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에 관한 이야기..

이글은 월간 도예 99년 2월호에 실린 글을 올린 것 입니다. 분청사기 글쓴이 |1999 02 -------------------------------------------------------------------------------- 분청사기 초보자를 위한 도자기 컬렉션 가이드(II) | 하진규 분청사기는 고려왕조의 몰락을 배경으로 고려청자가 조선왕조 건립 후 유교 및 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조선백자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독특한 우리 도자문화의 상징이다. 학술적인 배경은 가급적 생략하고 1360년경부터 임진난까지 약 180년 정도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품으로서 고려청자의 귀족적이고 장식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유분방하고 현대적 감각이 살아있으며, 회화와 비교하자면 마치 근현대 추상화적 분위기를 느끼는 예술품으로, 일본을 비롯한 서양미술사학계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처럼 정선수비(水飛)된 태토로 만들어지지 않아 기벽이 두텁고 장식이나 문양들이 섬세하기보다는 대담하고 자유스럽다. 대체로 초·중기에는 인화·조화·박지문양이 주종을 이루다가 귀얄과 덤벙문양이 주종을 이루면서, 충남 유성소재 계룡산 가마에서 생산된 철화분청, 소위 「계룡산 분청사기」가 주종을 이루게 된다. 덧붙여서 미리 언급하고자할 점은 분청사기는 이처럼 기벽이 두텁고 (계룡산사기의 경우는 제외) 장식이나 문양이 현대적이어서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초보 컬렉터들은 처음부터 분청사기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미학적인 음미를 충분히 한 후에 자신의 주관을 세워 컬렉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1) 색상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처럼 은은하고 명랑한 느낌을 주는 비취옥색의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색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시대별, 양식별로 명품에 가까운 기준 색상이 다소 다르다. 다만 태토 위에 덧붙인 백토분장과 유약이 반응하여 발색하는 Ivory나 Beige 색톤이 얼마나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느냐가 좋은 색상과 그렇지 않느냐를 구분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색상이라는 가격변수는 청자처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으나, 모든 예술품의 기본적인 충족조건이란 점에서 여전히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변수이기는 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데로 분청사기가 가지는 현대미학적인 독특한 점 때문에 자유분방한 조형미와 문양 등이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2) 희소성 이번에는 고미술품을 경제적 논리인 수요공급곡선에서 검토해보자. 희소성이 있다는 것은 공급이 0(zero)에 가깝게 접근하여 일정한 수요만 있다면 가격은 천장부지로 치솟게 된다. 그러나 수요가 없으면 아무리 희소성이 있어 공급이 제로에 가깝게 접근하더라도 가격이 형성되지가 않는다. 바로 이점이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라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미학적 조건을 갖춘 작품, 다시 말하면 누가 보아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중에서 희소성이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번 고려청자편을 읽은 독자 중에서 이 희소성 부분에 대해 별도의 가격변수로 논할 수 있느냐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신 분이 있었다. 물론 희소성이란 것이 문양·기형·용도 등의 각각 변수에 의해 좌우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명품으로 선정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동시에 자칫 잘못하면 박물관에만 전시되어야 할 작품을 일반적인 명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이런 부분 때문에 컬렉션에 실패한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별도의 변수로 취급코자 하였다. 분청사기에는 희소성의 가치는 조선백자나 고려청자와의 경우와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분청사기의 형태는 고려청자에 비해 특이한 기형은 별로 없으나 문양에서만은 희소성이 크게 강조된다. 초기 인화문 분청대접이나 사발의 경우 문양자체는 인화문으로 찍어 희소성이 강조될 것이 없지만 대접 가운데에 당시 관청명이 쓰여진 작품의 경우 다른 작품에 비해 희소성이 있어 고가로 거래된다. 손으로 조각된 조화, 박지문 호나 병의 문양은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 매우 드물지만 물고기나 새 또는 용 문양의 경우에는 명품급으로 급상승하게 되며, 특히 철화분청에 와서는 물고기 특히 비늘이 힘있게 도안된 쏘가리가 있을 경우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3) 형태(조형미) 고려청자에서 오리, 동자, 기린 등 상징적인 동물형태를 한 작품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작품에 비해 엄청나게 고가로 거래된다. 그러나 분청사기의 경우는 고려창자에 비해 형태미에 있어서 그다지 다양하고 화려한 기형이 없다. 매우 드물게 연적, 필세 등이 있으나 조형미는 고려청자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일반적 형태의 병·호의 경우는 곡선미나 비례미보다는 문양을 더욱 중요한 변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가격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4) 문양 및 기법 분청사기의 문양은 고려시대의 불교·도교적 문양과 조선초 유교·성리학에 바탕을 둔 문양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우선 경상도 지방의 관요에서 주로 보여지는 인화문 문양보다는 전라도 지방에서 손으로 조각된 박지, 조화문양 등이 상대적으로 고가의 작품으로 거래된다. 상감기법도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일반 상감기법보다는 면상감 또는 역상감기법으로 조각된 작품을 상품으로 친다. 철화분청의 경우 문양을 붓으로 그렸기 때문에 문양내용에 따라 가격차이가 많은데, 특히 물고기가 그려진 작품의 경우 최하 몇천만원 이상을 호가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분청초기 상감, 인화, 조화 기법의 분청사기에도 적용되어 왔는데 특히 철화분청의 경우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5) 용도 고려왕조 몰락 후 분청사기가 탄생된 시점에는 전국에 도자소가 많이 생기고 상류귀족층뿐 아니라 중인들까지도 점차 사용이 확대되고 있었으므로 남아있는 유품 중 관 또는 궁에 진상된 비율이 고려청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편이다. 따라서 관이나 궁에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글씨가 새겨진 대접이나, 문양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한 작품은 관이나 궁에 진상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 이런 작품은 그 격을 높게 인정받을 수 있어 고가에 거래된다. 6) 보존상태 분청사기를 초보자가 컬렉션하기에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깨진 부분 수리한 곳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적외선등(Ultra Violet)을 어두운 곳에서 비추면 식별이 가능한데 잘못 사용하면 망막을 상할 수가 있어서 장시간 관찰을 하면 안된다. 당시에는 매장문화가 있어 높은 직책의 귀족이 죽은 후 그 사람이 사용하던 용기들을 무덤에 같이 매장시켰는데 이때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도자기의 목부위나 구연부 등을 깨서 묻었다고 알려진다. 따라서 격이 높은 작품의 경우 완전한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컬렉터는 분청사기를 구매할 때 완전한 작품은 아예 손도 안대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데로 분청사기는 근작과 진품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깨졌던 작품이야말로 진품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와 비교하면 분청사기는 보존상태에 의한 가격 차이는 훨씬 적다. 7) 연대 분청사기는 약 180여년 동안 유행하다가 조선백자에 흡수되었던 관계로 연대차이에 의한 가격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학술적으로도 문양 및 기법들에 의한 연대구분이 50∼60년 차이 정도밖에 없어 연대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학자도 있다. 이상의 가격결정변수를 종합해 볼 때 고려청자와는 전혀 다른 상대적인 중요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문양 및 기법은 상대적으로 가격비중이 훨씬 높고 색상 및 희소성은 다른 도자기와 유사한 중요변수로 인정되나, 나머지 변수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함수식으로 풀면 아래와 같이 표현될 수 있겠다. 가격P=ax(문양 및 기법)2+bx(색상, 희소성)+c(형태, 용도, 보존상태, 연대) 필자약력 | 81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현재 (주)한국미술경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