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가정식 백반 과 황태나 굴비사려 (윤 제림, 송 수권)
요즈음 TV나 신문에 보면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아 사람들은
늘 건강을 위한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시인들
역시 음식을 소재로 작품들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 중견 시인
윤 제림의“가정식 백반”과 송 수권의 “황태나 굴비사려”를 골라 보았습니다.
1. 가정식 백반 (윤 제림)
윤 제림 시인은 1959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하고,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문예중앙≫에 시<뿌리 깊은 별들을 위하여>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 도서출판 우경 1988 시집 <미미의 집> 1990 시집 <황천반점>
1994 이 있습니다.
윤 제림이란 시인의 이름은 몰라도 '재춘이 엄마'라는 광고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2009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된 SK 광고 '어머니' 편이
바로 윤 제림 시인의 '재춘이 엄마' 라는 작품에서 나온 광고작품이기도 합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시인, 윤 제림은 '꽃을 심었다' 로
'2009 불교문예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가정식 백반
윤 제림
아침 됩니다 한밭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2. 황태나 굴비사려 (송 수권)
송 시인은 어릴 적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자살한 동생을 생각하며 지금의
집필실 바로 건너편 지리산에서 쓴 “산문에 기대어” 라는 작품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도 지긋지긋한 가난을 못 견디고 동생처럼 서울 여인숙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백지에 쓴 몇 작품을
잡지사로 보내놓고 차마 죽지 못한 채 알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전국을
떠돌았답니다. 그 작품은 원고지에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위원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그 원고를 뒤늦게 발견한 잡지사 주간이
본심에 올려 이 잡지사가 발굴한 최초의 시인이 되었던 송수권 시인.
그래서 그를 일러 "쓰레기통에서 나온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피도 돈도 되지 않는 직업(시인)으로 살아온 그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내 앞에서 절망하고 아내가 죽으면 절필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송 시인은 섬진강변 염창마을 언덕배기에 아내가 보험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전셋집 집필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1940년 전남 고흥 출생하였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했으며,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 <산문에 기대어> 외 4편이 추천되어
등단했습니다. 1988 제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1993 서라벌문학상,
1996 김달진 문학상, 1999 정지용문학상 수상, <<목요시>>, <<원탁시>>
동인으로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객원교수입니다.
황태나 굴비사려
송 수권
굴비 한 두름은 스무 마린데 북어 한 쾌도 스무 마리다
큰 것은 열 마리다, 남쪽은 보리가 익는데 조기철이고
북쪽은 눈이 내리는데 명태철이다
칠산바다에 봄바람이 불면 너는 오고
주문진 속초항의 눈이 오면 나는 간다
나는 생태탕이 그리워 가고
너는 생조기탕이 그리워 온다.
맛따라 오고 간다. 눈따라 오고 가고
바람따라 오고 간다
이 미친 풍토병 때문에 나는 굴비 한 두름 꿰차고 올라가고
너는 북어 한 쾌 꿰차고 내려온다
올라가고 내려온다
어랑, 어랑, 어랑, 어랑,
동해라 주문진 속초 덕장에 명태 익는다
한겨울 눈발 속에 익으면 동태 아니라 황태란다.
어랑, 어랑, 어랑, 어랑,
황해라 칠산바다 법성포 덕장에 조기 익는다
한여름 햇빛 속에 익으면 조기 아니라 굴비란다.
어랑, 어랑, 어랑, 어랑,
등짐장수로 한평생 떠돌이 이 땅의 사내들
황태나 굴비 사려, 굴비나 황태 사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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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나두 가정식 마누라 얘기가 쓰고싶어 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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