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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4:45 http://blog.naver.com/mindprism/8005952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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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
선진 외국이나 대도시가 아니라 ‘깊은 산골’로 유학가는 역주행 사례가
마을마다 벌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산촌유학’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중이라도,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산촌의 학교를
다니고 시골살이를 체험하는 ‘산촌 유학’이란 기존의 생태캠프나 자연
체험 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22쪽)
“오색산촌유학센터는 아무런 철학도 시간도 프로그램도 없다”는 우성숙 씨는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이랑 천혜의
조건을 갖춘 설악산 오색에서 그냥 신나게 놀려고” 산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토피로 고통 받는 친구들, 부모님이 먹고살기 바빠 챙기지 못하는
친구들, 숙제 없고 학원 없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 친구들, 자연 속에서
자연과 같이 자연처럼 살고 싶은 친구들’이 우씨가 같이 놀고 싶은 아이들이다.
고산산촌유학센터 강령의 취지문은 ‘아이들은 자연이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학생들은 ‘나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늘 선서하고 마음에
새긴다.
(127쪽)
경북 예천 용문의 산촌유학센터에서도 가르치는 게 따로 없다. 굳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지 않는다. 시골살이 자체를 온통 교육프로그램으로
보고 일상을 가족이 되어 함께 생활할 뿐이다.
이곳에서는 우선 계절별로 농사체험을 한다.
씨앗 뿌리기, 김매기, 물주기, 잎 따고 열매 따기 및 캐기,
거두기, 잿간 화장실을 이용하고 자연퇴비 만들기, 호미. 삽. 괭이 사용하기
등이 있다. 사람으로서 먹고사는 기본적 활동들이다.
시골살이에 필요한 물건이나 놀이 기구 만들기도 소중한 교육이다.
나무의자, 비닐집, 방충망, 닭장 만들기, 담쌓기, 물총 만들기, 썰매 만들기,
연 만들기, 톱. 망치 사용하기 등을 익힌다.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온갖 나물과
꽃, 열매 등으로 산야초 효소, 매실 효소 만들기도 배운다.
우리 음식 만들기,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하기도 생활하는 데
요긴한 산교육이다.
동물키우기, 여름에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물놀이하기, 겨울에 썰매타기,
산에서 눈썰매 타기, 곤충 관찰, 아침산책하며 자연의 소리 듣기, 밤산책하며
별자리 관찰하기, 모깃불 피워보기, 땔감 준비하고 아궁이 불때기, 고구마. 감자
구워먹기, 도끼 사용하기, 장날 장보기, 운동화 빨아보기, 옷 개서 서랍장에
정리하기, 이부자리 개고 펴기, 자기 방 청소하기, 독서, 일기쓰기,
학과 공부하기 등... 산촌이 교실이고 일상이 교육인 셈이다.
- 정기석, <산골마을로 유학가는 아이들>, 『인물과 사상』2008년 12월호
★ 산촌유학이 대안교육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심각하게 토론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씨뿌리기, 자연퇴비 만들기, 썰매 만들기, 연 만들기, 별자리 관찰하기,
고구마 구워먹기, 장날 장보기, 아궁이 불때기 등의 행위를 시를
읽을 때처럼 입밖으로 가만히 읊조리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이다’로 시작한다는 어느 산촌유학센터의 강령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먹고사는 기본적인 활동들을
몸과 마음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산촌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 시대.
끔찍한 교육 광풍의 한 귀퉁이에서 그나마 이런 산촌유학이라도 이루어지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아님 슬픈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혜신-
[출처] 추천의 글: 정기석, 『산골마을로 유학가는 아이들』|작성자 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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