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가꾸는 자의 것이다
지난해 8월 해미에 교황이 다녀가고 난 뒤에 서산시는 “교황방문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개발하고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해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해미읍성을 세계적인 천주교성지로 계발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 서산시에 거주하는 스님들은 시청을 방문하여 서산 시장에게 ‘교황방문도시’라는 명칭으로 서산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더 이상 교황방문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문서로 제안 하였다. 즉, 서산에는 국보 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과 간월암 개심사 등 수많은 불교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1회 방문 때문에 서산을 ‘교황방문도시’라고 홍보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이자 특정종교 선양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서산시주지협의회 이름으로 전달한 것이다. 교황이 서산시뿐만 아니라 서울과 대전 당진 음성 등 여러 도시를 방문했는데 유독 서산을 ‘교황방문도시’라고 홍보하는 것은 독창성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백제 마애불의 천진스런 미소와 교황의 소박한 미소 그리고 충청인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을 모두 담아 낼 수 있는 ‘미소의 도시’으로 서산을 홍보하는 것이 서산시의 정체성에 적합하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그런데 서산 스님들의 그런 제안을 받은 후에도 서산시는 모든 현수막과 관광안내판등에 ‘교황방문도시’라는 명칭이 들어간 로고를 계속해서 사용하였다. 스님들은 다시 시청 관련부서에 전화 항의를 하고 서산시청 민원게시판에 “교황방문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제기하였다. 민원제기에 따른 시민들의 호응이 일어서 인지 현재 서산시에서는 해미읍성의 이미지는 사용하되 ‘교황 방문 도시’라는 명칭은 삭제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각종 관광 안내표지판에는 교황방문도시라는 명칭이 그대로 실려있다. 지금 해미읍성입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천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천사의 도시’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서산시민과 읍성을 찾는 이들의 문화 공간이며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할 국민의 사적지가 천주교의 상징물들이 곳곳에 조성된 천주교성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곳 뿐만이 아니라 천주교의 성지화 작업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 중구청에서는 천주교측이 제안한 서소문 역사공원을 조성하면서 지하에 성당을 세우고 천주교기념전시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진시에서는 교황 동상을 건립하고 프란치스코 광장을 조성하며 프란치스코 교황 거리를 조성한다고 한다. 천주교인들은 특정지역을 성지화하기 위해서 몇십년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확보하고 관공서를 설득하는등 조직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과 불자들은 공공장소가 특정종교의 성지가 되는 것을 수수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여햐 한다. 해미읍성의 경우 이번 부처님 오신날 연등 행사를 해미읍성 안에서 거행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해미읍성은 지리적으로 집결하기 쉽고 주차장과 화장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인원동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천주교인의 장소로 인식되어가는 해미읍성을 모든 시민들과 종교인들의 공공장소로 되찾아 온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낮에는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참여시켜서 연등 만들기, 탁본체험, 시민 노래자랑, 차(다례)시연등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어둠이 깔리는 저녁에는 둥그런 해미성곽 위를 전통등과 연등행렬로 장엄한다면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등행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