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31일, 금요일, Route E30 near Vostochnoye, no name hotel (오늘의 경비 US $33: 숙박료 $23, 점심 230, 식품 410, 환율 US $1 = 64 ruble) 오늘도 쉽게 왔다. 보통 때보다 30분 일찍 오전 5시에 출발해서 40km를 달려서 10시 반에 오늘 밤을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 중 이렇게 일찍 도착한 적은 없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더운 날씨였는데 최고 30도까지 올라갔다. 어제와는 달리 대부분 포장 갓길이 없거나 적었는데도 그제 같이 고생하지 않았다. 교통량이 좀 적었던 것 같고 갓길은 부족해도 도로는 좋았다. 언덕도 어제보다 적었다. 목적지에 가까워 오면서 도로가 고속도로 같이 양방향이 분리된 널찍한 도로로 바뀌었는데 한쪽은 아직 개통이 안 되었다. Ufa가 가까워 오면서 도로가 새 도로로 바뀌는 것 같다. 어제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생긴 일이다. 어제 오후에 피곤해서 잠깐 낮잠을 잤는데 그 때문인지 항상 저녁 8시가 되면 졸리기 시작했는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 뒤척거리다가 언제 잠에 들었는지 밤새 뒤척거리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4시 경에 일어났다. 이번엔 옷과 신발을 잘 가져왔다. 등산화 대신 편한 워킹슈즈를 가져온 것도 잘했고 여행용 바지 대신 보통 입는 바지를 가져온 것도 잘했다. 가져온 바지는 검은 색인데 얇은 “폴리” 천으로 만들어서 여행용 바지만큼 가볍고 “쫄 바지” 비슷하게 몸에 잘 맞는 바지다. 가벼워서 편하고 몸에 잘 맞아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바지 자락이 자전거 체인에 걸리지 않는다. 야영 도구와 자전거 펑크 수리를 위한 물건들만 없다면 짐도 정말 가벼웠을 것이다. 수년 전 야영 도구 없이 Brompton 접이식 자전거로 여행할 때는 짐이 정말 가벼웠었다. 며칠 전 만났던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 "Andrew"의 옷차림과 자전거가 생각난다 (Route E30 near Krasnyy Yar 여행기 참조). 그는 지난 30여 년 간 매년 2,000km 이상 자전거 여행을 했다는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그의 옷차림과 자전거가 가장 나에게 맞는 옷차림과 자전거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짐은 이틀에 한번 꼴로 야영을 하기 때문에 나보다 많을 수 있는데 옷차림은 나보다 더 간편하고 무엇보다도 자전거가 내 것보다 더 마음에 든다. 내 자전거는 무겁고 투박한데 그의 것은 아주 가볍고 날렵해 보인다. 나는 유명한 장거리 여행용 자전거라고 해서 Surly Long Haul Trucker 자전거를 샀는데 너무 무겁고 투박하고 내 몸에 잘 맞지도 않는다. 내 자전거는 후진국의 나쁜 비포장도로를 많이 달리는 데는 좋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거의 100% 포장도로를 달리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자전거다. 자전거를 또 바꿔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오늘 숙소는 이번 여행 중 최악이다. 곧 폐업할 것 같은 곳이다. 방에서 쾨쾨한 냄새도 나고 음식도 형편없다.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방은 500 루블인데 화장실이 딸린 방으로 달라니까 1,500 루블이다. 화장실 때문에 1,000 루블을 더 받다니 너무 하다. 그래도 화장실이 딸린 방에 들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4개월을 계획했으니 4분의 1이 지난 셈이다.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내일도 다시 40km를 달린다. 너무 적게 달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고생이 덜 되어서 좋다. 현재 위치와 오늘 달린 자전거 길 어제 밤을 잔 캠핑장 같은 숙소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들판 아름다운 호수를 지나갔다 호반 휴양지 같은 마을이 보인다 어디를 보나 넉넉한 경치다 끝없이 펼쳐진 도로 트럭은 많고 갓길은 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