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사진 속 숫자·한글 외곽선 인식→ 차량 번호용 숫자·한글과 대조]
경찰청 교통 시스템에 국내 모든 차량 정보 있어
이번 사건은 카메라에 찍힌 '모범운전자 표지'가 단서
- 서울 서초동 법원 입구에 한 차량이 들어서자, 관리실 모니터에 번호판 사진과 차번호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카메라 자체적으로는 숫자나 글자를 판독할 능력이 없다. 카메라가 찍은 번호판,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의 전면은 하나의 그림일 뿐이다. 이 그림에서 차번을 추출해주는 것은 '차번인식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카메라가 찍은 사진 파일이 전송돼 오면 차번인식 소프트웨어는 사진에서 서로 다른 색이 만나는 경계선을 탐지해 그 모양을 읽어낸다. 국내 차량 번호판은 흰 바탕에 검은색이거나 초록바탕에 흰색, 아니면 노랑바탕에 흰색 중 하나다. 바탕색과 글자색이 다르기 때문에 그 경계는 결과적으로 번호판에 적힌 글자와 숫자의 모양과 일치한다. 이를 '외곽선 추출 기술'이라 하는데, 이렇게 추출된 외곽선은 이 단계까지는 한글·숫자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된다.
다음 단계는 외곽선 상태의 그림을 한글·숫자와 대조하는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숫자 0~9와 번호판에 쓰이는 한글이 모두 입력돼 있다. 미리 입력돼 있는 이들 한글·숫자와 새로 인식한 그림을 매칭한다. 그림 '4'를 보고 가장 비슷한 문자인 '4'로 전환하는 식이다. 차번인식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번호판은 글자 크기·번호가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문자나 숫자를 거의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데 수백분의 1~수천분의 1초, 이를 전송해 차번인식 소트프웨어로 외곽선을 추출·대조·판독하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경찰의 신호·과속 단속카메라도 원리는 같다. 다만 사진을 몇 시간 단위로 모아서 센터로 전송한다. 촬영된 사진은 각 지방경찰청 산하 '무인단속 카메라 센터'로 전송된다. 센터 내 차번 인식 소프트웨어와 '차적 조회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돼 차번과 차주가 순식간에 밝혀진다.
경찰이 사용하는 '교통경찰 업무관리 시스템'에는 국내에 등록된 모든 차량의 차종, 색, 번호 등 정보와 교통법규 위반사항(과속·신호위반 등)이 함께 입력돼 있다. 전체 번호를 몰라도 한글을 빼고 숫자 네 자리, 차종만으로 일단 '후보군'을 추릴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우선 번호 '○○○○'을 검색해 1000여 대로 후보군을 추렸고, 이후 '서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 48대로 압축했다. 차종까지 검색하자 조씨의 차를 비롯해 차량 3대가 후보로 남았다. 경찰은 구청이 넘겨준 사진에서 '모범운전자' 표지 등을 발견해 최종적으로 조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 검정테이프·노란 페인트로 '번호판 성형' 카메라 속이려던 18년 모범운전자 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