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도(耶徒) 김동식 행복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한울문학』 시 등단.
평택대학원 졸업 / 성화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 전남문협 / 전남한울문협 회원.
완도문협 회장 역임 / 완도문화원 이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 완도제일교회 장로.
석사논문: 노인의 성생활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
완도문학상 수상.
저서: 시집 『완도 풍란의 향에 취하다』
칼럼집 『행복의 문』
– 야도 김동식
상처받은 내 영혼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김동식 / 시인, 문화관광해설사
칙칙한 겨울을 세탁하여 놓으면 언제나 그랬듯이 얄미운 꽃샘추위는 4월을 맞이하는 행사처럼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도 춥고 삭막한 겨울이 가고 마른 가지에 새움이 트고 꽃은 피어나니, 움츠렸던 마음이 꿈틀거리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좋은 계절과 함께 고(故) 전두환 씨 손자 전우원 씨가 두렵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난생처음 광주 땅을 밟았다. 너무 늦게 광주를 찾아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죄하겠다고 한다. 5·18에 대한 공부도 이어가겠다고 한다. 또 5·18 진상규명을 위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가족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제가 5·18 당시 경험자가 아니고 증거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아 저를 통한 진상규명은 어렵겠지만, 제 사죄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길 바라고, 나아가 진상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한다. 전 씨를 알아본 광주시민들은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 “전우원 파이팅”하며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3/31)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 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 씨의 절절한 사과에 수많은 5·18 유족과 피해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왜 이렇게 마음이 먹먹하고 미어지면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전도연(신애)과 송강호의 탄탄한 연기력도 일품이지만, 용서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줄거리가 주는 여운이 깊다. 신애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낯선 곳 밀양에서 오로지 아들만 바라보며 살던 그녀였지만, 친하게 지내던 학원 원장이 아들을 납치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지막 남은 소중함까지 잃고 절망과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이웃의 끈질긴 설득으로 교회를 다니게 되고 너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 따라 살해범을 용서하기로 한다. ”당신을 용서하겠다“라는 말을 하려고 찾아간 교도소에서 살해범은 먼저 말을 꺼낸다. ”교도소에 들어온 뒤로 하나님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이 죄 많은 인간에게 손 내밀어주시고,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한다. 이 말을 들은 신애는 넋이 나간다. ”당사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했다는 말인가“ 하며 절규한다.
– 야도 김동식
누군가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단순히 말로써 용서를 선포하거나 쓰디쓴 감정을 억눌러 버리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용서 - 나를 위한 선택』의 저자 프레드 러스킨은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망각하는 게 용서가 아니다. 용서란 이미 일어난 나쁜 일이 비록 내 과거는 망가뜨렸을지언정 오늘과 미래는 결코 파괴할 수 없다는 힘찬 자기 선언이다고 한다. 또 지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씩씩한 주인공으로 자신을 그려낼 수 있을 때 우리 마음 안에 들어서는 평화로움이 다름 아닌 용서다. 과거는 한 조각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현재라면 문제가 다르다. 다시 말해서 마음은 이미 다쳤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덜 괴로워하겠다는 용서는 당신의 선택이다. 상처라는 것이 어차피 인생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그 해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용서의 의미다. 용서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을 위한 행위다고 한다.
용서란 상처받은 내 영혼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용서는 나를 괴롭힌 사람을 위한 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이 저지른 짓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어 봐야 나 자신이 힘드니까 나를 위해 용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 야도 김동식
아이의 울음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김동식 /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요즘 쌍둥이 손녀들이 집에 와 있으니 규칙적인 생활은 뒤죽박죽이지만 마냥 즐겁고 집안에 생기가 돈다. 웃음소리는 물론 울음소리도 정겹기만 하다.
세계적인 아기 전문 웹사이트 베이비센터(babycenter.com) 보도에 따르면 할머니 할아버지 육아가 좋은 점 3가지를 조부모가 아이를 봐줄 때 경제적인 측면과 엄마가 계속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점 등에서 엄청난 이익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조부모 육아는 정서적으로도 아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책을 읽어 주고, 동화를 들려주는 등 혈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쏟으니 아이가 편안해하게 된다고도 했다.
오후가 되면 돌 지난 손녀들과 유모차로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군농협 도로로 해서 구)대중병원 도로를 지나 비석거리로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마주친 사람들은 저마다의 표정과 몸짓에서 온갖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햇볕에 그을려 까만 얼굴에 깊은 한숨을 짓는 사람, 총총걸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향하는 시장 사람들, 모두가 두려움과 찌듦으로 지쳐 보인다. 우린 그들을 향해 “안녕하세요?”인사를 보낸다. 그들은 쌍둥이를 보는 순간 놀랍고 경이로운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토록 찌듦과 피곤함으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어느 순간 입가의 근육이 풀리는 듯하더니, “쌍둥이예요?” 하며 상큼하고 부드럽고 밝은 희망의 미소가 피어난다.
약속이나 한 듯 아이를 바라보며 짓는 웃음은 오후에 나른함으로 지쳐 있는 칙칙한 거리를 순식간에 환하게 밝혀준다. 마법의 램프에서 웃음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아 쌍둥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본다.
우리의 일상이 이토록 어둡고 지쳐만 가는 현실은 꼭 살기 어렵고 힘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향기가 나는 사람이 그리워서일 것이다.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 눈을 맞추어 그 안에 머무르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편견의 늪에서 해방해 주는 아이의 천진스러운 미소가 새롭고 신비로운 세상을 찾을 수 있음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야도 김동식
그런 의미에서 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매우 저조한 출산율일 것이다. 최근 아기 낳는 통계 출산율을 살펴보면 그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1년 합계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현시점으로 계속 인구 감소가 지속한다면 우리나라는 파산할 수도 있다는 학자도 있다. 건강보험은 재정 감당을 하지 못하며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 등으로 인하여 노인들은 갈 곳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저출산은 많은 선진국이 겪는 문제이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225조 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돌아온 우리의 출산율은 0.84명이다.
나이 들어서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조부모 베이비시터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손주가 사랑스러워 기쁨이 되기는 하나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젊을 때 같지 않아 힘이 모자라 왕성하게 뛰노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아이를 보다가 손목이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도 흔히 겪게 된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함에 정부에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내놨는데 현재로선 실효성이 저조한 상태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교육이나 복지 등 나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육아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인기 영합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구 자체가 곧 국가경쟁력의 시대인 만큼 하루빨리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회복되도록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저출산 해소를 위한 후보들의 정책대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야도 김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