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결혼, 후 연애
쉰한 살의 나이에 엄마는 내 친정엄마가 되셨다. 그리고 나는 곧 딸의 친정엄마가 되려한다.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에 이상하리만큼 난 지극히 덤덤하다. 마냥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니 남의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여하튼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올해 초 소개팅으로 만난 사위, 만나는 첫날부터 호감을 가지더니 며칠 안가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결혼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30년 전에 우리처럼 말이다.
3 0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4개월하고도 10일이 걸렸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은 것처럼 쏜살같이 만남에서 결혼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귀신에 홀린 것마냥 정신을 차려보니 예식 당일 신부입장의 그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이끄는 손을 잡고 눈물 훔치며 들어갔던 내가 사위를 보게 되는 나이가 됐다니 감개무량이 아닐 수 없다.
“선 결혼, 후 연애”
딸은 엄마의 자취를 쫓는다 했던가?
딸은 사위와 만나지 9개월 만에 결혼을 한다. 난 상견례 하기까지, 아니 하고 나서도
“이 결혼 후회하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아니면 안 해도 된다.”
몇 번이고 물었고 못내 “NO!" 라고 얘기를 해주길 바라는 순간이 솔직히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없던 계획에다가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 말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사위의 반듯한 모습을 보고, 그 후 사돈될 분을 뵙고 난 후 더 믿음이 갔다. 사위는 내 딸의 성향으로 봐서는 의아한 선택이긴 한데 서로 맞춰가며 잘 살 것 같다. 남편도 나도 정말 다른 성향이지만 옥신각신 하며 여태 잘 살고 있다. 안 맞는 것은 차라리 일찌감치 ‘포기’ 아닌 ‘인정’이 편하다. 이건 정말 살면서 터득한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서한 선배로 한 말씀 하자면 결혼 전 함께한 시간은 지나고 보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하는 긴 여행에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보다 역경과 시련을 함께 나누며 이겨내면서 돈독해지는 부부애가 결혼의 진심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짧은 연애기간에 무엇이 결혼까지의 확신을 줬는가를 잊지 말고 부디 평생 알콩달콩 연애하듯 살길 바란다.
첫댓글 축하축하드립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것도 우리는 일찌기 알지 못했잖아요. 딸과 사위는 우리식구입니다 어디로 봐도 이쁘고 당당합나다. 지켜봐 주세요 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