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진~한 열매 주렁주렁…
판매 수익이 학비로 쓸 만큼 넉넉해 '대학나무'라 불렀대요
유자나무
한겨울로 접어드는 지금 완도, 고흥, 해남 등지에선 한창 유자가 막바지 수확 중입니다. 이 지역에선 향긋한 유자 향이 느껴지는 겨울이 되면 집집이 주렁주렁 달린 유자를 따느라 분주합니다. 높이가 어른 키 두 배 남짓한 나무 한 그루마다 노란빛의 울퉁불퉁한 유자가 수백 개씩 달려 초록빛 두꺼운 잎과 대비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죠. 과거 먹을 것과 수입이 부족한 한겨울에 유자를 수확하고 판매한 수익은 자녀 학비로 쓸 만큼 넉넉했대요. 그래서 예전엔 유자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불렀답니다.
유자는 귤, 유자, 레몬과 같은 '운향과' 식물입니다. 운향과 식물은 향이 강한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는 식물입니다. 운향과 식물끼리는 세대를 지나며 유전자가 잘 섞여서 유자나무는 귤속 식물 간의 교잡종으로 알려졌답니다. 유자나무는 운향과 식물 중에서도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가장 향이 진하고 맛이 새콤한 열매를 맺습니다.
유자 향이 진한 것은 '리모넨' 때문입니다. 리모넨은 레몬이나 귤, 오렌지와 같은 감귤류의 껍질에 많이 함유된 성분입니다. 흔히 '시트러스' 향이라고 표기한 제품에는 리모넨이 첨가돼 있어요. 리모넨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지만 않으면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혀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에 많이 사용하는 성분입니다.
또 유자에는 펙틴과 같은 당분과 구연산이라는 산성 물질, 비타민C 등 다양한 성분이 어우러져 있어요. 그래서 유자를 먹으면 새콤한 맛을 느끼면서도 감기나 식중독을 예방해 건강에 도움이 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자를 얇게 썰어 설탕이나 꿀에 절여 청으로 만들어 차를 마시거나 천연 방향제로 사용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잼이나 젤리, 단팥묵, 식초 등으로 만들고, 화장품 향기나 효능이 있는 추출물로 활용하는 등 유자를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알고 보면 유자나무는 원래 중국 양쯔강 상류 지역이 원산지인 외래종입니다. 장보고가 840년 신라 시대 문성왕 집권기에 당나라에서 얻어 와 남해안에 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그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유자에 관한 공식 기록은 조선 시대 '세종실록'에 등장합니다. 세종 8년(1426년)에 전라도와 경상도에 유자를 심고 작물에 맺혀 있는 열매 수량을 보고하도록 했대요.
유자는 중국 일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나는 과일입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더불어 유자를 재료로 한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죠. 일본은 우리나라 또는 중국 베이징을 통해 유자를 접한 것으로 추정해요. 지금은 식물의 전파 방향과 반대로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자 가공 제품을 중국으로 역수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