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론 산책 (6) 만들어진 신 ➀
[독후감]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1. 신에 대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
(1) 이 책의 첫 장을 열면 로버트 퍼시그(Robert M. Pirsig)의 어록이 등장한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섬쩍지근한 말이다.
‘영어사전’에서 망상(妄想: delusion)은 ‘잘못된 믿음이나 인상’이라고 한다. 나보고 책의 제목 <The god delusion>을 번역하라면 <신, 그 망상>이라고 하겠다.
(2)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자는 이 책에 대한 견해를 ‘신에 대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저자 도킨스는 다윈의 진화론을 토대로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한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종교다. 그는 20년 전에 펴낸 <눈 먼 시계공>에서 생물의 복잡성이 설계된 것이라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눈 먼 시계공>의 속편 같기도 하다.’
이 책의 목적은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무신론이 바람직한 대안임을 깨닫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신의 존재 여부가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라고 주장한다.
옮긴이는 이한음은 과학서 전문번역가이다.
2. 만들어진 신
(1) 대단히 종교적인 불신자
믿음을 ‘믿다’ -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는 <최종 이론에의 꿈>에서 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부 사람들은 신에 대해 아주 폭넓고 유연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에서든 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신은 궁극자다’, ‘신은 우리의 더 나은 본성이다’, ‘신은 우주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와인버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숭배하기에 적합한‘ 초자연적인 창조자를 지칭하는데 사용해야한다고 설명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무신론자이면서 종종 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초자연주의자들의 오해를 자초하곤 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시간의 역사>에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극적인 말로 끝을 맺음으로써 사람들은 그 구절을 읽고서 호킹이 종교인이라고 믿게 된다.
세포학자 어슐러 구디너프(Ursula Goodenough)는 <자연의 신성한 깊이>에서 초자연적 종교의 방어수단으로 삼을 만한 대목들이 많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꼼꼼히 읽어보면 그녀가 사실은 확고한 무신론자임이 드러난다.
우리시대의 위대한 과학자들이 종교적인 말을 하는 듯이 보여도 그들의 신념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대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줄리언 배기니(Julian Baggini)는 <무신론>에서 ‘대다수의 무신론자들은 비록 우주에는 한 종류의 재료만 있고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 재료에서 마음, 아름다움, 감정, 도덕적 가치 즉, 인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온갖 현상들이 나온다.’고 함으로써 무신론자가 자연주의에 몰두한다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말을 빌리면 ‘믿음을 믿는다.’는 것이다.
종교가 모든 것을 이긴다 - 전시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손쉬운 근거는 종교다. 부모 중에 한사람이라도 퀘이커 교도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퀘이커교의 이론을 모른다 해도 병역을 면제받는다.
북아일랜드에서 구교도와 신교도는 민족주의자와 왕당파라고 완곡히 표현한다. 종교전쟁이라는 단어는 자체검열을 거쳐 ‘집단 간 전쟁‘으로 표현된다.
이라크는 2003년 영국과 미국에게 침략 당한 후,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간 내전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은 명백한 종교 갈등이었지만, ‘종교청소’를 완곡하게 인종청소(ethnic cleaning)라고 불렀다.
2005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의료용으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모두 연방법상 기소대상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06년 미국연방대법원은 뉴멕시코 주의 한 교파가 다른 모든 사람이 준수해야하는 환각제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환각제가 함유된 호아스카 차를 마셔야만 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이 종교가 부적(符籍)으로 가진 힘이다.
인종차별정책의 옹호자들이 혼혈을 허용하는 것이 종교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면, 반대편은 소리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면 기독교인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그러한 소송은 종교적 차별에 반대하는 소송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도 종교가 이긴다.
종교인을 격분시키거나 상처를 주는 것을 지지한다는 말이 아니라, 세속적인 면에서 종교가 걸맞지 않게 특권을 누리거나, 종교에 대한 존중이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신 가설
신은 착각? - <구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자식을 죽이고, 전염병을 퍼트리고, 과대망상증에 가학피학성 변태성욕에 변덕스럽고 심술궂은 난폭자로 나온다.
신 가설(假說)은 야훼나 예수에게는 부적합하다. 가설의 입장에서, 신은 우주와 우리를 포함하여 그 안의 모든 것을 의도를 갖고 설계하고 창조한 초인적 초자연적인 지성이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증거보다는 사적인 계시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들이 수립되어 있음으로, 신 가설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원시 부족의 애니미즘(animism: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에서 그리스, 로마, 북구의 신들 같은 다신교를 거쳐, 유대교와 그 파생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와 같은 일신교로 진행되는 흐름이 있다.
다신교 - 힌두교인들의 다신교는 사실 다신교가 아니라 위장된 일신교다. 수백의 신들은 모두 하나의 신의 서로 다른 모습이나 화신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중세에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그리고 아리우스파의 교리 같은 이단설을 억압하기위해 피와 잉크로 도배를 했다. <가톨릭 백과사전>은 신학적 추론으로 삼위일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하느님이라는 통일체는 아버지, 아들, 심령의 삼위가 있고, 이 삼위는 서로 진정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아타나시우스 신경>은 이렇게 적고 있다. 아버지는 신, 아들은 신, 성령은 신이지만, 세신이 아니라 하나의 신이다.’ 3세기의 신학자 성 그레고리우스(St. Gregorius)는 ‘삼위일체에는 장조된 것도 없고 종속된 것도 없다. 마치 원래는 없었으나 나중에 들어와 추가된 것도 없다. 따라서 아버지는 아들이 없었던 적이 없었고, 아들은 성령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 삼위일체는 영구불변이다.’ 이후 신학은 1900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
삼위일체에 마리아는 신에 버금가는 기도의 대상이 되어있다. 그 만신전은 성인들이 합류하면서 더 확대된다. 그리고 수호천사를 포함한 일반 천사들이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II)의 다신론의 갈망은 1981년 자신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일어났을 때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죽지 않은 것이 파티마 성모가 개입한 덕분이라고 했다. ‘성모의 손이 총알을 인도했다.’고 했다. 왜 몸에 안 맞도록 인도하지 않았는지, 다른 신들은 당시 다른 일로 바빴나 보다 라며 조롱한다.
그리스인, 로마인, 바이킹은 비너스, 오딘(Odin) 이라는 신들도 있다. 저자는 어느 특정한 형태의 유일신이나 여러 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선가 날조되었거나 언젠가 날조될 초자연적인 모든 것, 모든 신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일신교 - ‘<구약성서>라는 야만적인 청동기시대의 문헌에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라는 세 가지의 반인간적인 종교가 나왔다.’고 고어 비달(Gore Vidal)은 말했다. 세 가지의 아브라함 종교 중에서 다른 두 종교의 모태가 된 가장 오래된 종교는 유대교이다. 유대교는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신들에 대한 우월성과 사막부족의 배타성에 집착하는 한 부족의 신앙이었다. 로마의 팔레스타인 점령기에 바울은 덜 배타적인 유대교의 종파로서 기독교를 창시했다. 몇 세기 뒤, 마호메트와 그 추종자들은 유대교 본연의 비타협적인 일신교로 회귀하여 이슬람교를 창시했다.
불교나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 윤리체계나 인생철학으로 다루어도 될 법하다.
신 가설은 아브라함에서 시작하여 우주를 창조하고 그 안에 거주하면서 인간적인 속성을 지닌 인격신을 말하며, 18세기 계몽운동가들의 자연신과는 다른 숭고한 존재다. 오늘날에는 자연신교도는 무신론자와 대조를 이루고, 유신론자와 한통속으로 묶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세속주의 : 미국의 국부들과 종교 - 관습적으로 미국의 국부들은 자연신교도로 간주되어왔다. 그들이 종교에 관해 쓴 글을 보면, 그들 대부분이 우리 시대였다면 무신론자로 구분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세속주의자(世俗主義者: 기구나 관습과 종교의 분리론자)들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수립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1796년에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초안을 작성하고, 1797년 존 애덤스(John Adams)가 서명한 트리폴리조약에 언급되어있다. ‘미합중국 정부는 그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에 토대를 두지 않고, 법이나 종교나 이슬람교에 대한 어떤 증오도 지니고 있지 않으며, 앞서 말한 주들은 이슬람국가에 대해 적대행위를 한 적이 없으므로, 종교적 견해에서 비롯되는 어떤 구실도 결코 두 나라의 화합을 해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세속주의를 토대로 한 미국이 가장 열성적인 기독교국가가 되어 있는 반면에, 입헌군주국가가 덜 종교적인 국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자연신교(自然神敎)의 신은 성서의 신보다 훨씬 개선된 존재다. 불행히도 그가 존재한다거나 존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이 어떤 형태든 신 가설은 불필요하다.
불가지론자, 불신자의 또 다른 이름? - 신의 존재나 비존재가 영구히 과학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건드릴 수 없는 질문이라는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은 존재하든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다. 도킨스는 신의 존재가 보통의 과학적 가설이라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그것은 페름기와 백악기의 생물의 절멸을 둘러싼 논쟁과 같은 일시적 불가지론과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확률 스펙트럼을 통해 볼 때, 강한 유신론자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100%확신한다. 이처럼 충분한 이유가 없이도 믿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 신앙의 특징이다. 오늘날 아브라함의 신을 제외한 신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신은 우리와 이 행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중 상당한 비율이 그의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중요한 것은 신이 반증 불가능하냐가 아니라 신의 존재가 개연성(蓋然性: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학 너머에 종교가 있다? - 많은 신자들이 신앙을 갖게 되는 가장 유력한 이유는 ‘기적(奇蹟)’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리고 정의(定義)에 따라서 기적은 과학 원리들에 위반되는 것이다.
창조적인 관리자가 있는 우주는 그것이 없는 우주와 전혀 다를 것이다. 그러한 의문이 진정한 것이라고 해도 과학이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종교가 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마 과학이 영구히 도달할 수 없는, 진정으로 심오하고 의미 있는 질문들이 있을지 모른다.
궁극적 설계가설(設計假說: 신이 우주를 설계했다는 이론)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며, 그 대안인 넓은 의미의 점진적 진화(漸進的 進化)에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둘은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진화는 실체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기도의 힘 - 2006년 <미국심장학회지(Americ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도를 받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자신이 기도를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자신이 기도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실험 기도자에 지원한 기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앙인은 이 연구가 흥미롭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오랜 기간 기도를 해왔고 기도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아왔다. 우리는 기도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기도와 영성에 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고쳐 말하면, ‘우리는 기도가 효력이 있다는 것을 신앙을 통해서 알며, 따라서 증거가 뒷받침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결국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 - ‘겹치지 않는 교도권(敎導權(nonoverlapping magisterium: NOMA): 종교와 과학의 영역은 서로 겹치지 않고 양립할 수 있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공격을 받는 배후는 창조론자들이다. 그 중 첫 번째로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 진화론 교육이다.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스탈린과 공산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히틀러와 싸우기 위해서는 소련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화학자들도 창조론에 맞서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며, 유전학자 제리 코인(Jerry Coyne)은 철학자 마이클 루즈(Michael Ruse)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 갈등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진화론 대 창조론이 아니다. 도킨스와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같은 과학자들이 볼 때, 진짜 전쟁은 합리주의와 미신 사이에 벌어진다. 과학은 합리주의의 한 형태인 반면에, 종교는 가장 흔한 형태의 미신이다. 창조론은 단지 그들이 더 큰 적이라고 여기는 종교의 한 가지 증상일 뿐이다. 종교는 창조론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창조론은 종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3)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증들
존재론적 논증과 연역적 논증들 - 아퀴나스의 다섯 가지 증명은 세계를 관찰한 결과에 의존하는 귀납적 논증들이다. 연역적 논증들 즉, 순수한 공론적인 추론에 의존하는 논증은 1078년 성 안셀무스(St. Anselmus)가 제시한 존재론적 논증이다.
어느 웹사이트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30가지 이상의 증명들’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그중 36번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36. 불완전한 참상 논증. 한 비행기가 추락하여 승객과 승무원 143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한 아이는 3도 화상만 입은 채 살아남았다. 그러
므로 신은 존재한다.
아름다움 논쟁 -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들은 장엄하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sonnet: 소곡(小曲) 또는 14행시)도 그렇다. 그것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베토벤과 셰익스피어가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한 위대한 지휘자는 이렇게 확신한다. ‘모차르트의 작품을 듣는데 신이 대체 왜 필요하답니까?’
미켈란젤로가 기독교인이었음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시대에는 그 외의 대안이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사항일 뿐이다. 교회가 예술의 주된 후원자가 된 것은 엄청난 부(富) 덕분이었다.
개인적 ‘경험’ 논증 -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확신하기에 신을 믿거나 혹은 신이 그들의 머릿속에 말을 걸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논증은 그런 경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설득력이 없는 논증이며, 심리학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네커의 정육면체(Necker's cube)‘는 정육면체가 일으키는 환각은 뇌가 받는 감각 자료들이 현실의 두 가지 대안 모형에 부합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뇌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환시(幻視)와 강림(降臨)을 구성할 능력이 있다. 유령이나 천사나 성모 마리아를 모사하는 것은 이러한 정교한 프로그램에게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모형구축에 탁월하며, 잠을 잘 때에는 그것을 꿈이라고 한다.
성서 논증 - 19세기 이래로 신학자들은 복음서들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적은 믿을만한 문헌들이 아니라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복음서들은 모두 예수가 사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쓰였다. 심지어 예수의 삶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사도 바울의 서간들보다 한참 뒤에 쓰인 것이다.
마테와 누가는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고서 그 문제를 다른 식으로 처리한다. 마테오는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살다가 이집트로 달아났으며,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예수가 태어난 뒤에야 나사렛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누가는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나사렛에 살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2004년 <프리 인콰이어리(Free Inquiry)> 편집장 톰 플린(Tom Flynn)은 예수의 탄생을 다룬 복음서의 저자인 마테와 누가의 말에서 모순되는 점을 나열하였다.
로버트 질룰리(Robert Gillooly)는 동쪽의 별, 처녀출산, 왕들의 아기 숭배, 기적, 처형, 부활과 승천 등, 예수의 전설을 구성하는 내용들이 모두 지중해와 근동지역에 이미 존재했던 다른 종교로부터 빌려온 것임을 보여준다.
마테는 요셉이 다윗왕의 28대 후손이라고 말한 반면에, 누가는 41대 후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가 처녀에게서 태어났다면 요셉의 족보는 그와 상관이 없다.
공식 정전(正典)이 된 네 편의 복음서는 도마, 베드로, 니고데모, 빌립, 바돌로매,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최소 12편의 복음서 중에서 임의로 선택한 것이다. 성직자들이 공인되지 않은 복음서를 제외한 것은 네 개의 정전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네 개의 정전의 공통되는 내용은 가장 오래된 <마가복음>이나 그 전신인 ‘사라진 복음서’라는 공통의 원전에서 유래했다. 각 복음서의 저자들은 알 수 없고, 그들이 예수를 만난 적이 없으며, <구양성서>를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예수가 실존했다고 할지라도, 대다수 성서학자들은 <신약성서>를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담은 신뢰할 만한 기록으로 보지 않는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와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작품은 창작된 소설이다. 그 점에서 그것은 복음서와 같다. 복음서가 오래된 소설인 반면, <다빈치 코드>는 현대소설이라는 차이가 있다.
독실한 과학자 논증 - ‘지적으로 저명한 인물들 중 대다수는 기독교를 불신하지만, 그들은 대중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혹시 수입원을 잃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라고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말한다.
뉴턴(Isaac Newton)은 종교인이었다. 19세기에는 신앙을 버리면 과학적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없었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다윈의 연구를 안 이후에도 기독교를 버리지 않았다. 월리엄 톰슨 켈빈(William Thomson Kelvin)은 진화가 일어날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다윈의 차남 조지 다윈(George Darwin)은 퀴리 부부가 발견한 라듐을 언급함으로써 아버지 다윈을 옹호하고, 당시 생존해 있던 켈빈의 주장을 반박했다. 영국왕립학회의 회원들 중에는 3.3%가 인격신의 존재에 동의한 반면, 78.8%가 인격신을 부인했다.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연구원으로서 희귀한 이론으로 인해 동료들의 눈총을 받았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창시자인 제임스 왓슨(James Watson)도 마찬가지였다.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은 유전학을 창시하였으며, 아우구스티누스회의 수도사였다. 하지만 19세기의 젊은 멘델에게는 수도사가 되는 것이 과학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유전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진화론을 옹호하였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회원들 중에는 인격신을 믿는 사람이 약7%에 불과하지만, 90% 이상이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는 미국 대중의 전반적인 입장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와 런던 왕립학회의 과학자들 외에도 일반 국민 중에 교육수준이 높고 지적인 부류가 무신자일 가능성이 높다.
파스칼의 내기 -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신이 존재할 확률이 낮다고 해도, 잘못 추정했을 때 닥칠 대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신을 믿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자신이 죽어서 신 앞에 섰을 때 신이 왜 자신을 믿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신이여, 증거가 불충분했습니다. 증거요.’
신은 비겁하게 내기로 양다리를 걸친 파스칼보다 용기 있는 러셀을 더 존중하지 않았을까요?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약간 있다고 가정하면, 신이 존재한다는 쪽에 걸고 그를 숭배하고 헌신하며 그를 위해 싸우고 죽는 일에 당신의 고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에 건다면 더 낫고 완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4) 신이 없다는 것이 거의 확실한 이유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 - ‘궁극적 747논증’ 이라는 것은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의 상상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생명이 지구에 출현할 확률은 고물야적장을 휩쓰는 태풍이 운 좋게 보잉747을 조립해낼 확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창조론자들이 선호하는 논증이다. 자연선택이 우연의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다른 방법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수수께끼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해답이다. 다윈주의를 이해하면 설계가 우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가정에 신중해야하며, 서서히 복잡성이 증가해가는 계단을 찾아야 한다. 설계라는 환각은 이전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온 함정이며, 다윈이 우리를 일깨웠다.
각성제로서의 자연선택 - 다윈은 반직관적인 일을 하는, 작동 가능한 과정을 발견함으로서 인류사상에 혁신적인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의식을 일깨우는 힘도 제공했다.
천문학분야에서 프레드 호일(Fred Hoyle)은 우리를 제자리에 갖다 놓으며, 지질학은 우리가 개인으로나 종(種)으로나 생존기간이 짧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현대 우주론은 다윈 및 윌리스(Alfred Russel Wallace)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들은 초자연적인 행위자를 배제한 채,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는 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우주론의 표준을 설정했다.
틈새 숭배 - 창조론자들은 현재의 지식이나 이해에 나 있는 틈새를 찾아다닌다. 틈새가 발견되면 기본적으로 신이 채워야 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화석들이 연속적으로 놓임으로써 진화적 전이 양상이 기록되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못하며 그것이 바로 틈새다. 비록 어떤 과학자도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할지라도 설계가 더 나은 설명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형편없는 논리다.
다윈주의는 다른 식으로 설명한다. 진화한 기관은 뛰어나고 효율적이지만 종종 결함도 보인다. 그것은 기관들이 진화된 것일 경우 예상되는 일이며, 설계된 것일 경우에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포식자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날렵하게 설계된 듯하며, 먹잇감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빠르게 설계된 듯하다. 자연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인본 원리 : 행성편 - 인본원리(人本原理)는 수학자 브랜든 카터(Brandon Carter)가 명명하고, 존 배로(John Barrow)와 프랭크 티플러(Frank Tipler)가 확장시킨 개념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 주위에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 있으며, 그 영역에 있는 행성에는 물이 있을 수 있다. 지구궤도는 골디락스 영역에 있으며, 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구는 생명이 진화하기에 적절한 곳이다. 생명의 기원은 화학적 사건 또는 그 사건들의 연쇄이고, 그 결과 자연선택의 핵심 조건들이 출현한다. 다른 하나의 원리는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의 해결책의 하나가 신이며, 인본원리와 서로의 대안관계이다.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두 개의 가설이 있다. 설계가설(設計假說)과 인본가설(人本假說)이다. 설계가설은 계획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신이 생명을 창조했다는 이론이다. 인본가설은 통계적으로 접근한다. 우주에 행성의 수는 1000만조 개가 되며, 10억분의 1의 확률이라면 생명이 출현할 행성은 10억 개는 된다. 지구도 그 중의 하나다. 10억분의 1의 확률밖에 안될지라도, 생명은 10억 개의 행성에서 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같은 생명에게 친화적인 행성에 살고 있다. 지구가 생명에게 친화적인 이론의 하나는 생명은 행성이 제공하는 조건들에 맞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선택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인본원리다.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있고, 진화에 우호적인 행성이 아무리 적어도 우리 행성은 그중 하나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인본 원리 : 우주편 - 우리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행성에서 살 뿐 아니라, 우리에게 우호적인 우주에서 살고 있다. 마틴 리스(Martin Rees)는 ‘여섯 개의 수’에서 근본상수 여섯 가지를 나열한다. 이 여섯 가지의 상수가 조금만 달랐어도 우주는 생명에 비우호적인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강력(强力)’의 크기다. 강력은 원자핵의 구성요소들을 묶는 힘이다.
강력은 수소가 타서 헬륨을 형성할 때 에너지로 전환되는 수소핵의 질량비인 E로 측정된다. 우리 우주에서 이 값은 0.007이며, 어떤 화학작용이 존재하려면 이 값에 근접해야 한다. 수소 없는 화학작용은 우리가 아는 형태의 생명을 발생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디락스 값(0.007)은 생명을 지탱하는 화학작용에 필요한 다양한 원소들을 만들어내기에 알맞다.
우주는 팽창, 평행상태, 수축을 200억년 주기로 반복하며, 우주의 표준모형은 130억 년 전 공간과 마찬가지로 대폭발(big bang)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우주론은 완전히 진행된 대붕괴가 아니라 국지적인 ‘검은 구멍(Black hole)’에서 딸 우주가 태어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우주에서 살아가는 생물체의 복잡성을 향한 진화적 추진력은 어떤 본연의 성향에서 나오는 것도, 편향된 돌연변이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선택에서 나온다. 그 과정만이 단순성에서 복잡성을 생성해 낼 수 있다. 생명의 기원과 자연선택은 단순하다.
(5) 종교의 뿌리
종교, 다윈주의를 비켜가다? - 다윈주의가 본래 경제성을 따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종교는 낭비적이고 사치스럽다. 그러나 다윈적인 선택은 습관적으로 낭비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며, 냉혹한 실용주의를 실천한다. 자기과시를 위한 공작의 꼬리나 일종의 위생조치인 개미목욕과 같이 자연선택은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는다. 다윈주의자는 종교에 대하여도 같은 요구를 할지 모른다.
진화론자에게 종교의식은 햇빛이 드는 숲 속의 빈터에 앉아있는 공작 수컷처럼 돋보인다. 종교적 행동은 개미목욕이나 정자새(bowerbird)의 집짓기를 인간의 규모로 확대한 것이다.
종교의 직접적인 이점들 - 종교 신앙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들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준다는 증거는 있다. 효과가 전혀 없는 위장약이 명백하게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플라세보효과(placebo effect)는 규명되어있으며 신비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방혈(放血: 치료의 목적으로 혈액을 체외로 방출하는 것)과 같은 정통의술은 환자를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입힌다. 종교가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교의 병적인 죄의식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종교가 위안을 준다거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사자와 맞닥뜨린 사람은 그것을 토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
집단 선택 - 집단 선택은 다윈적인 선택이 여러 집단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고고학자인 콜린 렌프루(Colin Renfrew)는 기독교가 일종의 집단 선택을 통해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집단에 대한 충성심과 형제애를 고취하고 덜 종교적인 집단들의 희생으로 집단들이 살아남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집단선택론의 사례로서, 호전적인 전쟁의 신을 섬기는 부족은 평화와 조화를 역설하는 신을 섬기는 경쟁 부족이나 신을 섬기지 않는 다른 부족과 전쟁하면 승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윈은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구성원들을 지닌 부족이 더 널리 퍼지고 개체수도 더 늘어난다고 보았다. 다윈의 모형은 영국에서 회색다람쥐가 붉은 다람쥐를 몰아내고 늘어난 사례와 유사하다. 이것은 진정한 집단 선택이 아니라 생태적 대체라고 말한다.
부산물로서의 종교 - 종교는 그 자체가 생존가(生存價)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부산물일 것이다. 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날아드는 현상과 같다. 곤충들은 해와 달과 같은 천체를 이용하여 직선으로 날아가며, 집으로 돌아올 때도 그 빚을 나침반으로 사용한다. 촛불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자살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유용했던 나침판이 만들어낸 빗나간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아이의 뇌에 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어떤 말을 하든 믿는 경향을 심어놓는다. 그것은 나방이 달을 기준으로 날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믿고 따르는 것의 또 다른 측면은 노예처럼 속는 것이다. 이러한 모형에 따르면 사실적 근거가 없는 임의의 신양이 대물림될 것이며, 또한 미신을 비롯한 비사실적인 신앙들이 무작위적인 표류나 다윈의 선택과 유사한 것을 통해 국지적으로 진화해 결국 상당히 분화된 형태의 부산물로써 나타날 것이다.
종교를 위한 심리적 준비 -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은 아이들은 물질과 마음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이원론(二元論)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종교는 그런 본능적인 이원론의 부산물이다. 이원논자는 틈만 나면 생명이 없는 물리적인 대상을 의인화하며 폭포나 구름에서도 영혼과 악마를 본다. 이원론적인 성향이 종교적인 개념을 포용하는 자연스러운 성향을 제공하게 된다. 아이들은 타고난 목적론자이며, 자란 후에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종교 신앙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방이 촛불을 향해 날아드는 것에 상응하는 빗나간 부산물은 야훼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동기가 되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밈, 문화적인 유전의 단위 - 다윈의 자연선택이 낭비를 혐오함으로 한 종(種)의 어떤 보편적인 특징(종교 등)은 어떤 이점을 제공했을 것이 분명하며 그렇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선택은 여러 자기복제자 사이에서 선택하며, 사본을 더 잘 만드는 자기복제자 변이 형태들은 그렇지 못한 변이 형태들을 희생시키면서 수가 늘어난다.
밈(meme)은 문화적인 유전의 단위를 말한다. 밈은 자기기준의 과정에 따라서 고도의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사실은 밈을 유전자의 대응물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일부 종교 개념들은 일부 유전자처럼 절대적인 장점 때문에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밈들은 주위의 어떤 밈들이 있든 상관없이 어떤 밈 풀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종교들은 사람들이 조직한다. 각 종교의 세세한 형태는 유전적 자연선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종교가 조직을 갖추면서 정교해지고, 다른 종교와 갈라지는 단계는 상호화합 하는 밈들의 복합체의 탄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적으로 설계된 종교는 모르몬교다. 창안자인 조지프 스미스(Joseph Smith)는 미국 역사에 창안하여 새로운 성서인 <모르몬 경전>을 창작했으며, 모르몬교는 19세기에 출현한 이후로 진화하여 미국의 주류 종교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화물(貨物)숭배의식 - 태평양 멜라네시아와 뉴기니의 ‘화물숭배의식’은 새로운 종교 의식이 빠르게 생겨날 수 있음을 시사했던 실제 사례다. 죽은 조상들이 배나 비행기에 특별한 화물을 가지고 실어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기다리는 풍습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미군, 일본군의 비행기가 화물을 싣고 오는 것을 목격한 뒤 고착화되었다. 이런 사례는 종교가 무에서 출현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현대적인 모형이다. 그것들은 종교의 기원에 관한 교훈을 제시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유대학교수인 게자 베르메스(Geza Vermes)는 예수가 당시 비슷한 전설들이 무성했던 팔레스타인에서 출현한 인물들 중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당시의 숭배의식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우리가 오늘날 대하고 있는 것은 거기서 살아남은 것이라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화를 거쳐, 갈고 다듬어져 오늘날 세계 주요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복잡한 체계가 되었다.
<진화론 산책 (5) 만들어진 신 ➁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