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비판
기계공학부 60052574 김태곤
-고등학교 때의 일상
눈을 아주 잠깐 감았다 뜬듯한데 아침이었다. 다시 눈을 감는다. 하지만 부모님의 목소리가 나를 또 깨운다. 몇 분가량의 잠이 달콤하기만 하다. 어깨가 안 풀렸는지 뻐근하다. 학교에 가야 한다. 재빨리 교복을 입고 우유 한잔을 먹고 학교를 향해 걷는다. 아침밥을 먹는 대신 잠을 더 잤기에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간다. 거의 잠이 든 채로 학교에 왔다. 엎드린다. 0교시 시작 전까지 남은 시간 20분. 이 시간을 놓친다면 0교시 영어방송수업은 잠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방송을 시작한다고 종이 울린다. 내 짝은 오늘도 날 깨운다. 짜증을 내며 깨어난다. 하지만 잠에서 깨고 나면 한없이 미안해진다. 0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졌다. 그 시간 또한 나에겐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1교시 수업이 시작하고 겨우 2교시 수업이 끝날 때 쯤에 잠을 깼다. 2교시가 끝나니 배가 고파서 빵이라도 사먹으러 매점에 간다. 10분안에 교실로 돌아오기 위해 사람이 매어 터지는 매점에서 한바탕 전쟁을 한다.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고 나면 특기적성이란 걸 한다. 말만 특기적성이지 국,영,수 보충수업이다. 모든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권유 아닌 협박에 다 한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맘대로 빠질 수도 없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12시다. 씻고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다가 보면 2시가 훌쩍 넘어간다. 피곤한 몸으로 잠자리에 든다. 이것이 고등학교 때의 생활이었다. 누구나 경험했던...
고등학교 때 느낌표의 "하자! 하자!"라는 코너를 보고 동질감으로 인해 그 방송을 볼 때마다 콧등이 한번 씩은 꼭 시려왔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이 다름없는 내 모습, 내 친구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왜 밥을 먹지 못했냐’ 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에 또한 눈물이 났다. 늦은 시간까지 지속되는 학교, 숙제하느라 걸리는 시간, 그리고 아침밥도 먹을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시달리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명문"대학을 다니느냐 다니지 않느냐가 그 사람이 받는 혜택을 좌우하는 사회임을 우리들도 알기 때문에...
-어느 학교 나왔니...?
내가 고등학교 때 가장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고교등급제 였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지식을 가늠하기에 앞서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가를 먼저 판가름 한 뒤에 선택하는 비공식 제도.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이런 소문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떠돌았었다. 나는 평택시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평택시는 비평준화 지역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평택시에 있는 학교였는데 당시 수시 모집때 다른 학교는 다 붙는 3대 명문대학이 우리 학교는 유독 없었다. 내신점수가 딸린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 아이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학교에 떠도는 말이 있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대학에서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 학교들뿐만 아니라 지방 지역의 학교들도 몇 학교 빼놓고는 마찬가지라는... 하지만 더 우스운 것은 그런 말을 듣고도 분노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다들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학교는 명문고가 아니니까...
이미 썩었던 부분들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열화 되기 시작한 대학. 좀 더 높은 서열의 대학을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등학생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교육 열풍. 지금에 와서 이러한 폐단들을 깨달은 교육부는 어떻게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이리저리 다른 제도들을 도입해 보지만 결국은 수박 겉핥기 식이 되어버렸다. 가장 좋은 예로 7차 과정에 도입된 새로운 수능제도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존 6차 과정에서의 제도와는 달리 수능 응시 과목에 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교육부의 목적에 충실할 리가 없다. 남보다 더 높은 대학을 가려면 점수를 더 많이 받아야 하고 때문에 정작 관심도 없는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또한, 수험생들은 악착같은 암기와 반복 학습으로 본능적으로 문제 풀이를 할 수 있는 훈련만을 받고 있다. 이런 훈련은 지식창조와 무관하며 학습이라기보다는 기능이며 조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은 지능개발이나 창의력 그리고 재능개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계적이며 동물적인 훈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다들 이렇게 외치고 있다. 우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
강남지역 아이들은 대학을 쉽게 들어갈 수 있고, 그 외 지역 아이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듯 어렵게 들어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강남지역 학생들이 일반 지역 학생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부의 차이다. 우리가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 8만원짜리 인터넷 강의를 듣고 새벽 6시부터 저녁 12시까지 학교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때 그들은 한과목당 몇백만원이 오가는 과외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다.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와서 수능문제를 찝어주고 학원에서 내신준비 완벽하게 해주어서 생활기록부에 ‘올 수’로 만들고 영어 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서 5살, 6살 때부터 유학생활 해서 토익점수를 거뜬하게 올린다. 그것도 모자라 남들과는 달라야 더 좋은 대학 가지 싶어 경시대회 준비를 한다. 역시 몇백만원이 오가는 과외로 이루어지는 산물이다.
이렇게 해서 까지 대학을 궂이 가야 하나 싶다. 지금부터 대학을 입학한 그 이후를 보자.
모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가늠하는 평가표가 은밀히 공개되었던 적이 있었다. 서울대, 고려대 등을 비롯한 톱 대학은 100점. 동국대, 중앙대 등의 서울권 대학은 90점. 건국대, 아주대 등의 순위 대학은 80점. 그 외 이화여대, 지방권의 우수 대학은 70점. 기타 지방권 대학에 대해서는 평가표에 나와 있지 않았다. 심지어 지방권 대학은 원서를 내봤자 바로 쓰레기통이라는 말도 나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화되는 주입식 공부. 그리고 서열화 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몸부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에서는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 평등한 교육, 독일식 교육제도
더 이상 이러한 폐단을 보고만 있어야만 하는 건가. 이제 이러한 계급주의가 난무한 미국식 교육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진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공식이 교육에서도 존재해야 하는가. 바로 이것이 미국식 교육의 단점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나는 독일식 교육에 대해 찬성하는 바이다.
독일은 무엇보다 국가가 교육에 대해 관리를 한다. 자금이라든지, 등등의 부수적인 문제점에 대해선 국가가 해결한다. 한국의 대학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학비가 매우 부담스럽다. 일반 서민층의 한달 생계유지비에 비해 한학기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완납해야 하는 금액이 평균 300만원 이상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학비걱정이 없다. 국가가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또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어느 대학 나왔는가는 우리나라 에서의 소위 ‘간판‘의 역할이 아니다. 대학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속해있는 스승을 보고 따라간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실현 가능한 조건이다. 스승을 보고 자기개발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보니 퇴학. 전학, 편입 등은 단순한 서류 전형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등급이 없다보니 자기개발에 철저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주입식 교육에 맞춰 교과과정을 죽어라 외우고 그 외운 것으로 시험을 본다. 잘 외웠으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고 못 외웠으면 낮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활발할 시기에 가만히 책상에 앉아 중얼중얼 거리며 외우니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그때부터 내 주변 세상을 돌아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작 자기 개발은 소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독일대학의 경우는 각 대학마다 상담센터가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개발하는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입학시험보다 졸업시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는 고쳐야 한다. 학벌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닌, 진정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울 수 있는 그러한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더 이상 무리한 대학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휴학하고 다시 다니고 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 교육은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 모두가 평등하게 받을 권리이다. 이러한 교육이 돈 이란 가치 때문에 받을 수 없게 된다면 과연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일까. 때문에 국가가 대학을 관리하여 어떤 특정 계층만이 누리는 산유물이 되어선 안된다. 서열화 되어있는 교육계층.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교육.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 흔히 말하는 간판으로 판단되는 대학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대학의 이름을 보고 쫒아가는 일이 아닌, 진정한 창의적 교육을 원하기에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대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독일식 교육, 무시할 수 없는 재정적 문제
하버드대의 서머스 총장은 공개적으로 “하버드는 최고의 교수와 최고의 학생을 뽑아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연구비 지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도록 하고 있으며, 동료 교수들은 서로 평가해 성과에 따라 철저히 차별보상을 하도록 제도화했다. 하버드의 경쟁력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데서도 나타났다. 학생들의 수강과목이 인기가 높거나 가르치는 교수의 수업 질이 뛰어나면 등록금을 다르게 받는다. 물론 이는 미국에서 모든 대학이 완전히 국가 관리 하에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서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이지만, 독일식 교육을 받아들이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재정적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사립대학 중 고려대와 연세대는 등록금이 무척 높기로도 유명한 대학이다. 물론 다른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모든 대학을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 재정적 문제로 먼저 삐그덕 거릴 것이다. 또한 이것이 미국식 교육의 장점이기도 하다. 국가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풍부한 재정적 여유가 있기에 보다 질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하여
미국식 교육 그 자체로만 보면 매우 훌륭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또한 독일식 교육도 못지않게 훌륭한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미국식 제도는 현재의 폐단을 낳았다. 하버드 대학이 성공한 이유는 미국 안에서 다양한 형태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빈부의 차이를 다양한 형태로 흡수하고 완화하는 역할이 그 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은 성공 했다는 것이다. 즉 경쟁의 원리를 적용해도 그곳에 대한 패배는 다른데에서 흡수를 가능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한번 패배는 인생에서 평생동안 가는 완전히 낙오 시키고 빈부의 격차에 대한 흡수력이 이 사회는 전혀 없다.
독일의 교육제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우리나라로 도입되고 나서 과연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나라는 빈부의 격차를 무시할 수 없는 국가이다. 독일식 교육의 도입은 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잘 보여주는 학벌위주 사회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큰 해결책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의예과가 입학하기에 그다지 큰 무리가 없을지라도 한국에서는 불가피할지 모르는 일이다. 너도 나도 일단 입학하고 보자, 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도입되게 된다면 아마 이번엔 학교 별 이 아닌 학과 별 계급이 나눠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재정적 문제도 가장 큰 문제이지 않는가. 때문에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비를 지금보다 눈에 띄도록 훨씬 많이 지원하되, 최소한은 국민이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의식변화라 생각한다. 더 이상 교육은 있는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학벌위주의 생각의 뿌리를 뒤흔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흔들리는 교육실태가 독일식 국가주의 교육 방침을 받아들여 모두가 교육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참고 문헌.
안재오 : 교육공화국
첫댓글 치열한 문제의식과 엄밀한 논리 전개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