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당에 대한 충성이 1주일 만에 변했다” |
북한을 휩쓰는 韓流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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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는 사실상 90년대 중후반 끝이 났다. 각종 자료와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배급을 받는 비율은 10명 중 2~3명 꼴. 2000년대 이후부터 상당수 주민이 장마당을 통해 알음알음 먹고 사는 꼴로 달라졌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배급제 붕괴는 체제의 붕괴다. 군과 당 간부, 군수산업 종사자 등 20~30% 인구를 빼고는 배급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건 북한이 70~80%는 무너졌다는 것을 뜻한다. 총·칼로 찍고 김일성 우상화에 눌려 저항할 용기를 내지는 못해도 ‘이대론 안 된다’는 주민들 마음은 막기가 어렵다. 속으로 주민이 정권을 버리는, 변화의 씨앗이 커가는 것이다. 북한주민의 정신세계 변화를 이끄는 촉매 중 하나는 한국의 영화·드라마이다. 2011년 통일연구원 강동완 박사와 서울대 박정란 박사가 최근 펴 낸 ‘한류, 북한을 흔들다’는 책은 최근 탈북 한 이들을 인터뷰한 보고서다. 이 책은 북한체제가 얼마 남지 않았고 한국이 이를 촉진할 수많은 수단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뷰한 탈북자 가운데 CD나 USB, 외장하드 형태로 유통되는 남한의 드라마·영화를 매일 보았다는 이들도 34%에 달했다.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북한 9개 道(도)에 거주한 33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인 점을 고려할 때 분명 북한 내 韓流는 상상 이상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 정권은 外部(외부)정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텔레비전도 땜질을 해 채널을 고정해 놓았고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CD 등을 통한 남한 영상매체 시청도 엄격히 처벌한다. CD ‘한 알(한 개)’ 당 가격 역시 1000원~3000원 정도로 북한에서 쌀 2~3kg를 살 수 있는 큰돈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아무리 지독한 獨裁(독재)도 막지 못한다. 남한 방송 수신이 가능한 지역민들은 땜질로 고정된 채널을 리모컨으로 돌리거나 중국서 들여온 小型(소형) 텔레비전으로 몰래 ‘아랫동네(남한)’ 방송을 즐긴다. 전기가 안 들어올 땐 중국산 배터리를 이용해 텔레비전과 CD 플레이어를 작동한다. ‘한류···’ 책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고성·함흥·청진 등 바닷가 지역은 24시간 남한방송 수신이 가능하며 사리원 지역도 새벽 2시 ~ 4시에 수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의 탈북자 응답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장군의 아들’, ‘올가미’였고 드라마는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이었다. ‘한류, 북한을 흔들다’에 나오는 탈북자 인터뷰 결과는 흥미롭다. “수십 년 당에 대한 충성이 단 1주일 만에 변했다”는 탈북자들 증언도 나온다. 북한주민들은 남한 영상매체에서 보고 듣는 모든 걸 통해 충격을 받는다. ‘한류···’에서 인터뷰한 탈북자들이 드라마·영화를 통해 놀랐던 사실은 “부모 방, 부부 방, 아이들 방을 따로 따로 쓰는 것”, “밥상에 흰쌀밥에 대여섯 가지 반찬이 오르는 것”, “여성이 자동차 운전하는 것”, “천국과 같은 놀이공원(롯데월드)”, “북한에서 우리는 나무로 불을 지피는데 남한 드라마에 가스 불을 켜는 것” 등 다양했다. 한 탈북자는 “한국에서 치마를 기워서 입는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남한 드라마는 장면마다, 상황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어 놀랐다. 북한의 배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가지 종류의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남한 드라마가 너무 재미나 3일 동안 잠도 안자고 보고 또 보았다”, “지금까지 속고 살았다는 생각에 적개심마저 들었다”, “옆집에 잘사는 아이도 한국에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는 탈북자 증언도 나온다. 드라마가 衝擊(충격)-忿怒(분노)-脫出(탈출)로 이어지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만드는 셈이다. 남한의 드라마·영화가 북한을 바꾸는 독립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평·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컨텐츠가 다른 不安요소들과 결합하면 북한사회 전체를 급변시킬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류···’의 필자들 결론처럼 남한 영상매체가 북한의 수령독재를 무너뜨릴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 될지 모른다. 아래는 ‘한류···’에 나오는 탈북자 증언. “남조선은 헐벗고 굶주렸다는 교양을 받고 자랐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전혀 달랐다. 집의 거실을 보면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거기에 일반인이 살 수 있다는 점도 놀랐다.(탈북자I)” “나도 저런 나라에 가서 한 번 살아 봤으면...남한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는 거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속고 살았다는 생각에 적개심마저 들었다(탈북자J)” “너무 재미있어서 마약같이 느껴졌다.···영화를 보고 한국에 거지가 없구나 생각했다. 옆집에 사는 애는 북한에서 대단히 잘사는 아이였는데 한국에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드라마 보고 지금까지 속아 살았다 생각했다.(탈북자K)” 북한주민은 남한 영상매체를 보면서 자본주의가 결국 자유롭게 일하면서 일한 만큼 자기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북한에서 왜 자본주의처럼 내 능력만큼 일한 것을 내가 다 가질 수 없는가 생각했다.···자본주의가 결국 자기가 번만큼 먹고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교육은 돈 있으면 살고 돈 없으면 죽는다고 가르쳤다. 실상과는 전혀 달랐다.(탈북자M)” “북한에서는 학교교육이 남한에 가면 거지가 많고 미군이 인권 유린한다고 나온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다. 미군 강점으로 인해 자기 마음대로 활동도 못한다고 배웠다. 어디 가나 거지가 있다. 하지만 드라마 볼 때 드라마에는 거지가 안 보이고 북한과 비교가 안 됐다.(탈북자L)”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이 정말 자유롭고 편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북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 것이 안 된다(탈북자N)”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면서 연상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서 자유롭고 나이가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에서는 사랑이라면 조건, 토대, 당원 여부, 집안이 백두산 줄기인지. 행불자가 있는지 경제적으로 잘 사는지를 먼저 따진다(탈북자O)” 남한 영화·드라마 유행은 ‘서울 말씨’ ‘거지머리’ ‘쫑대바지’ 등 남한 스타일도 유행시켰다. 주민들은 ‘아랫동네’ 생활을 엿보며 “저런 세상에서 살아봤으면”하며 탄식하다 강을 건넌다. 그리고 “벤츠를 타고 고향 가는 꿈”으로 소망을 키운다. “남한에 가면 우리 같은 북한 사람들은 화장실 청소나 해주고 살겠지. 우리가 가서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남한에 와서 보니 우리 일할 자리는 쌓여 있더라. 식당일은 천지에 널려 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을 요구한다. 무조건 운전을 배워서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가는 환상을 가진다. 까만 벤츠를 타고 고향 가는 꿈을” 트위터 : @Ourholy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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