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여행하다 외 2편
햇살도 졸음에 겨운 용궁사에선
커피 한 잔에도 바다가 출렁인다
해운대에 이르니 가없는 물결선이
바다 선 밖으로 뚝 떨어질 듯
거대한 물비늘이 너울거리고
누리마루로 향하는 길게 굴곡진
해변 송림, 동백섬 길이 절경이요
아시아 태평양 21개국 정상들 국제회의장은
한국의 멋스러움과 자연미가 녹아
몇 번을 보아도 돋보인다
밤바다를 느끼려 가족과 해운대를 걷자니
두 명의 가수가 달빛아래서 열창을 하고
파도소리가 추임새를 넣는 청청한 밤공기에
바다의 귀로 듣는 옛 노래가 아리고도 감미롭다.
음악을 크게 듣는 이유
등받이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솔바람 향취 같은 멜로디에 빠져들면
나는 형체 없고
마음만 숨을 쉬듯 음악을 마신다
이온음료가 온 몸에 퍼지듯
레드 제플린 쇼팽 조용필 모짜르트 스콜피언스
아그네스 발차 안드레아 보첼리 음악이
지방 무기질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칼슘으로
흡수되어 에너지를 생성한다
삶에 지쳐 부황 들 때는
울고 싶은 음악으로 나를 대변해주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감추고 싶을 땐
음악의 세계로 나를 끌어 올리면
격앙된 기쁨, 슬픔 노여움도 서그러지고
고요한 선율 속에 마음을 여과시키면
비를 품은 구름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안개에 젖어
스모그에 침식된 출근길 아침
빌딩숲 서울이 백내장으로 뿌옇다
눈을 닦아보고 윈도우 브러시가 수없이 춤을 춰도
이곳저곳 청진기만 대볼 뿐 마땅한 처방이 없어
영동대교 위 자동차 행렬은 꼬리를 물고 서있고
물살만 땀 흘리며 자동차와 시간을 분주히 나른다
계절조차 불분명한 2월 해질녘
빌딩 창가에 서니 서울의 조감도가 한 눈에 보인다
감귤 빛 해가 온 산에 풀어질 때
도심엔 등불이 하나 둘 늘어 가는데
정작 등불을 켜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신호등은 충혈 된 눈을 깜박이고
동맥경화에 합병증까지 서울은 노랗게 떠
수술조차 어려운데
파란 불은 언제쯤 켜질 것인가.
박강남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글문학회 이사, 농
민문학 운영이사, 국제계관시인연합한국본부회원, 글핀샘문학 회장역임, 시집: 《바람 없
이도 흩날리는 꽃잎》(2020,시문학사) 외 4권, 수상:영랑문학상본상(2013), 농민문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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