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은 지금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JCI)에서 파견한 외국 평가자로부터 일주일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 환경인지, 입원 및 외래 환자에 대한 Pre-assessment, 이에 근거한 간호중재, Post- intervention assessment는 어떠하며 과연 이 활동들이 근거중심의 Best Practice인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면, 뇌졸중 환자의 경우 ‘기능평가 수준과 환자의 임상적 지표를 고려하여 이에 맞는 간호중재를 간호사 스스로가 판단하여 수행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와상환자의 경우는 (1) 환자의 기능평가 점수가 점수기준과 맞는지, (2) 간호사의 판단으로 관절범위 운동을 시키면서 경과기록을 정확히 작성하고 있는지, (3) 생리적으로 안정된 순간부터 재활이 시작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외래의 경우도 모든 환자에게 기능평가, 통증평가, 낙상위험평가, 그리고 신체검진을 수행하여 건강요구를 파악하도록 요구합니다.
실제로 3, 4년제를 졸업한 간호사도 대학 교육과정만으로는 위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면허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보수교육 8시간 이외에도 병원의 간호부서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간호사에 대한 계속교육을 연중 실시합니다. 이러한 계속교육에 의한 업무수행능력 향상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성심성의를 다한 질 좋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급기야 오늘 오전에 있는 평가결과 보고회에서 외국에서 온 5명의 평가자들은 환자의 안전과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우리 간호사들의 노력과 헌신을 극찬하며 고마움을 눈물로 전달하는 코끝이 찡한 감동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병동비서, 보조원, 각종 스페셜리스트와 같은 지원 인력이 없기에 간호사의 수준이 곧 기관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복합질환자와 노인환자의 증가, 그리고 환경오염, 생활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간호는 오히려 지금 수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JCI 평가자들도 환자의 안전과 질 좋은 간호서비스는 간호교육을 통해 보장된다고 하면서 간호사 교육제도와 졸업 후 계속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모든 간호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적어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의 배려 그리고 대학원 교육이나 자격자 취득을 위한 지원이나 정책결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관련 자료들을 검토하였습니다.
이러한 실 상황에서도 대한간호협회는 2년제 실무간호사제도를 전면거부가 아닌 재검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주변환경의 변화와 세계표준(global standard)에 대한 감각기능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2일 전 저에게 공개사과를 요청한 성명숙 회장님의 성명서를 읽고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협회문화(culture)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회장님의 성명서는 저를 포함한 수많은 회원들의 질문에는 일체의 답을 회피하며 회원들의 권리는 무시한 채 회원들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임원의 경우는 어떠한 이견도 제시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간호사회 회장과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협회 회원의 2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의 장으로서 회장이 지명한 제 1, 2 부회장과는 달리 당연직 부회장이 됩니다. 당연직 부회장을 둔 배경은 협회의 정책에 협조하되 필요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되도록 한 것임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1년 대한간호협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 정부활동을 위해 상근직 회장과 상근직 부회장직을 신설하도록 정관을 개정하였고, 이듬해에 성명숙 회장님은 사력을 다할 것을 맹세하며 단독 출마하여 당선되셨으며 상근직 부회장까지 두고 업무에 임하셨습니다.
간호전문직 발전을 위하여 회장님께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심을 의심 없이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간호전문직 발전을 위하여 사력을 다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회장님 스스로가 아닌 객관적 성과와 역사로 평가받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회장님께서는 사력운운하며 반복 강조하고 계심이 거북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요?
한 사람의 회원으로서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회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 2년제 실무간호사 제도를 ‘전면거부’가 아닌 ‘재검토’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와, (2) 2년제 간호조무사 과정이 2년제 실무간호사 과정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공개토론회 개최를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김소선(세브란스병원 간호담당부원장,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