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의 한 다가구주택에 사는 직장인 A씨(35)는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 부부와 심하게 다퉜다. 슬리퍼에 매트까지 깔았고, 창문에 방음처리까지 했지만 아이의 소음이 크다는 항의가 이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 것이다. 그는 집주인에게 주택 내벽에 금이 가 있는 등 부실하게 지어졌다고 항의했지만 집주인은 '건축업자와의 연락이 끊겼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자보수를 위해선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이사하기로 했다.
#. B도시공사의 매입임대주택은 시중 임대료의 30% 수준임에도 지난해 27%의 공실이 발생했다. 곰팡이가 피어있는 등 부실시공한 주택이 많아 세입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들 다가구주택 상당수는 건축주가 직접 시공한 건축물로 알려졌다.
비교적 규모가 큰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 대한 규제에 비해 단독·다가구주택의 기준이 느슨하면서 부실시공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 및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공사비 3억원 미만 공사현장의 재해율은 120억대 공사현장의 4배가 넘는다. 재해율도 2.70%로 120억대 0.17%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다.
3억 미만 공사의 상당수가 중소 건설업체나 전문건설업체, 건축주 등이 사업주체다. 특히 단독·다가구주택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에 따르면 연면적 661㎡(200평) 이하 주거용 건축물이나 495㎡(150평) 이하 창고·축사 등 비주거용 건축물은 예외적으로 건축주의 직접시공을 허용하고 있다.
당시 건설공사 시공자 제한 범위를 다룬 건산법은 개인의 자가주택 건설이나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율성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자신이 살 주택이나 소규모 영업에 쓰일 건축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직접시공능력을 보유한 건축주가 거의 없고 직접시공 허용범위가 넓다보니 개인이 건축주로 신고한 뒤 위장업체를 내세워 대리 시공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건축주 직접시공으로 신고하고 실제 직접시공한 경우는 10%가 채 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는 위장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식이다. 이중에는 건설업 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자도 상당 수다.
특히 무자격 업자는 면허업체(건설업 등록업체)에 비해 싼 값에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건축주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자격 업자는 간이과세자로 인정받아 부가가치세(10%)를 아낄 수 있고, 매출 증가에 따른 소득세도 아낄 수 있다. 탈세로 아낀 돈의 일부를 건축비용으로 충당해 '싼 값에 지어주겠다'며 건축주를 유혹하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사후관리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축주가 자신을 시공자로 위장 신고한 상태에서 부실시공이 발생할 경우 건설업자를 고발하기 어렵다. 자기자신이 감리대상이다보니 공사 단계에서 엄정한 감리를 기대하기도 힘든 구조다. 일례로 2014년 거제에서 발생한 '장평동 기울어진 다가구주택' 사건은 무리한 직접시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축주가 무면허업체를 통해 다가구주택을 짓고 분양한 뒤라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업체는 엉터리 시공을 하더라도 건산법 등 관련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반면, 건축주의 책임은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축주의 직접시공이 가능한 소규모 주택은 2014년 29%, 2015년 24%에 이른다. 대형 건설업체 시장인 아파트를 제외하면 각각 76%, 60%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20만가구가 소규모 주택이다. 이를 가구당 33㎡(10평)으로 추정할 경우 약 6조원 시장(평당 건축비 300만원 가정시)이 탈세에 노출돼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현행 건산법에 건축주의 직접시공 범위를 연면적 85㎡ 미만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에 건축사의 설계 범위가 85㎡ 이상임을 감안하면 국민주택규모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개인의 건축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라는 법안의 목적과 달리 세금 탈루나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 문제까지 겹쳐있다"며 "건축주의 직영 시공 허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