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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기행
태국의 수도 방콕, 휴양도시 푸케
*태국 여행.
태국은 아시아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불교의 나라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세기 동안 외국인들에게는 씨암(Siam)으로 알려져 왔다. 면적은 약 51만 평방km이고 인구는 6,500만 정도. 서쪽과 북쪽으로는 미얀마, 북동쪽으로는 라오스, 동쪽으로는 캄보디아 그리고 남쪽으로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문화적, 종교적 교차지다.
지형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북부는 산악지대로 생산성 높은 집약적 농업이 행해지고 있다. 동북부는 코랏분지다. 강우량이 적어 농산물 재배가 어렵다. 벼농사, 밭농사, 축산업이 병행되고 있다. 중부지방은 차오프라야강 삼각주다. 기름진 평야지대다. 벼농사 지대로 태국 제1의 곡창지대다. 남부지방은 말레이반도의 일부가 된다. 대부분 산지로 고무나무가 많아 고무의 원료 채취가 주 산업이다.
수도는 방콕이고 인구 1천만 정도. 태국에서 하나뿐인 세계적 거대도시로 문화·상업의 중심지이다. 타이 만에서 약 40㎞ 떨어진 지점, 차오프라야 강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다. 기후는 1년 내내 덥고 습도도 높다. 연간 1,500㎜의 비가 내리는 차오프라야 강 삼각주 지대의 배수를 위해 전통적으로 인공수로 체계에 의존해왔다. 타이어가 공용어이고, 주요 도시로는 치앙마이, 콘캔, 핫야이 등이 있다. 주요민족으로 타이족이 82%, 화교가 13% 이다.
태국은 동남아 여행의 출발지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개방화를 추진해서 활발하게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친근한 느낌을 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외국 여행이 처음인 친척들이 모처럼의 해외여행으로 태국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자연스런 느낌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태국의 수도 방콕과 잘 알려진 여행지인 푸케 휴양지다.
우리 일행이 인천공항에서 방콕으로 출발한 것은 2001. 8, 16. 오전이다. 10시 3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3시경에 방콕에 도착했고 바로 국내선으로 옮겨서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오후 5시경에 푸케에 도착했다. 푸케는 태국 남부, 말레이 반도 서해안 안다만에 위치한 태국 최대의 섬으로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남쪽의 진주로 불리는 푸케섬은 말레이어로 ‘산이 많은 아름다운 섬’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휴양도시 푸케의 게이쇼
푸케는 넓이 약 20km, 길이 약 50km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자치권을 갖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7개의 읍, 45개의 면, 남쪽으로는 8개의 읍, 15개의 면으로 구분된다. 푸케시는 이곳의 행정중심지이자 주요 항구로 안다만 해의 상업 중심지 역할을 한다. 이 항구를 통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미얀마 등과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섬은 파타야와 더불어 매력적인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길게 펼쳐진 해안과 수목이 우거진 언덕. 뜨거운 태양과 고운 모래사장 그리고 얕은 수심과 잔잔한 파도 등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이 섬에 소속되어 있는 피피섬과 시밀란섬은 세계 10대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이 올려져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스킨스쿠버, 파라세일링, 스노클링, 윈드서핑, 낚시 등을 즐긴다. 골프장 시설도 아주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푸케에 도착하자 관광지로 유명한 파통타운(Patong Town)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6시에서 8시경까지 사이몬 게이쇼를 관람했다. 게이란 여장 남자를 일컫는다. 얼굴 모양이나 목소리는 여자인데 실제로는 남자다. 춤과 노래로 관광객을 즐겁게 하는데 그들이 남자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자라고 가이드가 몇 번이나 확인해 주었다.
태국을 흔히 게이의 나라라고 한다. 게이는 남성이 여성되기를 희망해서 여성적 옷차림과 여성적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나라에 게이가 많게 된 원인을 버마와의 29년 전쟁에 그 원인을 찾는다. 전쟁으로 군대에 차출된 남성들이 대거 죽게 되어 남성이 맡았던 직장의 상당부분을 여성이 맡게 되었다. 지금도 직업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남성의 직장이 적어짐으로써 남성은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젊은이들이 편히 살기 위해서 여성되기를 희망한다. 남성이 성전환을 해서 여성이 되는 경우, 여성 선망의 게이들에게 정부에서 적절한 직장을 알선해 주는 일도 게이의 증가를 가져온다. 우리가 본 게이쇼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는 관광수입의 65%를 매춘사업에 의지한다. 라이브 쇼가 정부적 차원에서 허용되고 있다.
게이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더불어 이곳에서는 a)성전환 수술 b)자궁 절개 수술 c)유방 성형 수술이 발달해 있는데 가난한 자들은 유방성형에 실리콘을 사용하지 못하고 콘돔에 소금물을 넣는 방법의 수술로 유방이 썩는 부작용도 겪고 있다고 한다. 게이로서 제일 문제가 성대의 변환이다. 남성적 목젖을 줄이기 위해서 양치 후에 하아타이(세척 가루비누)로 가글을 한다. 그 결과 목젖이 녹아들기도 하고, 그래서 성대를 망치기도 한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정도다. 유방을 늘리기 위해서 수술도 하고, 여성적 피부를 간직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미스 타이로 뽑힌 여자(4번째)가 나중에 게이로 판명된 경우도 있다. 그만큼 게이는 실제의 여자와 거의 구분이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은 남자의 성기를 지니고 있다. 6-7세 정도에서 게이로 인식된 자들은 6-7세의 성기로 멈추어 있어서 골격 자체가 여성적이다. 사춘기가 지나서(16세 전후) 게이가 된 자들은 기술적인 화장술로 위장하지만 남성적인 골격을 숨기기 가 쉽지 않다.
숙소로 정해진 카말라 호텔은 야자수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의 야자나무는 매우 축복받은 나무로 인식되고 있다. 이곳 토질이 석회질이어서 물을 그냥 마실 수가 없는데 다행히 야자열매에 양질의 음료수가 있어서 그것으로 식수를 해결한다. 야자수의 a)잎은 지붕 덮개, 의자, 책상 가리개. b)목질은 높이 20미터까지 자라는데 물에 썩지 않아서 수상가옥 말뚝, 서까래 등으로 쓰인다. c)열매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열매속의 물은 음료로, 열매의 속살인 코코넛은 과자로 쓰이고 줄기는 코르크로 그리고 일부는 숯으로 만들어 침대나 베개 속으로 쓰이고 겉 통은 화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야자수 한 나무에 열매가 매년 60 - 80개가 열린다. 나무가 너무 높아서 원숭이를 훈련시켜 따기도 한다. 원숭이의 목에 줄을 매고 나무에 오르게 한 다음에 엉덩이를 막대로 들쑤시면 화가 난 원숭이가 야자열매를 따서 던지게 된다. 그렇게 야자열매를 수확한 다음에 원숭이에게는 고생한 대가로 한 다발의 바나나를 선물로 준다. 이런 방법으로 훈련된 원숭이를 동원해서 야자열매를 딴다는 것이다.
야자수 이외에 고무나무가 삼림의 주종을 이룬다. 생고무 채취는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에 주로 채취한다고 한다. 낮에는 금방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노동자 월급은 1달에 5만원 정도. 그래서 학생 아르바이트가 많다. 모두들 관광사업에만 종사하려고 해서 노동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피피(PhiPhi)섬 관광
바통 지구의 카말라 호텔에서 일박하고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에 호텔식 뷔페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 30분에 바통지구를 대충 돌아 본 다음에 버스로 출발하여 휴양지인 피피섬(PhiPhi)에 도착한 것은 10시 30분경이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쪽빛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1시간쯤 자유시간을 즐겼다. 12시를 전후해서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시 30분에 산호초 구경에 나섰다. 파도가 약간 이는 바다여서 보트 위로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섬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산호초의 군락지에 내려서 산호초 관광에 나섰다.
산호초는 바다 속 풍경이어서 잠망경을 쓰고 물속을 헤엄쳐야 했다. 물안경과 산소 빨대의 사용이 서툴러서 한동안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져서 바닷속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바위에 붙은 산호의 모습과 그 사이로 헤엄치는 열대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파도가 일어 물빛이 흐린 탓으로 오래 살피기가 쉽지 않았다. 동해안에서 성장한 나의 경우는 우리의 동해안 바다 속 풍경보다 그리 나은 것 같지가 않았다. 1시간여의 산호초 관광을 마치고 해안으로 돌아왔다.
후일담이지만 이 아름다운 피피섬이 쓰나미 피해로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해저 화산 폭발로 갑작스레 일어난 물기둥이 섬의 상당부분을 휩쓸었고 그리하여 관광객들이 떼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이지만 자연은 때로는 뜻밖의 재앙을 가져온다. 그래서 자연에 대해 항상 경외의 마음을 지녔던 옛 선조들의 자연의식을 떠올리게 된다.
오후 5시, 한국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코끼리 트레킹에 나섰다. 코끼리를 타고 고무나무 숲을 도는 것이다. 코끼리는 그 거대한 덩치에 비해 너무나 온순한 놈들이어서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코끼리를 타고 걸으며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
오후 8시에 다시 파통타운으로 돌아온 우리는 모두 발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태국관광의 필수 코스가 발 마사지다. 1시간 동안 정성껏 해주는 발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싶었다. 일정이 너무나 빠듯해서 친척들이 한 방에 모여 열대 과일로 환담을 즐기려던 계획은 그저 시늉만으로 간단히 끝내고 취침에 들어갔다.
*독사연구소와 코부라
다음날은 아침 7시 반에 식사를 마치고 8시 반에 출발해서 토산품점엘 들렀다. 그리고 독사 연구소에 들러서 연구관의 설명을 들었다. 태국은 뱀이 흔한 나라다. 연간 사망자의 60%가 뱀에 물려 죽은 경우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코부라다.
독사 연구소에서는 코부라의 독을 연구한다. 코부라 종류는 대체로 3종인데 한 마리가 알을 40개 정도 낳는다. 그리고 부화의 성공률이 90%에 이른다. 이곳엔 코부라 중독사가 많다. 코부라가 더위를 피해서 물속에서 잠을 자는데 벼농사를 지으려고 물속으로 들어갔던 농부들이 잠자던 코부라에 물리는 것이다. 그런데 코부라에 물려도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독이 온 몸에 퍼지게 될 때가지 특별 처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국의 전봇대나 집 기둥이 모두 4각으로 되어 있는 것도 뱀과 무관하지 않다. 뱀은 각이 진 기둥을 한 번 이상 휘감을 수 없다. 등뼈의 구조 때문이다. 코부라의 맹독성은 유명하다. 인부들이 고무나무진을 채취할 때도 코부라에 물리는 일이 많다. 고무나무는 한낮에는 금방 그 진이 굳어지기 때문에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채취한다. 인부들이 코부라에 물리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금방 졸음에 빠진다(5분 이내). 코부라 해독제를 제때에 주사하지 않으면 금방 죽게 된다. 근래에는 해독제 병원 표시를 따로 하고 있다. 흰색 십자 표지에 코부라 그림이 첨가된 병원은 코부라 해독제를 비치하고 있는 병원이다.
숲이 많고 습기가 많은 지역이어서 뱀이 서식하기에 좋다. 3월 - 5월은 너무 더워서 뱀이 여름잠을 잔다. 6월-8월이 우기인데 뱀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주민들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건기인 11월에서 1월사이다. 이곳 사람들은 뱀에 물려서 죽는 것도 운명이라 여겨서 뱀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맹독성의 코부라 보다도 토께라 불리는 파충류다. 팔뚝만한 놈으로 도마뱀 비슷하고 등에 비늘이 솟아 있다. 한 번 물면 몸통이 토막지어도 이빨을 놓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목을 토막 내고 이빨 하나하나를 뽑아내야 한다. 통증이 굉장하다.
코부라에서는 a)항암제의 원료를 추출한다. b)가죽이 특별하다. 각종 가죽제품을 만든다(고가의 수출품이다). c)화장품의 원료가 된다. 미용에 좋다. 껍질의 약효 때문이다. 뱀은 피부병이 없다. 이상하면 허물을 벗어 버린다. d)뱀고기는 생선처럼 말려서 포도 뜨고, 굽고, 삶고, 가루로 만들어서 널리 식용으로 쓰인다. e) 뱀의 쓸개는 간 치료에 특효약이다. 웅담과 같은 효과다. 유랑이 있는데 단백질 저장창이다. 코부라가 6개월간 잠잘 수 있는 것도 유랑 때문이다.
그 밖의 동물로는 왕궁의 상징인 코끼리와 도마뱀과 개와 고양이다. 코끼리는 왕궁에서 존경하는 상징물이다. 미얀마와의 전쟁 때 승리의 직전에 흰 코끼리가 나타나서 상서로움을 보였다는 일화가 있다. 도마뱀은 해충인 모기와 개미 등을 잡아먹는다. 매우 유익한 동물로 여겨서 사랑받는다. 집의 천장이나 벽의 틈서리에 흔히 발견된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안에서도 여러 마리 발견 되었는데, 모두들 메뚜기나 여치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북쪽 치앙마이 같은 곳에서는 도마뱀술을 즐겨 마신다. 잡거나 쫓거나 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는 조상신이 환생된 것이라 믿는다. 사람이 죽으면 개나 고양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개로 3번 고양이로 2번 환생 한 다음에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동물을 가두거나 묶어두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떠돌이가 된 개나 고양이는 피부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서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한다.
*해상국립공원 팡아만
독사연구소에 들러 코부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에 국립해상공원이 있는 팡아만을 향했다. 팡아만 일대는 바다 멀리까지 자라고 있는 맹글로브 숲과 하롱베이를 연상케 할 만큼의 기기묘묘한 섬들의 모습과 석회암 동굴들이 있어 국립공원으로서 명성이 높다. 그리고 바다에 만들어져 있는 해상가옥도 좋은 관광꺼리다.
바다는 잔잔하고 경치는 수려하다. 바다로 나가는 긴 수로에는 맹글로브숲이 우거져 있다. 국립해상공원으로 이르는 뱃길은 강물처럼 수로를 형성하고 있는데 열대 삼림이 우거져 있다. 바닷물에는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육지식물인 바나나, 파인애플 등도 잘 자라고 있다. 밀물에는 나무의 둥치까지 잠겼다가 썰물에는 뿌리부분이 모두 노출된다. 밀물과 썰물에 쓸려서 흙이 쓸리고 그래서 나무의 뿌리들이 서로 엉킨 채 허공중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에 육지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지가 점차로 가라앉으면서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동안 나무들이 그런 환경에 적응되어서 바닷물에도 견디는 것으로 보인다. 바닷물이 차는 곳까지 나뭇잎은 견디지 못하고 시들었지만 뿌리들은 서로 엉켜서 허공에 드러났어도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맹글로브 같은 특정 수종이 많긴 하지만 육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숲을 이룬 모습을 보면서 나무들의 적응력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보트를 타고 팡아만의 절경인 수 백 개의 석회암 바위동굴로 다가갔다. 바위섬들이 다양한 형상으로 돌출되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바위섬들은 어떤 것은 수면과 수직을 이루며 돌출해 있고 어떤 것은 등을 구부린 모양을 하고 있거나 군데군데 높낮이를 형성하며 솟아 있다. 그중에서도 007 시리즈 영화의 야외 촬영무대가 되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제임스 본드 섬"은 특히 경치가 뛰어났다. 배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석회암 동굴에는 박쥐가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산기슭으로 오르내리는 원숭이의 무리들도 구경꺼리였다.
점심때에 맞추어 이곳의 명물인 회교도 수상가옥을 찾았다. 팡아만 하구에 20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집단 부락이 있다. 바다에다 말뚝을 박고 수상가옥을 짓고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말레이지어 원주민 3가구가 120년 전에 태국 당국에 상륙허가를 신청했으나 허가 되지 않아서 이곳에 수상가옥을 짓고 생활을 시작한 것이라 한다. 태국 정부당국은 이민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륙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상륙되지 않은 상태의 바다생활은 막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정착하기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98세의 촌장을 모시고 2000여 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부락이 된 것이다.
이곳에서의 생업은 대부분 어업인데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 즐비했다. 콘크리트로 된 중심도로를 끼고 말목의 기둥들이 갯벌에 박히고 가옥이 형성된 것이다. 마을의 길옆의 가옥은 상점이고 뒤쪽은 살림집이다. 이 수상 마을에 모스크사원, 학교(초, 중학교), 발전소, 보건소 같은 공공건물도 있었다. 처음엔 1가구가 관광객을 위해 식당을 차리자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는 바람에 지금은 배의 선착장 부근 전체가 큰 식당가로 변했다. 관광 일정이 점심시간에 맞물려 있어서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육지로 나가지 않고 수상마을에 머물러 살다보니 대부분 근친결혼이어서 주민들 대부분 서로 인척관계라고 한다. 여자는 16세부터 성인으로 대접 받고 일찍부터 결혼하는 조혼 풍속이 있다. 후손들이 타지로 나가려고 하지 않고 계속 머물기를 희망해서 주민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잡은 생선을 육지의 농산물과 물물교환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상가옥의 형태라 생활오수를 그대로 방류하는데,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간만의 차가 상당함) 저절로 청소가 된다. 주민들은 그 바닷물로 샤와도 하고 생활용수로도 사용한다. 식수는 육지에서 사오기도 하지만 비가 내릴 때, 집집마다 항아리에다 비를 받아서 식수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 수상가옥에선 이슬람식 해선요리가 유명한데 그 외의 메뉴로는 볶음밥, 생선튀김, 오징어볶음, 꽃게카레볶음, 과일 등으로 다양하다.
*수도 방콕의 이모저모
팡아만 관광을 마치고 밤늦게 방콕으로 왔다. 방콕은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라 기대가 컸다. 그래서 방콕의 밤풍경도 대충 보고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일정은 8시 기상, 9시 아침 식사, 10시 왕궁 구경, 11시 반 수상가옥(방콕 빈민가) 보트 관광. 오후 1시 한국식당 점심. 오후 2시 보석 백화점 오후 3시, 서민들의 골목길 구경. 오후 5시 호텔 시푸드점 바다요리 식사, 오후 7시 한국인 의사 방문, 진찰, 오후 8시 비행장 도착, 12시 공항 출발, 다음날 새벽 5시 15분(한국시간 7시 15분) 한국 도착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방콕 왕궁은 복합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은 18세기 이후부터 국왕이 머물렀던 공식 관저이다. 건축은 1782년 라마 1세 때 수도를 톤부리에서 방콕으로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여러 번의 증축 공사를 통해 계속 황궁이 확장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국왕인 푸미폰은 이곳에 머물지 않고, 치뜨랄다 궁에 거주하고 있다. 타이인들의 심장부와도 같은 이곳은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정취가 있다. 높이 솟은 궁전과 누각, 사원들은 모두 금박 잎새, 자기, 유리로 찬란하게 장식되어 눈이 부시다.
궁전은 차오프라야 강의 동쪽 강둑에 있으며 길이만 1,900m에 달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벽에서 나가면 강둑을 따라 운하도 설치되어 있다. 왕궁의 방어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궁전이 하나의 섬처럼 되어 있으며 이를 타이에서는 ‘랏따나꼬신’이라고 부른다. 왕궁은 라마 5세 때 서양식과 타이식을 병합한 것인데 1,2층은 서양식, 3층은 타이식이라고 한다.
왕궁 안의 사원에는 3개의 불탑이 보인다. 하나는 스리랑카식으로 황금빛 종 모양이고 석가의 사리탑이 모셔져 있다. 태국양식으로 유리 모자이크로 된 연꽃 모양의 사원은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캄보디아식인 옥수수 모양 모자이크 사원은 역대 임금의 유골(라마 1세에서 8세까지, 현재의 푸미폰 임금은 라마 9세)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대웅전 격인 에메랄드 사원은 에메랄드 불상을 정점으로 몇 개의 부처상이 나열되어 있는데 진짜 보석으로 된 에메랄드 불상은 1년에 3번 옷을 바꾸어 입힌다. 겨울용, 여름용, 봄가을용이다. 왕이 직접 옷을 갈아입히는 의식을 행한다. 이 사원은 태국 내 1900여 개의 사원 중 최고로 꼽힌다.
현재의 국왕 푸미폰은 한 명의 아내만 거느리고 있어서 서민층의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의 정식 이름은 굉장히 길다. 그것은 귀신들이 이름을 외지 못하도록 해서 오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왕궁 안에 장례식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절간마다 화장터를 갖추고 있어 화장 문화가 일반화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왕궁에서 시작하여 두씻 지역까지 뻗은 넓은 길인 랏담넌 거리와 그 주변도 볼거리가 많다. 날개 모양의 네 개의 기둥을 지닌 민주기념탑. 가운데엔 둥근 납골당이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의 시위가 열린 곳이다. 그 때 죽어간 영혼들을 위한 기념탑이다. 민주기념탑을 지나면 라마 3세의 동상이 있는 공원이 나온다. 공원 뒤편으로 뾰족한 탑이 몇 개 서있는데 이것이 '철의 사원'이다. 라마 3세 공원 왼쪽엔 흰색 성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요새가 있고 그 옆을 흐르는 운하를 건너면 위에 탑이 하나 보인다. 이곳이 푸카오텅. 황금산이란 뜻으로 인공으로 만든 산 위에 황금색의 탑이 서있다. 꼭대기로 올라가면 방콕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카오텅 뒤편엔 대리석으로 지어진 절이 나온다. 경내가 무척 아름답다. 불당안의 모습과 스테인드 글라스의 창문, 불상도 아름답다. 그곳에서 대각선 건너편은 현재 왕이 살고 있는 '찌뜨라다 궁전'이다.
궁전 구경이 끝나고 새벽 사원을 따라 황토빛 강 곳곳에 나무로 지어진 주택들, 배를 타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모인 방콕의 명소인 수상시장 구경에 나섰다. 파아팃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짜오프라야 강위를 다니는 교통수단으로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수상버스 구실을 하는 '르아 두안'이 있다. 강을 따라 위아래를 오가며 운행을 하는데 도로체증도 없고 강바람에 시원하다.
이곳에서는 태국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우파야(방콕강)강은 수심 20미터, 강가에는 수상가옥이 빼곡한 빈민층 가옥이다. 물에는 메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메기 먹이를 위한 빵 한 덩이에 20바트. 수상가옥에 큰 항아리들이 보이는데, 항아리가 하나면 아내가 하나, 둘이면 둘, 넷까지 아내를 거느릴 수 있다. 항아리 수를 보고 집안의 형세를 짐작하게 된다.
수상가옥을 구경하고 시장구경에 나섰다. 빠뚜남 시장은 방콕의 동대문 시장격이다. 수많은 옷가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티셔츠나 청바지 같은 것들이 눈에 띈다. 짜뚜짝 주말시장도 유명하다. 방콕에서 가장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다. 의류, 수공예품, 각종 장식용품, 불교용품, 도자기, 신발, 악세사리, 책, 가방, 식료품, 각종 애완동물, 전자제품 등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 명물 시푸드 시장에서 바다 음식을 들었다. 뷔페식으로 제각기 좋아하는 생선요리들을 선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왕새우나 바다 가제며 바다 게 등이 인기였다. 마침 일행 중에서 양주 한 병을 갖고 온 사람이 있어서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한 병 술이 금방 바닥나는 바람에 비싼 값을 주고 한 병을 더 구입해서 마셨다. 바다 생선 요리에는 역시 술이 있어야 제 맛이 난다. 여행이란 이렇게 눈, 귀, 혀를 즐겁게 해야 제 멋이다. 그리하여 여행의 대미를 즐겁게 장식할 수 있었다.
*태국인들의 의식과 삶의 지혜
태국은 매우 개성적인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게이의 천국이기도 하고 코부라가 우굴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동물에 대한 생각도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그들의 제도와 관습 등을 몇 가지로 나열해 보고자 한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고 78%가 초등학교를 마친다.(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의무교육을 실시함) 고졸 이상은 100% 취직 된다. 군인은 국민의 50%가 제비뽑기로 선택되는데, 그 중의 25%는 뇌물을 주고 면제를 받고. 나머지 25%만 군대에 간다. 그들은 미얀마와의 국경지대에 배치된다. 기후는 11-1월의 건기에는 밤이면 17-20도의 서늘한 날씨다.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서 국민들이 좋아하는 계절이다. 우기는 섭씨 37도의 고온인데 심한 경우는 45도가 넘는 경우도 있다.
집집마다 신주를 모시는 게 특색이다. 대부분 불교를 믿지만 개인 신은 따로 모신다. 집의 앞이나 옆에 사당을 세우기도 한다. 방안에 들어가도 신주가 있다. 4개 정도를 모시는 경우도 있다. 첫째는 천신, 다음에는 지신, 셋째는 부엌신, 넷째는 악귀다. 부엌신은 장난끼가 많다. 악귀는 심술이 많아서 잘 모셔야 한다.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같은 과일 한 두 개를 올려 놓기도 하고 작은 탕 그릇 두어 개를 올려놓기도 한다. 향불을 피우고 간단히 합장한다.
그들은 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회의하지 않는다. 누구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업의 운을 빈다. 집에 붉은 지붕을 올리는 것도 붉은 색이 악귀를 쫓아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큰 나무에 붉은 색실을 매달아 두기도 한다. 새를 키우기도 한다. 조롱을 방문 앞에 매달아 두는데 악귀가 새소리를 듣고 도망을 친다고 믿는다.
태국의 집들은 대체로 담이 없다. 첫째는 더운 지방이어서 통풍을 위해서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스님에게 보시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담 없는 집 앞에 보시할 음식을 내놓는다. 스님들은 탁발을 나온다.(절에서는 밥을 짓지 않는다.) 그리고 이집 저집의 보시 음식 중에서 적당한 양을 덜어간다.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은 복을 쌓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모두 시주를 바친다. 비구니는 인정되지 않는다. 여자는 절 옆에서 시중을 드는 정도다.
태국인들은 낙관적이고 태평한 성격들이다. 웬만한 어려움이 있어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그들은 흔히 말한다. “오늘을 즐겁게 내일은 몰라“ 개인적 신주 모시기도 그런 낙관성의 산물로 보인다. 신을 열심히 섬겨도 안 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태국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오토바이다. 태국은 여러 종류의 자동차가 수입된다. 유럽산, 일본산이 주류이고 한국산도 상당히 있다. 대부분 할부 판매다. 기름이 1리터에 500바트인데 비해서 물 값은 1리터에 2000바트다. 오토바이는 전 인구가 1인 1대씩이다. 특히 여성이 즐긴다. 백화점엔 전용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다. 앞 사람만 헬멧을 쓴다. 쟈킷을 입은 사람은 오토바이 택시다. 쟈킷이 구역을 드러낸다. 신속하게 사람을 날라준다. 자동차 면허증을 팔듯이 이곳에서는 쟈켓을 면허증 대용으로 사고판다. 도시의 중심가에도 시내버스는 드물고 대부분 지푸니 스타일의 택시와 툭툭이라 불리는 삼륜차형, 그리고 오토바이 택시가 대중교통의 중심이다. 태국 사람들은 도무지 걷기를 싫어한다. 한 발짝만 가도 차를 이용한다. 그래서 쉽게 달릴 수 있는 오토바이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태국인은 집에서 음식을 짓지 않는다. a)더운 기후로 원료 저장이 쉽지 않다. b)기질적으로 편한 것을 좋아한다. c)체질적으로 많이 먹지 않고 자주 먹는다.(안경 낀 자가 드물고 살찐 자도 드물다) d)사먹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 e)설거지가 싫다. 그런 태국인의 식성에 맞추기 위해서 포장마차 형태의 간이음식점이 식사시간을 전후해서 대거 등장한다. 점심시간 경우는 간이식당이 대기업의 직장 주변으로 몰리기도 한다. 태국인들은 아침과 점심은 간단히 때우고 저녁은 풍성히 든다. 그들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간이음식점에서 선택한다. 돼지고기 몇 점, 야채 조금, 빵 두어 개 하는 식으로 선택해서는 비닐봉지에 담는다. 집에서 식구들이 제각기 자신이 선택해 온 음식을 펼쳐 놓고 먹는다. 비닐에 쌓인 그대로 먹고 나머지는 비닐봉투째 버린다. 설거지가 전혀 필요 없다. 점심시간엔 직장 동료들과 역시 제각기 선택한 음식을 펼쳐 놓고 먹는다. 따라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간이음식점들이 식사시간을 전후해서 대거 등장한다.
고기 종류 같은 경우는 불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음식이 잘 부패하지 않는다. 적도 지역이어서 적외선이 매우 풍부하다. 고기를 햇볕에 내놓으면 저절로 살균이 된다. 그늘진 곳에서는 금방 벌레가 생긴다. 그래서 고기 진열장은 햇살에 노출되어 있다. 식수는 가공처리된 것을 사서 먹는다. 빈민들 중에는 빗물을 받아서 불순물을 가라앉힌 다음에 식수로 쓰기도 한다.
이처럼 살아가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자신들의 환경에 적절히 적응한 결과다. 그래서 그런 전통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삶의 양식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 전통은 오랜 세월 다듬어진 삶의 지혜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