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 기자실에 전윤철 감사원장이 불쑥 찾아왔다. 그는 공보 관계자에게서
브리핑룸 전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년엔 기사가 많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요즘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연일 인화성이 짙은 메가톤급
감사계획이 쏟아지고, 내부에선 조직개편과 인사개편도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일로 취임 1개월을 맞는 전 원장의 ‘개혁성향’까지 더해지면서, 감사원 안팎에서는
‘파워 감사원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쏟아지는 메가톤급 감사=전 원장 체제 이후 감사계획은 쉼이 없다. 전 원장은 가장 먼저 국회가
요청한 남북협력사업, 민주화운동기념사업, 선갑도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사업, 다목적 헬기사업 등
5개 사업에 대한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이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카드 부실과 관련,
내년 1월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외환운용 특감도 추진키로 했다.
전 원장은 또 연말까지 부처별 주요사업 460개를 분류, 추진상황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국고보조금과 지방예산을 각각 절반씩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지원하는 매칭펀드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대겠다고 했다. 끝간 데 없어 보인다.
◆내부 대혁신=전 원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감사원 내부에서 거세게 몰아쳤다. 그는 ‘1국 2국 3국’하던
조직을 금융재정국, 건설물류국, 사회복지국 등 실명으로 바꿨다. 이례적으로 감사위원에 민간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기도 했다.
인사는 더욱 파격적이다. 전 원장은 최근 각 국장에게 ‘꼭 필요한 사람’등 직원들에 대한 면밀한
분류를 지시, 이를 바탕으로 조직개편 준비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면평가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전 원장은 감사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일반감사도 감사의 대상과 목표,
계획 등을 명확히 하는 등 수준을 향상시켜 특별감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변화의 동력은 ‘전핏대’의 힘=문민정부 시절에 이어 ‘파워감사원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은
전 원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전임 이종남 원장 퇴임후 ‘감사원 부활’을 위해 경영 비전이 있으면서도 소신이 확고한
전 원장을 데려오기 위해 물밑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풍부한 경험에 ‘전핏대’로 불릴 만큼
확고한 소신까지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기획예산처 장관, 경제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경륜을 키워왔다. 감사원 사상 처음으로 국회 청문회를 거치기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