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화
'좋은 영화'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웬지 그것보다 '슬픈 영화'라고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슬프다는 것은 혼자라는 이야깁니다. 아무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슬프지요.
혼자일 때는 북치고 장고치고 다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얼마나 외롭고 슬픕니까?
마더 김혜자는 혼자 였어요. 남편도 친척도 없어요.
아들 하나 키우고 있어요. 근데 그 아들이 살인용의자가 되어
수감되었어요. 얼마나 슬퍼요?
모자라는 자기 아들이 설마 죽이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나서서 진범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마더'의 과거가 거울처럼 비쳐지는 데 정말 슬펐어요.
하필 죽은 여학생의 삶이 '마더'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 같았어요.
원조교제를 하고 쌀을 받아서 치매할머니를 돌보다가 죽은 여학생의 삶도 그래서 슬퍼요.
그 아이도 혼자입니다.
주점 '맨하탄' 집 마담도 혼자고, 그 마담의 딸도 혼자고, 그 아이와 놀아나는 것들도 모두 혼자입니다.
곁에 아무도 없는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슬플 수 밖에요.
그나마 곁에 사람이라도 있는 등장인물은 유일하게 아들 원빈 뿐입니다.
그것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유였습니다.
"마더"
그렇다면 주변에 든든한 빽이 있어서 무슨 사건이 났다면 집안에 판.검사들이 줄즐이 나서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퍼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로얄 패밀리'라고 해서
혼자가 아닐까요?
따지고 보면 그들도 혼자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유복하고, 집안 짱짱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더 고급스럽게 타락하고,
'마더'처럼 찢어지게 없이 사는 이들은 좀더 비참하게 망가진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얘기를 봉 감독이 그려내고 있어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 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지어냈을까?"
이 글을 읽고 계신 귀하는 혼자가 아니십니까?
귀하에게는 귀하가 당한 억울한 일을 신원해 주는 분이 있으신가요?
돈이나, 빽으로 말고요. 진실로, 진리를 가지고 원수를 갚아주시는 분이 있냐는 질문입니다.
내 아픔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파야하는 '제로섬 게임'같은 원수 갚음이 아니라,
얽힌 실타래 풀듯이 나도 살고 너도 살아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늙은 마더 김혜자의 춤사위가 한이 아니라, 기쁨이 되게 하는
그런 후원자가 있냐는 물음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요.
혼자는 외롭지요~ 당근.
어머니가 있으면 좋지요. 어머니. 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