과함으로 소리를 내게 된다.
오르간은 8~9세기부터 로마 교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여 교회용 악기로 주로 쓰이지만, 바로크 시대의 풍부한 오르간 음악들은 이 악기의 표현이 얼마나 다채로운가를 보여준다.
유럽에는 교회마다 오르간이 비치되어 있고 오르가니스트야말로 성직자와 더불어 예배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바흐와 헨델은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첫 발을 내디뎠으며, 바흐는 당대에 작곡가로서의 위상보다는 탁월한 오르간 연주자로서 진가를 인정받았다.
또한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은 음이 동일한 강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오르간 포인트’나 ‘페달 포인트’라는 말이 생겨났다.
오르간 연주는 피아노 연주와 달라서 손가락의 압력을 변화시켜 음색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연주되는 파이프열의 숫자를 증감시키거나 이 건반에서 저 건반으로 옮겨 다님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④ 피아노(piano)
피아노는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의 준말로 독일에서는 클라비어(Klavier)라 한다.
한동안 클라비어는 클라비코드와 쳄발로, 오르간 등 모든 건반악기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평균율 피아노 곡집’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올바른 표기라고 할 수는 없다.
작곡된 당시엔 아직 피아노라는 악기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엔 해머클라비어를 발전시킨 그랜드형과 업라이트형 두 종류만을 피아노라 부르는데, 피아노는 여타 건반악기와 달리 해머가 현을 두드려 소리 내며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의 셈여림의 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량이 풍부하고 여운이 길며 화성과 선율악기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독주와 반주용으로 피아노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피아노에 달린 건반은 88개로 7옥타브에 걸쳐 있다.
속삭이는 듯한 희미한 소리로부터 힘찬 울림까지 낼 수 있는 피아노는 다른 어떤 독주악기보다도 많은 수의 작품을 통해 악기의 진가를 발휘한다.
8) 타악기
타악기는 어떤 물체를 다른 물체와 맞부딪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어떤 물체든 서로 부딪치면 소리를 내기 때문에 타악기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타악기들은 대부분 손에 채를 쥐고서 두들기거나 해머를 사용하지만, 어떤 악기들은 단지 흔들거나 문질러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영혼을 위한 본능의 악기라 할 수 있는 타악기는 음높이 조절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음높이 조절이 되는 타악기로는 팀파니와 실로폰, 마림바, 첼레스타. 차임, 글로켄슈필 등이 있으며, 음높이 조절이 되지 않는 것으로는 스네어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큰북, 탐탐(공), 탬버린 등 무수히 많다.
① 팀파니(timpani)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악기인 팀파니는 가마솥 모양의 반구에 송아지 가죽이나 그것을 대신하는 플라스틱을 덮어 6~8개의 나사로 조임으로써 음 조절을 한다.
일반적으로 연주할 때는 2~3개를 세트로 사용하는데, 각각의 악기는 서로 다른 음높이로 조율되며 연주 도중에 음높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가 포르티시모로 연주할 때 전체 음량의 90%가 팀파니 소리라 할 정도로 강력한 음량을 갖고 있으며, 트레몰로로 음량을 커지게 하거나 아주 작아지게 하는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음향을 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② 건반 타악기
실로폰(xylophone) >> 마림바(marimba) >> 글로켄슈필(Glockenspiel) >> 비브라폰(vibraphone) >> 벨(bell)
실로폰(xylophone)과 마림바(marimba), 글로켄슈필(Glockenspiel), 비브라폰(vibraphone), 벨(bell)은 피아노 건반처럼 음판들을 배열하여 만들어진 악기들로 다양한 음높이를 낼 수 있는 타악기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재질과 소리 내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실로폰은 두께를 달리해 조율된 단단한 나무 막대 음판들을 피아노 건반과 같은 방식으로 배열하고 그 음판 아래에 금속 공명판을 부착한 것이다.
보통은 두 개의 채로 연주하지만 여러 성부를 연주할 때는 양손에 채를 두 개씩 들고 연주하기도 한다.
실로폰은 같은 건반을 빠르게 두드리는 롤(roll) 주법을 제외하고는 소리를 오래 끌 수 없기 때문에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보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실로폰의 일종인 마림바는 실로폰 보다 한 옥타브 낮게 조율되고 연한 채로 두드리기 때문에 부드러운 음을 내며 포근하고 표정적이어서 독주 선율에 적합하다.
글로켄슈필은 30개의 강철조각을 크기별로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배열하였는데, 철 건반을 펠트 위에 놓아 그 진동이 지속되고 여운이 남는다.
글로켄슈필의 음은 맑고 은빛소리를 내며 마치 작은 종소리처럼 들린다.
비브라폰은 글로켄슈필에 전기 모터를 설치하고 약음 장치를 부착한 악기로서 비브라토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벨은 차임(chime)이라고도 하며, 교회 종소리를 오케스트라에 사용해 보려는 의도에서 제작된 악기로, 길이가 다른 18개의 금속관을 배열하여 큰 틀에 매달아 놓은 형태로 맑고 여운이 긴 소리를 낸다.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와 비슷한 모양을 한 첼레스타(celesta)는 건반악기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으나, 소리를 내는 매커니즘은 글로켄슈필과 비슷하여 타악기에 포함된다.
첼레스타의 음색은 찰찰거리는 방울소리를 내며 글로켄슈필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소리를 낸다.
9) 무율악기
작은북(스네어 드럼) >> 큰북 >> 심벌즈 >> 탐탐(tom-tom) >> 캐스터네츠 >> 트라이앵글
음높이를 조절할 수 없이 있는 그대로 소리 나는 타악기를 가리켜 무율악기라 한다.
작은북(스네어 드럼)과 큰북 등 일체의 북 종류와, 탄성을 가진 나무나 금속을 두드려서 소리 내는 심벌즈, 탐탐(tom-tom),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등은 천연적 소재를 사용하고, 그 소재의 형태를 바꾸는 가공성이 약하기 때문에 가장 자연적인 소리를 낸다.
건반 타악기를 제외한 이러한 타악기들은 음높이 변화의 폭이 좁고, 북의 경우는 많은 배음을 갖고 있어서 음높이 변화를 주어도 거의 비슷한 음으로 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악기들은 주로 리듬악기로서 반복적인 리듬 형태를 주된 연주기법으로 하게 마련이며 이러한 주법을 통해 일종의 주술적인 효과와 의식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타악기는 리듬을 강조하고 클라이맥스 부분을 고조시키는 데 사용되어 왔지만 20세기 전까지는 팀파니를 제외하면 관현악에서 폭넓게 사용되지 못하였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작곡가들은 타악기의 개성 있는 음색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대중 음악가들도 비서구권의 다양한 타악기들은 그들의 표현 영역을 확대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서의 타악기 활용도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에서 이루어지는 타악기 사용의 정교한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 전자악기
전자오르간 >> 옹드 마르트노(Ondes Martenot) >> 신디사이저(synthesizer)
오케스트라 그룹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오늘날 전자적인 장치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악기의 발전은 음악의 흐름까지도 바꿔놓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전자악기는 1904년에 고안되었지만 음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1950년 이후부터다.
대중음악에서는 전자악기들이 전통적인 악기보다 더 애용되고 있으며, 클래식 작곡가들도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쿠스틱한 소리보다 인위적으로 합성되고 변조된 소리들을 추구하게 되었다.
전자악기는 전통악기를 보강하는 데 사용되는 테이프(녹음기)와 전자장치를 통해 소리를 내는 악기를 포함한다. 이런 악기들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빛나는 축적의 결과이긴 하지만 현재도 계속 발전 단계에 있다.
전자악기로는 전자적으로 음을 증폭시키고 변조시키는 기계장치로 소리를 내는 전자기타 같은 악기들과 해먼드 오르간과 옹드 마르트노(Ondes Martenot), 신디사이저(synthesizer) 같이 전자적으로 자체에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포함된다.
오늘날은 컴퓨터에 의해 모든 소리를 분석하고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미디(MIDI :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를 통한 작곡과 연주가 보편화되어 작곡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기능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만능 연주자가 되는 시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