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걱정 안 하면서 푸짐하게 등심을 맛볼 수 있다. 전국 한우마을 중 최저가를 내세운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섶다리 마을 다하누촌을 찾아가는 길엔 굽이굽이 ‘군침’이 돌았다. 한우 300g(반근)에 8000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특한마리(등심, 채끝, 제비추리, 토시살 등 부위별 모둠)는 600g 2만8000원. 유명 고깃집의 꽃등심 1인분(200g)이 4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데 비해 반에 반도 안 되는 가격표에 먼저 눈을 의심하게 된다.
분명 한우가 맞다는데, 왜 이렇게 싼 것일까. 유통 마진을 대폭 줄였다고 했다. 한우의 품질은 때에 따라 다르다. 한우는 암소와 거세우, 비거세우에 따른 맛의 차이가 난다. 맛의 등급은 거세우를 최고로 치고 암소가 한 끗 차이며, 비거세우는 그보다 맛이 덜하다고 알려졌다. 거세우, 암소일 경우, 가격대가 높아진다. 다하누촌 주민은 본격적인 시식에 앞서 “원래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한우 맛이 최고다. 여기 한우는 매일 잡는 쇠고기라 조금 질길 수 있다”는 힌트를 건넸다. 우리(성인 3명)는 등심, 채끝, 갈비살 등이 모양을 갖춘 특한마리 2인분을 주문했다. 여기서는 고기 먹는 순서가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한 뒤, 인근 식당에서 세팅비(성인 1인당 2500원), 상추 등 쌈 값(한 접시 1000원)을 지불하고 자리를 잡는 식이다.
육회에서 꽃등심까지, 직접 시식해 보니
정육점에 비치된 한우 인증서에는 거세우 1+ 등급이라고 적혀 있다. 상(上)품이란 얘기다. 구이용을 먹기 앞서 육회(300g 1만원)를 맛봤다. 말 그대로 육회라 하면, 도축된 지 반나절 이내라야 진짜 맛을 낸다고 볼 수 있다. 여느 고기 뷔페에서 접하는 냉동 육회는 사실 육회란 수식어를 붙이기엔 부끄러운 구석이 있다. 육회는 쫀득하면서 담백했다. 육회는 무순싹, 배추싹, 클로버 등 새순과 함께 무치는데, 그 맛이 남달랐다. 참기름을 조금 더했으면 탁월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육회로 입맛을 적신 후 본격적인 구이에 들어갔다. 등심 색깔은 요리 사진에 나옴직한 선명한 레드는 아니고, 연한 핑크에 가깝다. 흔히 쇠고기의 꽃이라 불리는 마블링은 잘 그려져 있었다. 꽃등심을 한 입 올리니, 입에 적당한 군침이 배긴다.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은 풍부했으나, 약간 싱거운 감은 있다. 채끝, 토시살 등은 고소했지만 일부 부위는 질긴 느낌이었다. 가격 대비 양이 넉넉한 터라 한껏 속을 채운 뒤에도 몇 점이 또 남았다. 4인 가족이 특한마리 2인분(1200g, 5만6000원)을 주문한다면, 약간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 주인에게 한우 맛나게 먹는 방법을 물으니, “여기 고기는 생(生)하지요. 양이 많아서 손님들이 자꾸 태워서 그렇지, 태우지만 으면 감칠맛이 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쌈 채로 쓰이는 푸성귀는 인근 660여㎡(200여 평)의 마을 텃밭에서 직접 키운다고 했다.
전북 정읍 산외마을
한우마을의 원조 격. 등심 600g 1만5000원. 비거세우를 사용한다.
전남 장흥 토요시장
토요일에만 열린다. 가격은 정읍 산외마을과 비슷하다.
경기 양주골 한우마을
서울에서 가까운 이점 때문에 관심을 끈다. 양주시 축협에서 받은 거세우 위주로 판매한다. 등심 1인분 200g에 3만2000원으로 가격은 비싼 편.
충남 예산 광시마을
예당 저수지와 가깝다. 육질이 부드럽고 마블링이 좋아 인기를 끈다. 등심 200g 2만5000원~3만원.
경북 예천 참우마을
육질 좋은 거세우를 사용한다. 가격은 등심 600g 2만원대.
강원 횡성 한우마을
브랜드 한우마을. 최고 육질을 지향하고 등심 120g 3만~4만원대의 최고가를 자랑한다.
한우 여행 Tip-
정육점에는 그날의 한우 품종과 등급을 표시한 한우 인증서가 있으니 참고한다. 인기 메뉴는 등심, 채끝, 갈비살 등 부위를 모은 특한마리. 꽃등심 한 부위만 구입할 경우 단가가 높아진다. 곱창 부위만 파는 정육점이 따로 있고, 인터넷(www.dahanoomall.com)을 통한 구입도 가능하다. 매 주말 낮 12시~오후 3시에는 달래, 냉이, 더덕 등 인근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산나물을 판매하는 ‘이 오리 주말장터’가 열린다. 주말에는 인파가 북적이므로, 비교적 한가한 점심을 원하면 평일이 낫다. 한우촌 곁을 흐르는 주천에는 섶나무로 만든 섶다리가 놓여 있다. 한우마을 주변에는 곤충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묵산미술박물관 등 15개 박물관이 있고, 영화 ‘라디오 스타’ 촬영지인 영월 시내가 가깝다. 1일 코스라면 다하누촌에서 점심을 마치고 주변 박물관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다하누촌까지는 2시간 남짓 소요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황둔 찐빵마을에서 별미 간식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