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통증에 말을 거는 글쓰기' 4주간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4주는 너무 짧은 시간이더라고요.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ㅠㅠ
4주간 우리는 나와 딱 달라붙어 있던 질병과 통증을 조금 낯설게 보기도 하고, 미워만하던 그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고, 나의 질병 이야기를 여행기로 다시 써 보기도 하고, 병을 통해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얻은 것은 무엇인지 가늠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나지요. 고통없는 삶은 없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는 아픈 몸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습니다. '건강'이 신화가 된 사회에서, '질병'이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아픈 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우리의 고통은 남달랐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질병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질병을 성장의 기회로 삼으라는 말은 진부하고 가혹합니다. 질병과 씨름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힘든데 성장까지 하라니요?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질병이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많은 것을 주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피부병으로 두 달 동안 걷지 못하다가 겨우 걸을 수 있게 됐을 때, 공원 입구에서 밤새 거미가 쳐 놓은 완벽한 모양의 거미줄에 이슬이 맺힌 걸 봤어요. 그때 저는 '아마 건강했다면 빨리 걷느라 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했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가자들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질병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됐다고. 은둔의 시간을 가지며 신과 독대하게 됐다고. 엄마가 나를 엄청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내가 어떤 모양이든 어떤 속도이든 그건 중요치 않으며 그저 '존재함'만으로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래서, 이 병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병이 있다고 해도 "너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들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꽃피워낸 단단한 그녀들을 존경합니다. 부디 남은 시간, 질병이 우리에게 준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그래서 종국에는 죽음까지도 우리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프로그램이) 병이 힘들고 짜증나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걸 바꿔줬어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나를 관통한 것 같긴 한데 표현할 수 없었거든요. 글쓰기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참가자의 후기
질병, 나이듦, 돌봄에 관한 책 읽기 & 글쓰기 함께 해요~
https://cafe.daum.net/friendwithmind/OFKb/159
첫댓글 울컥, 감동이네요.
저도 한 허약 & 저질체력 & 온갖 신체화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위로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감사해요~
죽음이라는 사건도 내 이야기로!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