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장수 문명으로 가는 과도기 속에서 노인 인구의 증대와 더불어 하나의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긴 생명의 연장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그동안에는 불치병이었던 많은 병들이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이른바, 병과 함께 살아가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웰빙과 더불어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자세를 가지면서 마무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다.
사망학 이란 용어는 죽음과 죽음을 앞둔 일에 대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을 배우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죽음’이란 단어는 모든 것을 상실하게 만드는 막연한 두려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며, 소중한 사람들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두려움은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삶의 징벌이며,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나 단절이 우리 인간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없던 병을 만들어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일반 사람도 죽음 앞에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실제로 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정서적인 스트레스는 오죽하랴.
불치병을 안고 현대의학에서 치료 불가 판정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 선택으로 요양원을 선택하게 된다. 요양원에서 그들의 삶이란 몸의 완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가족들에게 덜 미안하며 자신의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늙어가며,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삶을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삶을 잘 마무리하는 과정 또한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死者-書)는 죽은 자들이 다음 생을 태어나기 위해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죽음의 안내서이다. 죽은 순간 몸에서 분리된 영혼이 방황하며 길을 잃지 않도록 길을 안내하도록 하는 영혼의 길잡이인 책인데, 인도의 경전 <바그바드 기타> 8장에서 크리슈나는 제자인 아르주나에게 말한다 “인간은 육신을 버릴 때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음의 삶을 얻으리라. 그의 생각이 몰두해 있는 그 상태를 그는 얻게 되리라.” 우리의 과거의 생각이 우리의 현재를 결정짓는다. 인간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삶에 대한 피해 의식, 불안과 공포로 삶을 마감한다면 그의 영적 여행은 어떤 길로 흐르게 될까. 두려움과 누군가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면 그것은 영원한 증오의 윤회의 사슬이 될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한 방법으로 음악은 그들의 상처를 위로해 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테레사 슈로더는 음악 죽음학에 있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슈로더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에서 일하던 중 사람들이 사망한 노인의 시신을 부주의하게 취급하는 모습에 고통스러워하며, 죽음의 끔찍한 공포 앞에 때로는 잔인하게, 불안정하고 이기적이게 변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안정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곁에서 가만히 그들을 위로하는 찬송가를 부르며 죽음을 축복하자, 광적이던 노인들은 그녀의 몸에 기대 비로소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떠한 말의 위로 넘어 그들의 상처를 말없이 용해시켜 버린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이러한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축복하는 노래를 부르며 영혼을 위로할 때 비로써 죽음에 대한 무거운 부담을 진 시간을 해방하며, 삶을 살아가게 되며 심신을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것도 멜로디요. 삶을 마무리하는 것도 멜로디일 것이다. 삶의 집착을 덜어주고, 떠나는 시간을 축복해 주는 아름다운 작업을 우리가 해줄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한 극심한 공포도 줄어들며, 웰다잉을 준비하는 성숙된 삶의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