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이별
인묵 김 형 식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더
여보, 당신 정문골 화전밭에 세워 놓은 인걸기
지금도 숨어서 보고 있습니껴
놀란 가슴 너럭바위로 눌러 놓고 두근두근 그 끝을 따라가면
어두운 밤 너머굴(屈)이 비어 있던 것을
그 동굴 깊숙히 얼어붙은 전란의 공포
하얗게 웃으시며 살아서 오던 것을
더러는 나무지게 짊어지고 오던 것을
참꽃 한 묶음 꺾어 건네주던 것을
여보, 당신 지금도 살아서 망을 보고 계십니껴
용둔재 넘어 끌려가는 당신 보았다는
그 뒷모습 쑥꾹새 절 골에 부리고 가는 것을
어둠 내리면 아랫목에 조밥 한 그릇 묻어 놓고
가끔은 화전밭에 살아서 뛰는 고라니 같이 그렇게 꿈속에서 만나는 것을
여보 당신은 모르십니껴
정금산 화전밭에 남겨놓은 인걸기와 당신 지집
지금도 내 가슴을 갈고 있는 것을.
나는 울었다, 아리랑을 불며
인묵 김형식
불랙홀이 실존 한다는 뉴스에 내 깊은 골짜구니에서 아리랑이 새 나왔다
중력에 의해 찌그러진 시공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은 나에게는 내생來生에 알아내야 할 숙제였다. 상상의 세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고, 말로 설명하기도 만만치 않는 불랙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꾸역꾸역 솟아 나온 눈물의 아리랑
블랙홀 하면
아인슈타인이 떠오른다
1915년 그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학설에 붙일 명칭을 고심하다가 '팔괘의 효를 구성하는 음양 개념'에서 힌트를 얻어 상대성(Relativity)이라는 단어를 가려냈다고 했다
태극, 음양오행, 팔괘
누가 만들었는가. 우리 조상 태호복희太昊伏羲(B.C. 3528~B.C. 3413)씨 아닌가. 배달국 5세 태우의太虞儀(B.C. 3686~ B.C. 3512) 환웅의 막내아들, 자랑스럽지 않는가
빅뱅 이론의 거장 스티븐 호킹은 ‘양자역학이 지금까지 해놓은 업적은 동양철학의 기본개념인 태극, 음양, 팔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불랙홀의 실체가 밝혀지던 날
전 세계 70억의 시선이 집중되던 날 나는 울었다
태호복희씨를 조상으로 둔 자부심에 나는 울었다
아리랑을 부르며 나는 울었다.
씻김굿
ㅡ조국, 6월의 영령英靈께 바침
인묵 김 형 식
“나무야 나무야/ 나무 나무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말짱 좋은 달
6.25 그날이 오면
팔도강산이 신열이 나
서럽고 애달픈 달이 구름 속에 뜨네
전란의 슬픈 악몽 안고 떠나지 못한 넋이여, 피아골에 주인 잃은 녹슨 철모는 삭어 가는데, 부모형제 처자식 잊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가. 이제는 떠나야지
오늘 밤 굿판 벌려 매듭 풀어 천도코자하니 훠이 훠이 훠어이 떠나가시게나
“나무야 나무야/ 나무 나무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불쌍타 불쌍해 6월의 영령들이여
춘일은 원약하고 하월은 동령한데 청림녹엽이 만발하니 정처 찾아 쉬어를 가시오
“나무야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조정래는 태백산맥에 그 슬픔 모다 담아 소지 했건만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떠나지 못하는가
“나무야 나무야/ 나무불이나 길이나 닦세/ 한고부 가시다가/
백노홍강 녹수일랑/ 원앙 한 쌍이 있었거든/ 새왕길이나 물어서 가소”
바람아 텃바람아
안개향불 피워 올려 진혼곡이나 불러보소. 전쟁터, 이 땅 지키다가 객사한 원혼들이여. 어서들 오게 어서 오소
“우리나라 이씨 왕은 춘추명절 달랬어도/ 염라대왕을 못 달래고/
화타와 편작이는 약이 없어 죽었으며/ 공자씨 맹자씨는 글을 몰라 죽었던가”
산딸나무 하이얀 꽃아 넘실넘실 나빌러라
“어와 청춘 소년들아 홍안을 자랑말소/ 어제청춘 오늘 백발 그 아니 가련한가”
4.27 판문점 선언
등 돌린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로 가자하네
“당대에 일등미색 곱다고 뻐기지 말게/ 서산에 지는 해는 누기라서 금지하며/
창해유수 흐르는 물/ 다시보기 어려울세”
6.12 싱가포르 미북 선언
냉전 끝낸 평화의 메시지
“불쌍하신 망제씨/ 아차 한번가게 되면/ 백골난망 넋이 되야/
혼자 슬피 울음 울면/ 그도조차 서러울제”
쑥꾹새 핏꾹 핏꾹 뻐꾹새로 울어
그것도 70년을 산을 넘고 이어 넘어 핏덩어리로 울었던가
“일신봉천 재불제천/ 상수설법 도제 중에/ 백마나 권속 거느리고/
명이나 명수 앞 세우소/ 평등지옥을 면하소사/ 사제왕은 제사 오관대왕”
훠이훠이 훠어이 나빌러서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자
이제모두 다 잊어버리고 극낙정토로 어서 떠나시게
“일신봉천제불/ 상수설법 도제 중에/ 태산지속을 면하소사/
불쌍하신 6월 망자/이차지 천근을 여웁시다/일원에 천근 월월에 천근/
야호문전에 득수지라/ 천근이야 천근이야”
훠이훠이 훠어이~.
*채정례의 〈진도씻김굿〉 사설, 길 닦음, 넋을리기, 희설에 운을 맞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9DA345D2C2A9108)
김형식
호 인묵印默 《불교문학》 시부문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제도개선위원,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지도위원, 한국문협고흥지부 고흥문학회 초대회장, 한하운문학회 《보리피리》 편집주간/ 시집 : 《그림자, 하늘을 품다》, 《오계의 대화》, 《광화문 솟대》, 《글, 그 씨앗의 노래》 외/ 수상 : (사)한국창작문학 대상, 한국청소년문학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