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MAHLER
교향곡 7번
조너선 노트, 지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Tudor 7176 (1SACD)
노트의 말러 사이클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라면 아마 상당히 긴 발매 간격(그리고 그에 대한 짜증)에 익숙해 있겠지만), 이번 녹음은 그 가운데서도 상당히 오랜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향곡 1~5번과 9번이 나와 있었고 이제 7번이 나왔으니 그의 말러 사이클도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는 예측할 수 없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을 수 있길 바란다.
노트의 사이클을 일관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는 세부에 대한 비상할 정도의 집중을 들 수 있으며, 7번 역시 예외가 아니다. 1악장 도입부는 극도로 완만한 템포로 진행되는 가운데 모든 것이 지나칠 정도로 의식적이고 엄밀하게 처리되고 있어 다소 부자연스럽다. 다행히도 제시부에서는 템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인상은 상당히 완화된다. 2주제가 너무 담백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번스타인/뉴욕 필의 DG 녹음과 비교해 들어보라). 대체로 밸런스와 세부 처리에 중점을 둔 연주이지만, 코랄 풍의 에피소드가 삽입되는 발전부 후반부는 표현이 각별히 정성스럽고 섬세해 몽환경에 온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템포와 다이내믹의 진폭이 한층 크고 레가토를 주저 없이 사용한 재현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말이다.
2악장은 대체로 색채가 밝고 표현이 깔끔하며 잘 다듬어진 데다 템포 역시 한층 경쾌하고 자연스럽다. 목관 파트의 활약은 실로 발군이며, 콘트라바순까지도 명확하게 잡아낸 음질에 대해서는 경탄하는 것 외에 달리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이다. 1트리오의 명랑한 분위기와 2트리오의 유혹적인 표현도 좋다. 3악장은 상당히 경쾌하고 일사불란한 진행을 보여준다. 좀 더 템포를 융통성 있게 운용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번스타인이 그랬듯이), 각 악구를 매끄럽게 연결하면서 적절한 악센트를 가하는 노트의 해석도 나무랄 데 없다.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해 말러의 악상지시인 ‘그림자처럼’(Schattenhaft)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이 매혹적이면서도 난해한 악장을 파악하는 데 그동안 애를 먹었다면 이 녹음이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4악장 첫머리를 여는 바이올린 독주는 다소 지나치게 억제된 인상이지만 달리 보면 녹음에서 밸런스 조작을 최소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곡 가운데 가장 표정이 담백하고 산뜻하며, 모든 성부가 극도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기타와 만돌린은 녹음에서 특별히 배려되지 않았지만 대단히 잘 포착되었으며,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트리오도 아름답다. 마지막 악구를 장식하는 클라리넷의 트레몰로가 여기서처럼 아련하게 표현된 녹음은 무척 드물다.
피날레 첫머리의 팀파니 타격은 모든 말러 7번 녹음 가운데서도 가장 요란한 축에 속하며(솔티/시카고 심포니의 Decca 녹음이나 게르기예프의 LSO 녹음 정도가 여기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악장 전체에 걸쳐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리토르넬로 주제를 연주하는 금관에는 어떠한 애매함도 없으며, 이 역시 다소 과장되었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악장 전체로 보면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다만 4분 28초경의 트럼펫은 다소 옹색하게 들린다). 밸런스는 여기서도 모범적으로 설정되었으며(그 점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예컨대 피콜로가 조금 더 부각되었더라면 좋았을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템포는 적당히 탄력적이다. 후반부의 일부 대목에서 표현이 좀 딱딱한 경향이 있는 것과(특히 현) 마지막에 드높이 개가를 부르는 1악장 주제를 뒷받침하는 종이 뒤늦게 울린다는 것 정도가 지적할 만한 사소한 결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까지 노트가 진행한 말러 사이클 가운데 최상은 아니지만 평균을 떨어뜨릴 정도도 아니며, 즐길 거리가 무척 많은 녹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