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후기 올리는게 오랫만이네요. 다녀온 생각하면서 가볍게 읽어보세요.
요즘 몸이 많이 안좋았다. 학교일로 스트레스와 격무가 겹쳐 맘도 몸도 매우 힘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다이빙이었지만 갈 수 있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이빙 가자’라는 말이 나오면 마음은 벌써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집에 가서 대충 짐을 챙기고 서둘러 사무실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앗, 나의 실수’ 오늘이 금요일인것을 까먹었다. 금요일은 39번 도로가 꽉 막혀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6시 30분쯤 출발했는데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8시쯤 되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날아오는 봉환이, 현연이, 영로형의 따가운 눈총에 기가 팍 죽었다. 그래도 다행이 지혜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이 기다림의 지겨움보다 살짝 위에 있었는지 반갑다는 인사부터 해왔다. “지혜야~~, 사랑한데이~~”
하지만, 경재가 픽업되자 마자 하는 소리에 다시 한번 기가 죽었다. ‘아~ 머야~ 날 밝을 때 떠나야 가서 당구라도 한판치지~~. 누구야, 누가 이렇게 늦게 왔어.’
“그래, 내가 늦게 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 내가 날아올까? 그동안 숨겨왔던 날개라도펴고 하늘을 날아올까?”
“근데 어쩌냐, 어제 날개 빨았더니 아직 안말라서….”
" 그래도 어떻게든 일찍와야지."
“고뢔, 그럼 안되겠다. 사람불러야지.”
“경재야 사람불러라. 헬기조종사로….”
용인에 들려서 요즘 도 닦고 계시는 영도형 태우고 횡성휴게소에서 한우로 저녁을 먹고 목적지 보보스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기어이 술한잔하고 자야겠다는 경재의 성화에 어떻게 생겼는지 찾을 수도 없는 낙지매운탕과 짭짤느끼한 스팸, 마른오징어로 간단히 소맥두잔 찌끄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늙어가는 탓에 새벽잠이 없어진탓에 일찍 일어나 밖을 살펴보니 바람은 거의 태풍수준으로 불고 있었지만 바다는 잔잔하여 한 숨을 돌리면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그렇게나 맛있다는 식당을 가서(정말 맛있었음. 담에 여행가면 꼭 들려야지. 하지만 식당에 가서는 먹지 마세요. 꼭 해변가나 리조트에서 주문하세요. 그래야 이면수가 나와요.ㅎㅎㅎ)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먹었다. 하지만 어디가도 꼭 이런 사람 한명 있다. 남들 먹는거 안먹고 혼자만 다른거 시키는 사람. 누굴까요? 황태해장국 먹은 사람 누굴까요~~~?
다들 지난 여름캠프에 왔던 곳이지만 나는 오랜만에 오는 보보스리조트에 도착하였다. 짐을 내리고 장비를 점검하던 중 들리는 경재의 탄식소리.
“아~~ 내 드라이가방 안가지고 왔어요?”, “미치겠다. 엊그제 사무실 들렸을때 내려놓을까 하다가 그냥 왔더니...”
경재 드라이슈트가방을 미처 챙겨오지 못한것이다. 미안해하는 영로형은 보보스사장님 붙잡고 드라이하나 빌려주려는데 보보스사장님은 맞는 것이 없다며 웻슈트에 조끼를 내놓으신다. 할 수 없이 조끼에 웻슈트를 입고 잔잔한 파도에 위로를 삼으며 문어대가리 찾으러 바다로 나갔다.
드디어 첫 번째 포인트, 인공어초 포인트에 도착하였다. 경재와 지혜와 내가 버디를 하고, 영로형과 영도형, 현연이와 봉환이가 버디를 하고 입수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오는 다이빙이라서 그런지 영 불안했는데 결국엔 지혜가 입수가 불안하여 오르내리기를 하다가 내가 버디를 놓치고 영도형,현연이,봉환이와 바닥에서 만났다. 뭐~ 지혜와 경재는 호승이형은 원래 결정적일땐 다 버리고 간다고 투덜대긴했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의 애로점이 있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 싶다. 에휴~~ 니들도 귀 빵구나봐~~.
어쨓든 우리 네명은 큰인공어초가 아닌 작은 인공어초에 도달하였다. 인공어초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는데 이게 뭐야~. 문어와 커다란 물고기가 동시에 보였다. 하지만 작살은 없었기에 물고기는 포기하고 문어를 잡으려는데 이 놈이 슬금슬금 움직이길래 반대편으로 잽싸게 돌아가서 봤더니 ‘아~~ 없다.’ 한참을 헤멨지만 결국 못찾고 다른 동료들도 시야에서 사라지고, 방울소리듣고 가려는데 시야가 않좋아서 덜컥 겁먹은 마음에 다시 인공어초로 돌아와서 놓친 문어찾다가 멍게만 몇 개 주어서 그냥 올라오고 말았다. 아~ 정말 미치겠다. 그 찾기 힘든 문어를 봤는데 놓치다니.
“ 다 알지? 바다밑에 가면 문어를 그냥 주어오는 거 아니라는거. 바닥훑고 다녀야 겨우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한다는거. 그런 문어를 놓쳤으니 얼마나 속이 쓰리겠냐고요~~”
어쨓든 그래도 올라오면서 소세지도 쏘고 안전정지도 하고 무사히 첫 다이빙을 마쳤다. 다행이 추워서 트러블이 있을것 같아 걱정했던 경재도 좋았다고 하고(리조트로 이동중에는 추워서 혼났음), 망태기가득 담아온 영도형의 놀랄만한 채취능력에도 감탄하면서 그렇게 첫다이빙을 무사히 마쳤다.
두 번째 다이빙은 첫다이빙에서 소득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던 영로형의 문어에 대한 적극적인 채집본능으로 자연짬으로 향했다. 두 번째 다이빙은 리조트사장님의 동료(?)인 두분과 함께했다. 이번에는 나와 경재, 영로형과 지혜, 봉환이와 현연이 영도형이 버디를 하고 하강줄을 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입수를 하였다. 낮은 수심이었기에 보보스사장님께서 실컷 놀다오라고 하셨다. 첫다이빙에서 약 25m, 25분정도 다이빙을 했기에 10미터는 한 40분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대가리를 바닥에 심고 눈을 부라리며 문어찾아 삼만리를 하던 중, 문득 바위틈에 두 눈을 껌뻑거리며 바깥세상(째끄만한 것들이 재롱피며 노니는 바다속)을 고즈넉이 바라보고 있던 대물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작살이 없었기에 빨리 경재를 불러 위치를 알려주었다. 아~ 그런데 경재가 작살을 장전하고 쏘려는 순간 이놈이 어찌 눈치를 챘는지 도망을 가버렸다. 경재도 아쉬워하고 나도 아쉬워서 작살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다. 정말 컷는데…. “ 경재야, 맞지? 정말 컷지~~?”
아무런 소득도 없이 경치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니기를 35분쯤 될 때 경재가 올라가자고 한다. 처음에는 추워서 공기를 많이 써서 그런줄 알았는데 올라와서 보니 추워서 더 못있겠어서 그랬단다. 원래는 빨리 올라오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참고 참았단다. 내가 아쉬워 할까봐서…. “ 고맙다. 경재야. 그렇게까지 내 생각을 해주다니. 근데 그런거 말고 어떻게 한 4천정도 땡겨주면 안될까? 하하하”
같이 들어간 보보스사장님 동료(?)덕분에 맛난 문어도 먹고, 해삼도 먹고, 멍게도 먹고, 회도 먹고, 소주도 한잔 맛있게 걸치고 나니 집에갈 시간이 되었다. 장비 가방을 챙기고 차에 탑승하자마자 술기운과 피곤함에 골아떨어졌다. 즐거운 다이빙이었다.
오랜만에 바다구경 잘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았다. 맨날 만나면 하는 말이 애들이야기기는 하지만 내 얘기 들어주고 나를 좋아라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 바다는 참 좋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참, 멋지다. 당신들….” “ 그냥 있어도 멋지다.” “사랑한데이~~”
첫댓글 드라이 사건은 다시 생각해도 웃겨요~ㅋㅋㅋㅋ 오랜만에 함께여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저....공기통 혼자 옮기다가 손목 나갔어요..ㅠㅠ 개해제 때는 완전 편한 입수!! 젤 먼저 내려가서 기다려야지!!
어떻게 하지. 할 수없다. 사람불러야지~~
역시 후기는 형을 따를 자가 없다. 오랜만에 절로 웃음이 났다. 고맙데이. 근디 사천은 뭐할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