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늦도록 봉봉님이 능이버섯과 싸리버섯을 쌈는다. 능이버섯의 국물맛과 버섯 자체의 맛은 일품이다. 싸리버섯은 독이 약간 있어 2일정도 흐르는 물에 담가 울고야 한다. 힘들게 쌈은 버섯의 국물을 박대장이 모르고 쏟아 낸다. 아쉽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 처음인 기쁨님은 새벽부터 박대장의 요리에 보조로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파 다듬기, 감자 깎기, 묵 젓기, 미역무치기, 두부조리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요리한 것들을 회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트레킹 5일째로 제스퍼의 자랑 마운트 미첼의 아름다운 산행로 Edith Cavell Meadows(에디프 카벨 메도우)를 오르는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다. 비가 약간씩 내리고 있다.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아마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발이 아파 샌달을 신고 싶지만 눈이 오고 녹으면 동상이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등산화로 갈아 신는다.
조금 오르니 인디언들이 밤낮으로 빙하 때문에 하얗게 빛난다고 부르던 ‘하얀 유령’ 즉 천사가 마치 날개를 펼치고 있다는 엔젤빙하가 보인다. 그 밑에는 빙하가 녹은 옥색의 호수가 반긴다.
엔젤빙하와의 만남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을 때 갑자기 우르릉 꽝꽝하면서 빙하 밑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마치 눈사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산악인들이 눈사태가 났을 때 생존확률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주변에 있는 불루베리를 따 먹으면서 오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침엽수림이 온통 눈으로 하얗다.
마치 크리마스마스 트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누군가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그 눈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는다. 눈이 온 후 하늘이 맑게 갠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눈 덮인 높은 산과 하늘과 맞닿아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계속 위로 오르니 더 많은 양의 눈이 쌓여있다.
엔젤빙하가 바로 눈앞에 보이고 피라미드 산으로 가는 지점 중간쯤에서 점심을 즐긴다. 허여사님이 눈으로 라면을 끓인다. 그 라면 맛은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려는 산악인의 느낌을 받게 한다. 눈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 그 맛 !
다시 피라미드 산을 향해 오른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뇌조 몇 마리가 먹이를 찾아 눈밭을 헤매고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높은 산에서는 들짐승이던 날짐승이던 먹이 찾기가 힘들게 마련인 것이다. 높은 산에서는 일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빙하를 밟아보려고 하였던 일정을 접고 다시 하산하기로 한다. 비록 빙하를 밟아보지 못하고 내려가지만 9월초에 많은 양의 눈을 맞으면서 걸어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행운으로 삼고 기쁜 마음으로 하산한다. 내려가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눈 덮인 산과 멀리 고봉들의 광경들을 가슴과 눈 속에 오래오래 기억되게 저장해 두련다.
Edith Cavell Meadows(에디프 카벨 메도우)트레킹을 끝내고 내려와 Athabasca Falls(아사바스카 폭포)를 감상한다. 오랜 세월동안 물이 흐르면서 여러 형태의 기이한 형상의 모습을 한 바위들과 폭포의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폭포를 둘러 본 후 휘슬러 정상으로 곤돌라(Jasper Skytram)를 타고 올라가 주변경관을 감상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려고 하였으나 구름이 쫙 끼여 있어 보이는 것이 거의 없어 주변만 배회한다. 막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구름이 걷히며 주변의 퀸엘리자베스 연봉들을 보여준다.
제스퍼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 앞산은 낮은 구릉 형태의 산이다. 나름 도시의 입지조건을 잘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Jasper East Cabins의 숙소로 돌아와 야외 바비큐와 한 잔의 술을 곁들이며 트레킹 하면서 느꼈던 좋은 여운을 오래도록 유지하려고 한다.
첫댓글 이번 록키팀은 보는 복이 대단한 분들이 모이신듯 합니다.
빙하 사태를 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행운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특히 빙하 사태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과 3주나 빨리 많은 눈이 내렸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운이 었죠.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운(運)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항상 행운이 함께 하는 드빙님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조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기에 하늘이 감동하사 ㅎ ㅎ ㅎ 믿습니다
맞습니다. 하늘도 우리의 편이었던 것 같네요. 눈이 오는 설경과 눈이 온 후 맑은 하늘의 광경과 눈 덮인 높은 산들의 모습~~~ 한마디로 아름답다고~~~
허여사님의 라면을 보니 그 옛날이 생각 나네요.
1959년 12월 31일,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때 소백산 국망봉에서 휘발유 버너를 이용해서 군용 항고(반합)로 떢국을 끓여 먹었다.
정말 물이 없어서 눈을 녹여서 떢국을 끓였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