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손님이 없는 날이면 '출근한 것이 무슨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손님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 같다. 그러
니까 어제 손님이 많이 왔으면 평균이라도
맞추려는 듯 오늘은 손님이 없고 종일 조용한
것을 말한다. 그래도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문 닫기보다는 여는 편이 나았다.
책방은 돈을 벌기보다는 있는 돈을 까먹는
구조로 운영됐다. 동네책방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보다 책을 비싸게 사 올 수밖에
없었고, 할인에 적립까지 해주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정가에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한 소비자' 들은 이런 동네
책방들을 찾지 않았다.
'시간 제약 없이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거점을, 내가 마련하면 어떨까?' 를 생각
했다.
나는 이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책방 겸
카페를 열었다. 그것도 코로나가 창궐
하던 시기에, 조금은 무모하게 열었다.
책방이 생기길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찾아
왔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디저트보다 독립
서적과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더 환영하는 듯
했다. 무언가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굳이
타지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 서둘러 독서 모임을 꾸리고 운영
했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방을
오래 지켜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책방이 모두의 공간으로 자리하기
를 바라는 내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통장을 확인하는 순간 사람들의 응원
이 공허해졌다. 인건비는커녕 더 이상 잉여자
금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언제까지 이 책방을 지킬 수 있을까. 나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당장이라도 그만
둘까, '오늘 그만두면 다음 달 월세는 굳겠지'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히니 : 노동조합 활동가로, 여성청년독서모임
운영자로 지냈다. 평생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고향 포항에서 독립서점 겸 수제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앞으로 배울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글쓰기라 믿는다.
4차 산업혁명을 몸소 느낀 건 책방을 열고
나서였다. 매년 줄폐업하는 동네 책방과는
달리 온라인 서점은 날로 비대해졌지만,
그건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소비하는 나로서는 꼭 내
책방이 아니더라도 많은 책방이 오래도록
자리 지켜주기를 바랬다. 책 팔아 떼돈
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일을 걱정하는
하루살이로 살아야 할 줄은 몰랐다.
최근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떠났고 그 이유는 다양했다. 직장, 학교, 느슨
한 네트워킹, 찾아보기 힘든 문화공간...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들이 떠나갈 때면
서글픈 마음을 애써 감추고 '포항은 내게 맡
기라'는 익살을 부린다. 하지만 상실감으로
생긴 내상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떠난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을 찾는 일은 언제나
고되고 버겁다. 하지만 안다. 아직 이곳에
남아 뭐라도 하려고 꿈틀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우리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기서 이것을
나눌 사람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