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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Ⅱ. 헌법재판소 결정과 내용 Ⅲ. 헌재 결정의 의미와 검토 Ⅳ. 주민등록법의 개정과 향후 과제 Ⅴ. 맺으며 |
Ⅰ. 들어가며
주민등록번호의 대량 유출 사고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발생하였으며,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면서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변경의 청구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었고, 이 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15. 12. 23. 2013헌바68 등 사건에서 주민등록법 제7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새로운 제도 구상에 헌법적 의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입법 개선의무를 확인하였다. 이후 종래와 달리 주민등록번호를 일부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주민등록법이 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공표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검토하여 그 특징 분석한다. 그리고 개정된 주민등록법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주민등록번호의 개선을 위한 목적별 식별번호 체계와 이를 위한 1단계 분리안으로 납세번호와 같은 대체번호를 조세ㆍ금융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와 불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세컨드넘버(Second Number) 제도 대안을 논의한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과 내용
1. 사건의 경과
2013헌바68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또는 온라인 장터의 개인정보 유출 또는 침해 사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현행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을 원인으로 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다.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각하되었다.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소송 계속 중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됨과 동시에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각하되자, 2013. 2. 27.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사건 계류 중, 2014년 카드사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개인정보의 유출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신용카드 번호와 카드 이용액 등으로 농협카드 7,200만 건, 국민카드 5,300만 건, 롯데카드 2,600만 건으로 집계됐다. 2014헌마449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2014년 1월 경 발생한 신용카드 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하여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다.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7조 제4항, 제8조 제1항 및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불법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변경절차를 두고 있지 않은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4. 6.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의 확장
2013헌바68 사건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을, 2014헌마449 사건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7조 제4항, 제8조 제1항,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2조’를 각 심판대상조항으로 삼았다.
그런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다수의견에서 심판대상을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보고, 심판대상조항을 동법 제7조 전체로 확장했다.
3. 기본권 침해 여부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이미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에 대한 사건 99헌마513 등에서도 인정한바 있다. 동 판결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으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2)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제도는 오늘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방, 치안, 조세, 사회복지 등의 행정사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며, 심판대상조항은 모든 주민에게 고유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이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에서 나아가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에 관한 정보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구축되고 그 번호를 통해 또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 기능을 하는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 또는 오ㆍ남용되는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ㆍ신체ㆍ재산까지 침해될 소지가 크고, 실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되어 각종 광고 마케팅에 이용되고 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등 해악이 현실화되고 있음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ㆍ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3)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할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개인식별기능” 약화와 “범죄은폐 또는 신분세탁 등의 불순한 용도로 이를 악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한다면 본인확인이 가능할 것이고, 이러한 점은 공인인증서(NPKI)나 전자관인(GPKI)이 1년 내지 2년마다 갱신되어야 하지만, 개인식별기능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한 바가 없다는 점에 의해서도 충분히 증명된다. (중략) 2010년 전후로 한해 평균 16만 1천여 명이 개명을 신청하고, 그 인용률은 94.1%에 이르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민에게 고유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주민등록번호 유출이나 오ㆍ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이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4)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이나 오ㆍ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침해되는 주민등록번호 소지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관한 사익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구체적 공익에 비하여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3)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이 사건에서 “부작위의 위헌성을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늦어도 2017. 12. 31.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18.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하였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진성의 반대의견과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었다.
Ⅲ. 헌재 결정의 의미와 검토
1. 주민등록제도와 유출사고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제도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 10월 15일부터 시행된 寄留制度에서 비롯되었다. 이때부터 호적제도와 거주자등록제도인 주민등록제도가 병존하게 되었다. 이후 1962년 5월 10일 법률 제1067호로 주민등록법이 공포 사행되어 寄留法이 폐지되고 국민들이 이름, 성별, 생년월일, 주소, 본적을 시ㆍ읍ㆍ면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것이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 31명이 청와대 습격 등을 목적으로 서울에 침투한 “1ㆍ21”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동법에서 5월 18세 이상의 주민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도록 하고(동법 제17조의8), 동 시행령 제3조에서 시장 또는 읍ㆍ면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도록 규정하였다. “주민등록번호는 위와 같이 도입된 이후 오랫동안 법률상 근거 없이 시행되어 오다가, 2001. 1. 26. 법률 제6385호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어 제7조 제3항에 “③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 대하여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이하 “주민등록번호”라 한다)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법률적 근거가 명시되었다.
ITㆍ스마트 사회의 진입으로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유출, 오남용이 심각해져,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4년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암호화 조치를 의무화하고(동법 제24조의2. 2016.1.1. 시행) 위반 시에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다(동법 제75조 제2항). 이에 따라 은행에서는 2014년부터 주민등록번호 사용이 전면 금지되고 관련 대응책이 다각적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정보보호 담당 공공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비밀번호 암호화’ 같은 기본적인 보호 조치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공사영역에 걸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4년 1월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 이에 대하여 시민단체 등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문제의식 있는 사람들의 대응은 입법, 사법, 행정적으로 제기되었다.
2. 국가의 보호의무
헌법재판소는 다수의견에서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발생되었거나 발생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입법조치 이전에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므로, 위와 같은 조치만으로는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즉, 헌재는 이 사건에서 국가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확인하고 2017. 12. 31.까지 주민등록법의 개정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국가의 보호의무에 대한 더 이상의 서술은 없었다. 하지만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의 침해는 사인에 의한 침해인 경우가 많으며, 이 사건에서도 사인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해당 제도에 대한 헌법판단이라는 전형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헌재가 국가의 보호의무를 전제로 한 위의 설시는 더 구체적이고 논증적이었으면 좋았다고 본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의 확대
(1) 다수와 소수의견
이 사건 2013헌바68 사건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을, 2014헌마449 사건 청구인들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7조 제4항, 제8조 제1항,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2조’를 각 심판대상조항으로 삼았다. 다수의견에서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위 조항들의 내용이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략)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러한 주장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는 조항인 주민등록법 제7조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관 이진성의 반대의견은 “청구인들이 입법부작위라고 주장하는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은 주민등록번호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방법에 관한 구체적 내용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그 근거규정인 주민등록법 제7조 제4항을 심판대상조항으로 삼아야 한다. 주민등록법 제7조 제4항의 위임을 받아 마련된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8조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이후 그 잘못된 기재를 바로잡는 ‘주민등록번호의 정정’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도 사후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고치는 제도로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은 주민등록법 제7조 제4항에 의한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방법’의 범주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하면서, “다수의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등록법 제7조 모두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으로 청구하지도 아니한 주민등록표 제도에 관해서까지 법적 공백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2) 검토
헌법재판소는 법적 통일성, 헌법문제의 일회적 해결 등의 관점에 필요한 경우에는 청구된 심판대상의 범위를 넘어 관련된 부분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권의 존중과 헌법합치적 해석 원칙에 근거하여, 심판대상을 축소하는 예도 많다. 그런데도 이 사건 다수의견이 심판대상을 확장한 것은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주민등록표 제도 전체”에 대한 정책적 재고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선해(善解)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제4항,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7조 제4항, 제8조 제1항,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2조’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법령은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시행령 제7조, 제8조이다. 따라서 주민등록법과 시행령ㆍ시행규칙의 변경이 함께 검토되어야 했다. 나아가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생년월일ㆍ성별ㆍ지역이 노출되는 것의 추가적인 문제도 시행규칙 제2조에 기인한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개선 입법은 위 법령의 전체를 검토하고, 그동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있던 주민등록번호 부여와 변경에 대한 주요 규정을 주민등록법 조문으로 입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2016.5.29. 법률 제14191호,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은 동래 행정차치부의 개정안에 근거하여 주민등록번호 제도 전체에 대한 대안적인 제안 없이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변경가능성만 규정하여 아쉬운 점이 많다.
4. 주민등록 정책과 헌법재판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정책에 대하여 어느 정도 관여할 권한이 있는지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 사건에서 입법권과 정부의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정책적ㆍ행정적 판단을 과도하게 개입하였는지를 다음과 같이 검토한다.
2인 재판관의 반대의견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여부는 위헌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취지, 목적 및 그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와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 각각 발생할 수 있는 피해, 혼란의 정도와 사회적 비용 등 다양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헌법재판이 정치와 입법정책에 관여하는 것을 혹자는 정치의 사법화라고도 한다. 이러한 예는 ①다수결 원칙에 의해 정책과 법에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수ㆍ약자의 권리보호, ②국회에서 과반수에 달하지 못하는 세력의 의견 반영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쪽도 국회의 다수결 기능을 전제하여 헌법재판소의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에 따른 법과 정책의 재검토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헌법재판이 정책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관료에 의한 의안제안과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을, 헌법적 원리로 재검토하는 점에서의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즉, 헌법재판을 통한 정책에 대한 기능적 권력통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행정부나 입법부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상호 경쟁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그 평가는 국민과 역사가 해야 할 것이다.
로버트 달(Robert Dahl)도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치체제의 존립에 필요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연방 법률과 행정 명령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본권과 관련된 영역을 넘어선 정책영역에서 연방대법원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권에 관하여 그 침해 여부 판단을 통하여 주민등록법과 주민등록번호제도에 대하여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의심할 것 없이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라 할 수 있다.
5.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1) 행정자치부 등의 입장
행정자치부는 이 사건 공개변론을 통하여 “주민등록번호 제도 이외에 다른 수단이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아, 다른 수단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현재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 균형성 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도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체제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한 사정에 있지 아니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민의 정확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많은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모두 허용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으며, 변경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불법 유출 문제의 반복적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때마다 변경을 허용할 것인지도 문제이다.”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2) 이용 현실
주민번호가 DB의 주요 키(Key)값으로 사용되어 업무효율성을 증진하는 식별수단으로 사용되었다. 2008년경까지 주민등록번호의 이용 편리성으로 국내 인터넷사이트에서 60% 이상이 회원 가입 시 본인확인 등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ㆍ저장해 왔다. 그동안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거나 관련 서식에 주민등록 수집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2013년 10월 기준 법제처 법령정보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1,510개 법률 중 77개 법률, 1,115개 시행령 중 404개 시행령, 기타 각종 별지서식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통용되는 여러 법령에서 주민등록번호의 활용 목적을 보면, 실명인증 및 본인 확인(공직선거법), 본인 확인(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전자서명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연령정보 확인(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정보확인(‘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등으로 그 대표적인 목적을 살펴볼 수 있다. 그밖에도 많은 법령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명시하고 있는데, 법률을 임의로 범주화해보면, 대민ㆍ농림ㆍ정치ㆍ부동산ㆍ정보화ㆍ법률ㆍ산업ㆍ체육ㆍ정보보호 등으로 구분하여 본인의 연령, 또는 본인여부 확인 등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광범위한 분야에 주민등록번호가 사용되고 있는데 유출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때에도 그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정보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법과 심판대상조문에서 개인에게 주민번호의 변경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우리 법이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변경 문제에 대한 아무런 대처 없이 방치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통제권의 침해가 된다.
(3) 독일 연방헌재의 입장
독일은 1982. 3. 25. 인주센서스법을 통과시켰으나 국민들이 이 법에 반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연밥헌법재판소에 1983년 12월에 판결에 이르렀다. 이 인구센서스 판결에서 인구센서스법에서 “이 법에 규정된 조사계획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계목적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평가의 경우 통계의 비밀, 익명화의 요청 및 불이익금지와 같은 원칙들이 요청되므로, 개인정보의 수집과 가공은 그 상이한 목적에 따라 행정기관과 절차를 달리하여야 한다는 ‘통계와 행정의 분리원칙’이 요청된다. 이를 따르지 않고 연방과 주의 통계청이 통계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에 관련된 정보를 익명처리 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행정기관이 통계적 목적 이외의 다른 행정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러한 정보가 다른 행정기관에 제공 내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구센서스법 제9조 제1항~제3항은 명확성 원칙 및 비례성원칙에 반하여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반적 인권을 규정한 독일 기본법 제1조 제1항 및 제2조 제1항과 합치되지 않으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후에 독일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개인정보의 수집·저장·사용·공개에 관하여 분리하는 소위 목적별 식별번호 체계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2012년 세금번호(steuernummer) 결정에서 독일 연방재정법원은 식별 번호 및 수행에 데이터 저장은 정보자기결정권 및 그 밖의 헌법적 권리와 조화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연방중앙국세청이 식별번호를 통지한 것에 대하여, 신청인들이 관련 데이터의 삭제와 식별 번호 할당(Zuteilung der Identifikationsnummer)의 면제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되어 독일 연방재정법원에 헌법위반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독일 연방재정법원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납세자 식별번호의 할당 요청과 데이터 저장 및 공개의 면제를 허용하지 않고 관련 법령에는 위헌성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예외 없이 모든 납세자를 포함한 규정으로 식별 번호 및 데이터 저장 시설을 통해 입법 목표가 제한 없이 달성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이러한 독일 연방재정법원 결정을 참고할 때, 개인식별번호 제도자체를 위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번호와 유출 등으로 안전성에 위험한 수준에 이를 때 그 번호를 변경하거나 다른 안전성 확보 수단을 확보하도록 해야 하고, 개인정보 해당자는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최근 란트에서 관리하던 세금번호를 연방차원에서 통합하고 있고, 통합되는 이 번호의 변경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 세금번호는 세금업무에 한정된 번호로, 분리된 전체 목적별 식별번호 체제의 한 개 번호이고 관리번호라는 점에서 우리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신원확인 목적의 통합식별 번호와는 다르다.
우리 주민등록번호가 공사 전 영역에 걸쳐서 사용되기 때문에 당연히 유출과 부당 이용의 문제가 많지만, 주민등록번호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보다는 관리ㆍ사용 및 변경의 가능성과 그 적정 제한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6.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와 효력
(1) 2년 기간의 잠정적용 입법촉구
최근 헌재 2015. 4. 30. 2013헌마623 민법 제844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사건과 헌재 2010. 7. 29. 2009헌가8 민법 제818조 위헌제청 사건에서와 같이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 사례에서는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한다는 주문을 제시하여 입법개선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은 예가 있다.
반면, 이 사건과 같은 날 결정된 헌재 2015. 12. 23. 2013헌가9 성폭력범죄자의성충동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등 위헌제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헌재 2015. 12. 23. 2013헌바168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법불합치결정도 이 사건과 같이, 201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만 개정 기간을 2년의 장기로 정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2) 불합치결정의 효력
1) 기본적으로 부진정 입법부작위 위헌은 입법을 통해 개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일반적 효력 상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당 법조의 적용차단 효과라는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 법률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한 일반적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 적용중지를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경우 개선입법이 시행되면 개정법률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법률의 소급적용을 명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 법률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한 개선입법의 당해 사건 등에 대한 소급적용은 점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개선입법의 부칙을 통해 당해 사건 등에 대한 소급적용을 규정할 수도 하지 않을 수 있다.
2) 보통 불합치결정에 대하여 이후 소급적용의 근거를 두는 입법례가 많았다. 이 사건에서는 신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 될 것인지, 이 사건 청구인 등을 위한 부칙을 두어야 하는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 개정으로 당사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의 청구인들이 이 결정과 이후 개선입법으로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이 충분히 보장되고, 그동안의 소송비용 귀속 등을 확정할 수 있도록 재심이 인정되고 개인정보자기통제권을 보장하는 개정을 하는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한 것이 된다. 그러나 2016. 5. 29. 법률 제14191호,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에서는 부칙 제1조(시행일)를 통해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청구인에게 소급적용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것은 당해 사건 등에 대해 소급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개정 법률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다.
Ⅳ. 주민등록법의 개정과 향후 과제
1. 주민등록번호 변경 노력
(1) 행정부의 대응
정부는 2014. 12. 31. 주민등록법 개정안(의안번호 13535)을 발의하여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2012. 1. 국가인권위원회는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수립에 대한 권고에서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의 폐기 또는 재정비할 것을 재권고하였다. 또한, 2012년 전원위원회의 결정으로 ‘나이, 출신지역, 성별이 공개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부여체계를 임의번호체계로 변경하고, 법원의 허가를 통한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절차를 마련할 것과 기업들로 하여금 실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을 허용하고 있는 법령을 정비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인권보고서를 채택하였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 8. 5.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권고’ 결정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국무총리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주민등록관련 행정업무와 사법행정업무에 한정하여 사용”하고, 국회의장에게 “임의번호로 구성된 새로운 주민등록번호체계를 채택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를 마련하며 주민등록번호의 목적외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주민등록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2) 사법적 대응
이 사건 청구인들과 변호사들은 행정소송 및 헌법소송을 제기하였다. 2013년 김기중 변호사와 진보넷 등에서 2014년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2013헌바68사건을 제기하였고 이것은 2014헌마449사건과 병합되었다. 헌법재판소의 2015. 11. 12일 공개변론에서는 수학, 전산학, 정보보호학 등의 전공자들이 참고인이 되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도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기했다. 기타 시민단체의 활동과 언론을 통한 주민등록제도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재검토 논의는 계속되었다.
(3) 입법적 대응
종래 “주민등록번호가 평생 동안 변경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하여야 하는 경우, 주민으로부터 주민등록번호 오류의 정정신청을 받은 경우, 주민등록번호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한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조 제1항). 이는 당초 주민등록번호의 오류가 있는 경우 그 잘못된 기재를 바로 잡는 의미에서의 ‘정정’만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제19대 국회에서는 진선미 의원, 노웅래 의원, 강은희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정논의를 진행했다. 여당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보호와 그 대체수단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의원 발의 법안은 2013년 박대출, 김제남, 백재현, 민병두, 이상규,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주민등록번호가 변경할 수 있는 개정안이 제안되었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행정자치부의 개정안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신체ㆍ재산상 피해가 우려될 때 해당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2016. 5. 19.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공포되었다. 제7조의4(주민등록번호의 변경) 규정을 두고 제7조의2 제2항에서 주민등록법의 부여 방법은 여전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행자부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ㆍ운영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위한 위원회 구성ㆍ운영 등 하위법령 정비, 위원 위촉 등을 추진한다. 또한 생년월일과 성별을 제외한 6개 숫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타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에 스캐너를 활용하여 지문을 등록할 수 있게 하고, 해외체류자도 국내에 주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2. 주민등록법의 향후 과제
(1) 변경 가능한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번호가 변경 가능하도록 된 이번 법령 개정은 일부 찬성한다. 그러나 그동안 의원안과 학계, 시민단체에서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무작위 임의번호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행정차지부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뒤 6자리만 변경하는 방침을 정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2017년 12월 31일까지 충분한 개정시간을 부여했음에도 결정 5개월 만에 개정 법안을 졸속처리하였다고 비판했다. 한 경실련 간사는 “개인정보 유출자 입장에서 신체ㆍ재산적 피해,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유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결국 인권침해 소지와 함께 법 개정의 실효성 자체가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성별 등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공행정과 일부 사적 영역에서도 개인정보를 통합시키는 연결자(Key Data)로서 기능하고 있어 여전히 유출ㆍ오남용의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분명히, 헌재 결정에서는 연령, 성별을 표시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의 특징에 대한 개선의견은 없지만. 성별ㆍ연령의 식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것이 식별되지 않는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등록법개정을 할 것인지는 여전히 입법적 과제로 남았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①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언급한 목적별 자기식별체계 도입의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도 목적별 식별번호로의 제도 개선 검토를 요구하였으나 2016.5.29. 법률 제14191호,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에서는 이러한 방향은 수용되지 않았다. 필자는 이를 위한 1단계 분리안으로서 세컨드넘버(Second Number) 도입도 주장해왔다. ②주민등록번호를 임의번호로 변경하는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법에서는 여전히 종래 번호 체계의 유지와 뒷자리 일부 변경 안에 그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③개정 주민등록법에서는 제7조, 제7조의2(주민등록번호의 부여), 제7조의 3(주민등록번호의 정정), 제7조의 4(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제7조의5(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규정을 개정하여 변경 가능한 주민등록법으로 제도를 변경하고, 부칙 제1조(시행일)에서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7조제4항을 보면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에서는 에서 주민등록표 색인부의 서식 및 기록ㆍ관리ㆍ보존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개정 전과 같은 입법태도이다.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ㆍ성별ㆍ지역 등을 표시할 수 있는 13자리의 숫자로 작성한다.”는 규정이 주민등록법 시행규칙[행정자치부령 제46호, 2015.11.26., 일부개정]에 규정되어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은 번호를 부여받는다. 이 번호 중 뒤 6자리 번호만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행정차치부의 발표만 있을 뿐이다.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근거와 구체적인 방법까지 법에 의한 국민의 통제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주민등록번호 등에 관한 입법에서는, 관련 법률에 번호부여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성별ㆍ연령이 표시되는 것을 넘어 개인에 대한 정보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일련번호(난수화한 번호)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IT시대에 기술적으로 일련번호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
3. 목적별 식별제도로 1단계 분리
주민등록법의 개정으로 일부 국민은 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의 자기정보의 주체성 확보와 유출 및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일보 전진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전체 체계와 임의번호의 사용 및 행정 각 영역별 식별번호 분리 등이 다음 개혁 과제로 남았다.
독일의 경우 임의의 일련번호를 쓰고, 정기적으로 식별번호를 변경할 수 있고, 식별번호의 사용 범위는 관련 업무에 한정되며, 사회영역별로 신분증번호 외에 세금번호(Steuernummer) 등을 해당 목적별로 분리하여 사용한다. 정보보호법제가 엄밀하며, 동독의 일반적 식별번호 체계를 폐지하고 서독식의 목적별 식별번호로의 전환을 경험한바 있다.
공공영역에서의 이러한 목적별 식별번호 체계로의 분산은 물론 사적영역에서 i-PIN제도 및 ID와 password 등 다양한 신규 인증 및 확인제도와 기술의 연구 및 시도도 필요하다. 본인확인을 위한 다원적인 제도가 공존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가족관계, 주소, 또는 범죄 정보에만 한정시키고 나머지 건강보험, 연금보험, 또는 납세번호나 금융거래에서는 각각 다른 번호를 통해서 개인을 식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정보의 이용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즉, 분야별로 나눠서 식별번호를 써서 만능열쇠인 주민등록번호의 사용 영역을 최대한 축소하고, 다른 분야에 각각의 키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번호를 최소한의 행정 식별번호로만 사용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도 경제적인 이득이 없기에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은 줄어들 것이다. 이미 2014.5.22.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열어 주민번호 대신에 고객관리번호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특히, 변경 가능한 목적별 식별번호 사용이 필요하다.
즉, 주민등록번호 하나의 마스터키는 방 1개를 사용하도록 한정하고, 나머지 방은 새로운 번호를 키로 사용하며 해당 키는 본인이 원할 때 자유로이 바꿀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각 방의 키도 정보유출로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위험성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본인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번호에서는 당연히 그 번호의 배열순서도, 번호만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느 지역 출생인지를 알 수 없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목적별 식별번호 체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1단계 분리로서, 납세 및 금융영역과 같이 번호유출의 유인이 많은 영역에 사용되는 새로운 번호인 Second Number를 국민에게 부여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임의의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번호는 빈번히 본인확인이 필요하고 민감한 영역인 금융, 조세 분야에서 사용하는 납세번호와 같은 세컨드넘버(Second Number)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목적별 식별번호를 위한 1단계 분리안으로 납세번호(혹은 금융번호)의 활성화를 제안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납세자번호(ITIN, Steuernummer) 혹은 조세확인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일도 신분증(PAusw)과 그 번호 외에도 조세관청은 조세식별번호(Steuer-Identifikationsnummer)를 발급하고 있다. 둘째, 우리 법에서도 이미 납세번호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민등록번호의 병용적 대안으로 저비용ㆍ고효율의 제도로 구상할 수 있다. 셋째, 현재 근로소득원천징수를 위해서 각종 서식에서는 개인에게 주민등록번호(혹은 사업자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떠한 대안도 근로소득원천징수를 위해서 소득과 세무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소득과 세무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납세번호를 개인에게도 발급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목적별 식별번호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체계를 달리하고 그 사용영역을 금융ㆍ조세 영역에 새로운 추가 식별번호를 분리 사용해야 한다.
여권번호 같은 경우에는 주로 출입국의 관리에 대해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여권번호가 유출되거나 어떤 부당한 이용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다. 주민번호의 사용 영역을 비경제적 공적인 영역에서 신원확인을 위한 정보의 장기적 확보가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은 주로 행자부 업무영역(이와 부수하는 법무, 치안, 선거사무 분야)에 한정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적영역의 목적별 식별번호를 사적영역에서 사용하는 것도 불합리한 경우라면 제한해야 한다. 민간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사용은 이미 제한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나 은행 등은 주민등록번호에의 의존을 끊고 새로운 자체 본인확인 수단을 개발하고 자율적인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Ⅴ. 맺으며
그동안 주민등록법과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식별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하였고, 인터넷에서 본인인증에 사용되는 등 순기능도 많이 하였다. 하지만 정보의 대량 전송이 가능한 스마트 시대에 고정불변의 주민등록번호는 변경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불가피했다. 그동안 정부도 주민등록번호의 보호를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에서도 주민등록번호가 변경 가능한 제도가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학계는 물론 법조계 그리고 시민단체에서도 합리적인 제도 변경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과 주민등록법 개정법도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앞으로는 공공영역에서의 개인식별과 행정목적에 따른 관리번호 분리를 위한 개선 검토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개인식별번호 체계에 대해 목적별 식별번호 체계로의 체계 변경을 도모하고, 민간영역에서는 인권침해가 적은 각기 독자의 인증 방식을 개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인정보통제권 보장 취지에 따른 ①개정된 주민등록번호에 따른 시행령 시행규칙의 정비는 물론, ②개인식별 번호의 목적별 분리를 위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검토하여, 납세번호(혹은 건강보험번호) 등으로 1단계 공적관리번호의 분리를 위한 연구ㆍ검토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연구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21세기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의 유출 등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성을 줄이고 정보의 합리적인 유통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논문접수일: 2016.X.X. 심사개시일: 2016.X.X. 게재확정일: 2016.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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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Study on Constitutional incompatibility of Resident Registration
Act Article 7 And the revision - 2013Hun-Ba68 December 23, 2015 -*
Son, Hyeung-Seob**
On December 23, 2015, the Constitutional Court ruled that Resident Registration Act Article 7 was incompatible with the Constitution. Through this decision the Constitutional Court was found to urge an improvement of legislation for the constitutional obligations of privacy and self-determination guaranteed in the new system envisioned for Resident Numbers.
In this case the Constitutional Court has recognized a violation of the principle of least infringement without any consideration for damages due to leaks of Resident Registration Numbers. The self-determination of personal data related to the Resident Registration Number can never be less than the public interest, meaning existing provisions do not balance legal interests and are thus held incompatible with the Constitution. The Constitutional court decided to implement a schedule for legislators to improve legislation with a deadline set at December 31 2017.
On May 19, 2016, the National Assembly passed a revision bill, Law No. 14191, to establish a protocol through which Resident Number can be changed by a Resident Number change committees. Thus Resident Numbers can be changed by this Act, although there are strict requirements governing changes.
Furthermore, in addition to avoiding the use of common identification numbers employed in the existing Resident Number system, Resident Numbers should also be required to have limited functions for use within the administrative agency only, and not for general day to day purposes. There is a need for a separation of objectives in the identification number system. As a first step, a second number, such as a tax number, will have to be constantly reviewed as the item of reform. It is hoped that the people can realize benefits from the self-control of personal information and reliable data protection.
Key Words: Resident Registration Act, Resident Registration Number, Specific Purpose identification, Second Number, The Right to Control Personal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