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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특질
1. 이해의 시각
우리 문학과 문화의 특질을 밝히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된 논리로 빠져 들어가면 오히려 민족 문화와 역사의 창조적 활력을 무리하게 단순화이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1) 환경 결정론의 오류
자연 환경과 지리적 조건에 따라 우리 문화와 문학의 특성이 이러저러하게 결정되었다는 잘못된 논법이다. 물론 자연 환경과 지리적 조건은 문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인간의 의지 노력과 창의적 활동이 문화의 개성을 형성하는데 작용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을 근거로 삼아 우리 역사와 문화의 주변성 예속성을 억지스럽게 설명하려 했던 일제 식민지 사관은 그러한 잘못된 논법을 의도적으로 악용한 예이다.
(2) 민족적 특질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보는 오류
개인의 성격이 살아가는 동안에 더 성숙하거나 바뀌는 것과 같이 한 민족의 문화가 지닌 특질 또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모, 확대, 성숙의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한 변화는 대개 점진적이고 오랜 시간을 거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명확하게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이화 같은 변화와 새로운 전진, 확대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민족 문학의 특질이라는 것이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따라서 우리 문학의 특질을 살피는 바람직한 태도는 여러 학자들이 제시한 견해를 음미하되, 그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시대와 문화의 으름에 따른 다면적 모습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있다.
2. 한국 문학의 특질에 관한 여러 견해
(1) 조윤제(趙潤濟) : 은근과 끈기, 애처로움과 가냘픔, '두어라'와 '노세'
조윤제는 은근과 끈기, 애처로움과 가냘픔, '두어라'와 '노세'를 한국 문학의 특질로 제시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 문학이 즐겨 다룬 자연은 그 하나하나의 아름다움보다 그들이 녹아서 조화된 아름다움에 중점이 두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인의 생활과 문학 역시 조화와 균형의 은근함을 존중하는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예술은 선의 예술로서 이는 굳세고 웅대하지 못하지만 끈기가 있어서 쉽게 끊어지지 않으며, 가늘고 길고 연약한 가운데 나타나는 애처로움과 가냘픔이 한국 문학의 특질이라고 보았다. 한편 온화한 자연 환경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여유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생활 태도가 '두어라'와 '노세'의 미의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하였다.
① 은근과 끈기
조윤제는 한국문학은 우리 민족 생활의 표현이요 민족의 마음의 거울이라고 본다. 따라서 은근하고 끈기 있기 때문에 자연관도 그렇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화를 '무궁화'로 삼은 점을 들 수 있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은근하고 또 끈기 있게 피기 때문이다.
<은근>의 예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테들어 자고가자.
꽃테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끈기>의 예
이골 물이 주루루룩 저골물이 솰솰 열에 열골물이 한데 합수하야 천방져 지방져 소코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건너 병풍석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銀玉같이 흩어지니...... (유산가)
② 애처로움과 가냘픔
이것은 선의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미의식의 발로이다. 특히 고려 문학이 애처롭고 가냘픈 것은 불교의 영향이라고 본다. 현실에 대한 무상감에서 비관적 정조가 생겼고 이것이 애처로움과 가냘픔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애처로움은 슬픔이 아니다. 또 가냘픔은 섬세함과 청초함을 내포하고 있다.
<예>
설월이 만정한데 바람아 부지마라.
예리성 아닌 줄은 번연히 알것마는
그립고 아쉬운 아음에 행혀 긴가 하노라.
③ '두어라'와 '노세'
'두어라'와 '노세'는 일종의 데카당스(decadence)인데 현실에 절망하고 구원책이 없을 때 생기는 기분이다. 고려 문학만이 아니라 조선 문학에서도 이기분이 농후한 것은 조선시대가 내세를 약속하는 종교를 갖지 못했고 당쟁으로 화를 많이 입었던 사회적 환경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피, 향락, 취흥하는 생활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이'두어라'와 '노세'는 한국문학의 참된 특질이라기 보다는 조선시대의 정치상태와 사회 환경에 따라 농후하게 나타났을 따름이라고 본다.
<예>
玉盆에 심은 매화 한가지 꺾어내니
꽃도 조커니와 음향이 더욱좋다.
두어라 꺾은 꽃이니 버릴 줄이 이시랴. (金聖器)
(2) 김동욱 : 아리랑과 흰 옷, 한과 애수
김동욱은 아리랑과 흰 옷을 한국 문학의 특질에 견주어, 정신적 승리와 가냘픈 저항의 자세를 제시했다. 특히, 한국 문학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민요에서는 생과 대결하려는 적극성이 없으나 모든 것을 아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체념하면서도 언젠가는 다시금 일어서려는 반항의 자세를 보이며, 그 속에는 한과 애수가 어려 있다고 해석했다.
한은 주어진 운명에 대결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순응함으로써 슬픔을 승화시킨 것,
다음의 김동욱의 견해가 참고된다.
"흔히 그 나라 문학의 특색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 서사시와 민요이다. 그러나 서사시가 망각의 피안으로 사라진 오늘날 우리는 민요의 정서에서 우리 문학의 기본적 바탕의 특질을 엿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민요는 한결같이 애수가 가락과 사(詞) 속에 어려 있다. 또한 체념(諦念)도 어려 있다. 생과 대결하려는 집요성도 없고, 그러나 모든 것을 아주 방기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자연을 사랑하고 낙천적이었던 우리 민족이 북과 남으로 이민족의 침입을 받아 평화로운 고장을 유린당했을 때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 것은 현실을 체념하는 동시에 언젠가는 반발을 해 보겠다는 반항의 자세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녀온 순박하고도 한과 애수가 어린 문학! 이것이 한국문학이었다. 기쁨에도 눈물을 머금고, 송사(送死)에 목놓아 우는 우리 민족은 직서적이요, 감상적인 작품을 남겼다. 그 사념(思念)은 한이요, 애수요, 하나는 체험이다."
(3) 조지훈, 이희성, 정병욱의 '멋'의 해석
조지훈은 '우아, 비장, 관조'의 세 가지 미의식 가운데서 조화와 일치의 우아미를 중시하고, '멋'의 개념 분석을 통해 우리 문화와 미의식의 특질을 추출하고자 했다. 한국 문화와 예술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멋'개념의 분석이 중요한 몫을 할 수 있다는 견해는 1950년대 후반에 이희승이 제시했는데, 조지훈은 이를 좀 더 깊고 체계적인 논의로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멋'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통해 나타나는 한국적 미의식의 특질은 일정한 규격을 넘어서면서도 알맞은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는 운치와 여유에 있다는 뜻이 된다. 정병욱은 멋의 의미를 변형의 미의식으로 보아 우리 문학의 특질이 외래적 요소와 주체적 전통 사이의 적절한 조화, 변형 관계에서 이루어짐을 반영한 것이라 해석했다.
① 조지훈의 견해
아름다움 : 미(美) 일반을 가리키는 말
고움 : 한국적인 미의식의 정통면을 대표하는 것. 규격미, 우아미, 아려미. 세계 일반의 우아미에 해당하는 것
멋 : 변형미, 초규격성의 풍류미
한국의 미의식이 그 본래의 정당성을 변형해서 체득한 고유미이다. 즉 멋은 격식에 맞으면서 격식을 뛰어넘는 초격미이다.
② 정병욱의 견해
"『멋』은『데포르마씨옹』의 미의식에서 그 본질이 설명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무릇 이『멋』이란 개념은 대개 다음에 드는 두 가지의 경우에서 파악된다. 즉, 하나는 여러 가지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엉키어 새로운 조화를 이루었을 때에 우리는 그것을『멋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져 나가 약간의 기곡(岐曲)이 형성되어 전체적인 조화를 손상시키지 않을 때에 우리는 또한『멋지다』고 감탄한다. 이같이『멋』은 조화를 기저로 하면서 원장(原狀)이 약간『데포름』되었을 때에 느껴지는 일종의 미의식을 뜻함이다."
□ 참고 자료
● '멋'에 대한 논의의 정리
한국에서 미를 나타내는 말은 ① 아름다움,② 고움, ③ 멋 등 셋이다. 이 세 가지의 개념 구별은 다소 모호하고, 학자들에 따라 달리 설명하기도 하지만,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아름다움-이 말은 추상적인 미개념 일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폭이 가장 넓은 말인 것이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구체적 설명이 어렵고, 그 용례(用例)가 복잡한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속에는『고움』및『멋』이라는 개념이 전부 포함되는 것이다.
② 고움-이 말은 아름다움에 비하면 보다 폭이 좁은 구체성을 띤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곱다』는 말은 사물의 질이 윤택한 것(살결이 곱다), 유순한 것(마음씨가 곱다), 치밀 세련(솜씨가 곱다) 등을 포함하고 있다.『아름다움』은『고움』을 포함할 수 있지만,『고움』속에는『아름다움』의 일 부분만이 포함되는 것이다. 가령, 살결이 곱지 않아도 얼굴이 아름다울 수가 있으며 마음씨가 억세어도 정신이 아름다울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고움』이란 보다 구체적인 규격미인 것이다.
③ 멋-이 말은『고움』이 지닌 규격성을 벗어난 변형미 또 규격성을 벗어난 풍류미를 뜻한다. 특히 이 말은 한국적 미의식을 뜻하는 것으로 한국의 사고와 생활 체험에서 형성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말도『아름다움』속에 포괄되는 것이다.
『아름다움』,『고움』,『멋』의 개념을 도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 조지훈의 '멋' 견해 보충
『아름다움』은『고움』과『멋』의 바탕으로서 한국적 미의식을 대표하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아름다움』이란 말은 한국적 미개념의 표상인 동시에 미개념의 보편적 원리에 통용되는 말이다. 영어의 beauty나 불어의 beaut 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은『아름다움』이란 말뿐이다, 보다 더 특수적이요, 한국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중략)
『고움』이야말로 한국적 미의식, 곧『아름다움』의 정통면을 대표하는 자이다.『고움』은『아름다움』의 협의(狹義)로서 아름다움의 개념보다 소규모의 구체적 개념이다. 역사적으로도 고움이란 말은 아름다움이란 말과 동시에 사용되었고 그것은 현행어의 미려와 같은 뜻으로 쓰였던 것이다.〔 〕
이러한『고움』의 정당미 또는 규격성으로서의 아려미(芽麗美)를 뛰어넘는 변형미 또는 초규격성의 풍류미가 멋이다.『멋』은 한국 미의식이 그 본래의 정당성을 데포르메(deforme)해서 체득한 또 하나의 고유미이다. 그러므로『고움』의 개념이 세계일반의 우아미에 통하는 것으로서 다른 민족의 미의식과 근사치를 찾기가 쉬운 데 비해서,『멋』은 좀더 한국적인 것으로서 번역할 수 없는 한국 사람만이 공통으로 느끼는 미가치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적 미의식의 구명은 이『멋』의 특질을 찾는 것으로 시종(始終)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멋은 단순한 세련과 치밀과 청신(淸新)의 규격만으로는 성립되지 않고, 그것들의 일단 변환의 묘에서 찾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멋은 이와 같이 정신미의 양상이지만 멋은 근본적으로 형식작용이다. 정신미로서의 멋의 현현(顯現)은 제작 또는 행동의 형식화 상태에 매여 있기 때문에, 이 형식작용을 떠나서는 멋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멋은 먼저 형식상의 격식을 바탕으로 한다. 즉 격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격식에 맞는다는 것만으로 멋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격식에는 빈틈없이 맞으면서도 멋이 없는 예술과 행위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멋은 격식에 맞으면서도 격식을 뛰어넘을 때, 거기서 멋을 느낀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을 초격미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變格而合格』이요『격에 들어가서 다시 격에서 나오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조지훈, '멋의 연구'(한국인과 문학사상, 일조각, 1964.)
(4) 신동욱, 조동일의 평민적 미의식과 특질의 중시
앞의 학자들이 주로 은근, 조화, 균형, 섬세 등을 중심으로 우리 문학의 특질을 파악한 데 비해 그 다음 세대의 학자들인 신동욱, 조동일은 풍자, 해학의 골계미와 평민적 특질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신동욱은 한국 문학의 2대 주류를 양반 문학과 평민 문학이라 하고 전자의 성격은 숭고미, 우아미인데 비하여, 후자는 일상 생활을 토대로 한 건실, 소박함과 골계미에 특질이 있다고 보았다. 조동일은 숭고 우아 비장 골계라는 네가지 미적 범주를 설정해서 우리 문학 전체의 미의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했으며, 평민 문학과 탈춤같은 예술이 지닌 골계의 정신 및 힘찬 활력을 중시했다.
미적 특성을 나누는 방법과 개념 내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골계의 미의식을 중시한 점과 그것을 주로 평민 문학적 특성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한 점이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골계(滑稽)
골계란 희극미를 말한다. 골계는 '한'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국 문학의 특질을 형성한다. 즉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기보다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건강한 삶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 골계는 대부분 평민들의 미의식이며, 특히 조선 후기의 평민 의식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
1. '봉산탈춤'<노장과장>과 <양반과장>에서 노장과 양반의 허위 의식 비판
2. 정약용의 한시(哀絶陽 등)에 보이는 사회 비판
3. 채만식의 '태평천하'에서의 식민지 중산층 비판
4. '아리랑 타령' 등 민요에서의 현실 비판
(5) 무속(巫俗)적 세계관
무속적 세계관은 우리 민족의 사상의 가장 밑바탕에 흐르는 것이다. 이 무속적 세계관은 무가(巫歌)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현대 문학에 와서도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 '바위'등에서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6) 불교 사상
불교의 전래 이후 우리나라에서 불교는 종교적, 사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된 만큼 문학에서도 중요한 특질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한용운의 시에서처럼 불교적 세계관은 탁월한 민족문학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7) 유교 사상
유교사상은 처음에는 실천유리로서 수용되었고 고려 말에 체계를 갖춘 철학인 성리학이 수용되었는데,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문학의 경우 '계녀가사'에서 그 직설적 표현을 볼 수 있고, 정인보의 시조, 이육사의 선비정신 등에서도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3. 현대 문학에서의 한국문학의 특질 문제
(1) 김소월의 경우
김소월은 시의 정조(情調), 율격(律格), 주제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전통 지향적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매우 낯익고 익숙하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한은 국가를 상실한 한민족의 보편적 정서에 깊고 넓은 울림을 일게 했다.
(2) 이상의 경우
이상은 김소월을 기준으로 하면 매우 낯설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상의 문학에는 한국문학의 특질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상이 고민했던 문제는 일제 하 식민지 지식인이 고뇌해야만 했던 문제였다. 그 고민상이 이상의 문학에서 일종의 전형적 모습을 얻은 것이다. 그러니까 특질이란 있어 온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생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4. 문화의 교류와 주체적 수용의 문제
문화간의 영향관계는 주종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굴절이라는 현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식문화론, 전통단절론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겠지만 상당수의 문학사가들과 문학연구가들은 외국의 원형이론과 한국에서 작용된 事實態 사이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생각해서, 한국의 것을 틀렸다고 주장한다. 외국에서는 이러이러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러이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 찾아내기는 문학에서는 틀린 문학, 옳은 문학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점과 문학에서의 영향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그것 자체의 오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입, 이식, 채용 등의 상업적 의학적 용어 때문에 그러한 정신적 혼란이 일어났겠지만, 문학에서의 영향이란 그렇게 직선적이지 않다. 그것은 마치 빛과 같아서 그 빛을 받아들이는 물체에 따라 굴절한다. 그 굴절은 한 문화를 수용하는 토양의 성질에 따른다. 한국문학은 서구문학의 단순한 모방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문학은 서구문학과 함께 세계문학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영향을 주종관계로만 파악할 때, 소위 복고주의자들의 입장만을 더욱 단단히 해 줄 따름이다.
5. 한국 문학의 역동성
위의 여러 견해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문학의 특질에 관한 이해는 해석의 시각과 관심에 따라 그 내용에 적지 않은 편차가 있다. 또 연구자가 처해 있었던 시대 상황과 정신적 배경도 여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문학의 특질이란 손쉽게 추출되는 몇 개의 개념으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다면성을 띤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유의되어야 한다. 그러한 다면적 특질이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어 온 것이 바로 우리 문학의 역동성이며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