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의 아침공기는 살갗을 파고드는 짜릿한 송곳날 같다. 오늘은 부울대 산행하는 날 이라 조금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데 항상 함께 다니던 병지친구가 며칠 전에 무릎을 다쳐 도 저히 함께 갈수 없다면서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니, 가슴 한켠이 뻥 뚫린듯하다. 부산과 울산 친구들도 요즘 부쩍 병원출입이 잦다는 소문이 들린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보낸 세 월을 감당하기 버거운 것 같다.
경주에 들어서니 역시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다움이 느껴진다. 김해에서 달려온 이병옥친구가 어깨를 툭 치며 반갑게 이름을 부르는듯하다. 바로 옆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앞장서 이끈다.
차를 길옆에 붙인다. 산행복장으로 완전무장한 일열 종대로 걸어가는 헌걸찬 청년(?)들이
있었다. 완행열차를 이용하는 부산친구들이 불국사역에 내려 목적지로 보무도 당당히 힘차
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 젊은이들이 친구들이란 말인가! 젊음은 인생의 어느 시기를 말하 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침에 조금만 일찍 준비한다면 완행열차에서만 느낄 수 민초들의 삶과 초겨울의 산야와 농
촌풍경을 감상함은 물론이며, 까만 교복 입고 수학여행 갔을 때의 아련한 추억을 되뇌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나, 어깨를 나란히 깊은 정담을 나누면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은 아주 보람된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공영주차장으로 오라는 주차요원의 부름을 뿌리치고 우리들 주차장처럼 이용하는 호텔 주차
장에 세워두고 가을이 아직 떠나지 않은 듯한 초겨울의 상쾌함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
계문화 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가을풍경과 찬란했던 신라천년의 발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을 하루일정으로 잡았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맑고 따스하다. 초겨울의 햇살이 호수위에 내려앉았다. 실바람 따라
반짝이는 호수의 잔잔한 은빛 여울은 짙은 솔향과 함께 주위 산뜻한 풍광과 어우러져 도심
속의 찌던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씻어내기에 더 없이 좋다. 특히 봄과 가을은 보문단지 풍
광을 몇 손가락 안에 더는 절경이라고 합니다. 지난달에 오려고 했다가 오지 못한 것을 후
회하며 곱게 단청을 해 놓은 것 같은 오색영롱한 가을 단풍의 끝자락이라도 잡으려나 했는
데, 그냥 그대로 인 것 같았습니다. “아~~곱고 아름답다”라고 감탄하는 조광국, 하병식 친 구의 얼굴은 넉넉하고 풍요로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불국사를 빙 둘러 석굴암으로 향한다.
토함산 (746m)의 해발 5백65m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석굴암. 산행은 지금부터다. 석굴
암을 향하여 오르는 발길은 잘 닦여진 차도 같지만 높이를 더하면서 숨이 차며 온몸에 땀이
꼽꼽하게 베인다. 노랗고 빨간 낙엽이 두툼하게 쌓여 아직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
었다. 찬바람이 쏴~ 하고 한바탕 불자 낙엽이 이슬비처럼 내리고 땅에 내려앉은 낙엽이 이
리 저리 뒹굴면서 낙엽천지로 변한다. 오늘따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바람에 뒹구르는
낙엽들, 말로 형언하기 힘들다는 친구들의 감탄사는 연속이다. 숨을 고르면서 부산친구들이
싸가지고 온 떡, 과자, 과일 등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양도 많이 가져 왔으며 정성이 덤 뿍 담겨 꿀맛이었다.
참 좋은 세상 만났다. 요즘은 어느 고궁에 간들 돈 내라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얼굴에 세
월의 흐름이 나이테처럼 자글자글 새겨져 있기 때문에 무사통과다. 뒤에서 보아도 나이를
알아낸다는 고궁 관리자는 우리들 일행 중 이종찬 친구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친구
의 입 꼬리는 귀에 걸린다. 그럼 이 친구를 몇으로 보았단 말인가... 열심히 운동하며 긍정
적으로 살아가는 친구자신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용암친구는 “내 것도 좀 보자 꾸
소.”라면서 한바탕 너스레를 풀어내며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널찍한 도로를 따라 석굴암에
도착하였다. 본존불의 모습은 평화스럽고 자비스러운 모습그대로였지만, 보수공사가 한창이 라 어수선하다.
년초 해맞이로 유명한 토함산이지만 오늘은 운무로 동해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발아래 펼쳐
지는 그림은 주름 잡힌 치마폭처럼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늠실거린다. 하산 길
의 발길은 가볍다. 길섶의 개나리는 계절을 착각하고 방긋방긋, 옛날 기차역 앞에서 “자고
가이소”를 외워대는 입술 빨간 아가씨들 모양 철없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님을 청하고 있
는 것 같다.
원점 회귀하니 약3시간 정도 걸렸다. 오리백숙약탕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종찬친구의 인
솔과 해설로 11척 거구였으며 거시기의 길이가 너무 길어 교합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한하
여 마땅히 배필을 구하기 힘들었다는 설이 있지만 선덕여왕을 낳고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졌 다는 진평왕능을 둘러보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벌써 김해 집에 도착했다면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이병옥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에 녹
는다. 대소사를 함께하는 대구의 강경랑, 탁우강친구야! 다음에 또 함께 가자구나. 오늘 일
정을 책임진 부산친구들에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건영친구는 감기, 몸살에 마스크까지
하고 함께한 그 정성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꼭 함께 하려고 했으나 오지 못한 부산의 이 걸, 울산 이광호 , 전봉길, 대구 김병지 친구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그러고 부산 울산 여러 친구들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였지만 한 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한평생의 친구로 요즘은 아이들처럼 카톡도 자주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고 있는
두 친구와도 함께 산행을 한 것 같습니다. 산행 중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
라 며칠 전부터 즐거운 산행이 되기 바란다면서 기도해주는 서울의 안정길친구와 부산의 구
자연친구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933친구여러분 우리 모두 건 강하게 올겨울을 잘 보내시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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