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대부도 푸른섬의 일탈
2015년 4월 11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푸른섬펜션!
달력의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명전 20회의 동창회를 알려온 이상철 총무가 보내준 폰의 문자들이 점점 내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지난해는 동해의 강릉 경포대 해변‘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올해는 서해의 대부도‘푸른섬펜션’으로 약속했다.
장소야 어디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름대로 친구들에게 새롭고 멋진 장소를 선정하느라고 애쓴 회장단에 고마움을 느낀다.
드디어 만남의 날인 11일이 되었다. 토요일 오후 3시 상주를 출발하여 목적지인 대부도로 차를 돌렸다.
나는 지금 매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일탈하여 1박 2일간 일정으로 산 설고 물 설은 서해의 대부도로 명전 20회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간다. 올해는 작년에 참석하지 못했던 어떤 친구들이 올까, 다들 그동안 잘 지냈겠지. 마음속으로 수없이 스쳐가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남상주에서 30번 청주상주고속도로를 진입하여 청원을 들어서며 1번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안성에서 40번 평택제천고속도로로 진입, 서평택에서 153번 평택시흥고속도로를 지나 송산마도IC를 벗어나니 곧은 불도방조제가 바다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방조제길을 지나니 도착지까지 그야말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옛날 열두 구비길 그대로였다.
서해의 한 끝자락까지 가려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아니면 비경은 이렇게 꼭꼭 숨겨 놓는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찾아들어갔다.
주말이라 고속도로를 빠져 나올 때 시간이 밀려 6시가 조금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 총무 상철이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괭이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막 서쪽 하늘에 붉은 해가 푸른 바다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낙조를 바라보다 주차장 옆에 있는 식당으로 모두 들어갔다.
저녁메뉴는 역시 서해하면 요즘 제철인‘주꾸미 샤브샤브’였다. 살아 꿈틀대는 싱싱한 주꾸미를 즉석에서 조리해서 먹는 맛은 말 그대로 끝내준다는 제 맛이었다. 주꾸미 먹물에 끓여 먹는 칼국수 맛도 별미였다. 음식 맛, 술맛, 이야기 맛이 썩 잘 어울려진 든든한 1부 식사를 마치고 8시가 넘어 제2부 푸른섬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에 못다 부른 친구들의 열창이 계속 이어지고 마음에 쌓인 시름도 모두들 노래에 실어 날려 버렸다. 강릉에서 부르지 못해 아쉬웠던‘안동역에서’의 노래가 친구들의 신청곡으로 멋들어진 명순이의 목소리에 실려 울려 퍼졌다.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모두들 따라 한 목소리로 제창을 했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은’이라는 노래를 연이어 불렀다. 내 마음에 녹아 있는 지금 그 사람은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말하였다.
10시가 한참 지나서야 3부인 회식의 밤이 301호 숙소에서 열렸다.
선생님의 인사말 순서에서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 2005년 4월 2일 단양의 대명콘도에서 35년 만에 처음 여러분을 다시 만났을 때 여러분들은 선생님에게 드리는 글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한다고 말했지요. 선생님은 그 약속을 하였고 그 후 우리들의 만남은 계속 되었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지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만나지 않으면 새로운 이야기가 없고 새로운 추억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이 만남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우리들의 영원한 추억으로 새롭게 우리 모두의 가슴에 뜨겁게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
모두들 공감하는 마음을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그동안 많은 봉사로 20회의 발전에 헌신적인 노력을 하였던 서승달 회장이 명예롭게 물러나고 이어 새로운 임원진 구성을 하였는데 회장엔 이상철, 부회장엔 김정숙, 총무엔 안천수가 선출되었다. 결산과 회칙 수정, 기타 안건 등을 모두 끝마치고 직접 공수해 왔다는 각종 안주와 싱싱한 회, 어렵게 구했다는 국내산 맛깔스런 김치까지 갖추어 정다운 사람들과 먹는 맛은 시간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이어졌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힘든 친구들의 이야기에는 다 같이 마음의 위로를 전하기로 하였다. 모든 친구들의 마음 씀이 따뜻하게 여겨졌다. 그게 친구 아니던가.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백문흠, 장윤성, 우상희가 얼굴을 보여주어 친구들이 더욱 반가와 하였다. 나는 1시경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이야기로는 301호와 305호를 오가며 밤새껏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조사하면 다 나오겠지. 하하하.
아침 8시에 푸른섬 까페에서 창밖의 바다풍경을 감상하며 황태국으로 아침을 먹었는데 속풀이에는 그만이었다. 나도 상철이도 두 그릇이나 깨끗이 비웠다. 까페 주인의 허풍 많은 수석 자랑이 한 바탕 이어졌다. 몇 천 만원 짜리라던데 믿거나 말거나.
식사 후 숙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담을 나누다가 10시경 대부도 해솔길을 걷기로 하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유롭게 친구들이 걸었다. 나는 푸른섬 ‘솔밭정’에서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걷기로 하였다.
대부해솔길 1코스의 ‘종현어촌체험마을’을 지나니 나무기둥의 간격을 나이에 따라 정해 놓고 통과하는 체험놀이 코너가 있어서 좁은 10대에서 60대보다 넓어도 통과 못하는 곳은 짐승! 이라고 적혀 있어 지나는 이들의 실소를 짓게 하였다.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서해바다는 개펄로 하여 근해는 더럽게만 여겨졌는데 이곳 해안의 물은 대단히 깨끗하였다. 개펄도 별로 없고 잔자갈들이 해안을 채우고 있었다. 구비 도는 즈음에 마주 보는 한 쌍의 선바위가 보였다. 마치 사람의 형상을 하여 가까이 가 보았더니‘할매할배바위’라고 하였다. 바다를 향해 바라보는 큰 바위가 할배바위, 할배를 바라보는 작은 바위가 할매바위라고 하였다.
해안선길이 단조로와 걷다가 언덕진 해솔길로 올랐다. 나의 일행에는 상철이, 인용이, 문흠이, 용옥이였다. 인용이는 친구들이 목마를까봐 배낭에 생수를 한 가득 짊어져서 무척 무거웠다. 친구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감동이었다. 산 능선에 올라서서 해솔길을 따라 좌우의 경치를 내려다보며 걸으니 아래에서 바라보는 경치보다 훨씬 다른 느낌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주말이라 오솔길은 각 곳에서 온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가는 길 해솔 사이사이로 만개한 진달래꽃의 화사한 웃음에 내 마음에도 봄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아래쪽에 아름다운 풍광으로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보였다. 구봉도의 섬과 섬을 이어주는 ‘개미허리아치교’라 한다. 간조 때는 섬 사이로 물길이 열려 걸어갈 수 있지만 만조 때는 물이 차서 다리로만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물이 나가는 중이라 다리 사이에는 물이 많이 있어 다 들 다리로만 건너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리를 지나 구봉도 능선 아랫길로 해서 ‘낙조전망대’로 향했다. 간조 때 기둥을 세워 만든 목책길이 지금은 기둥이 모두 물에 잠겨 마치 바다위로 난 길을 걷는 것만 같은 신비감을 더해준다.
멀리 길이 끝나는 곳에 둥근 전망대가 있고 사람들이 많았다. 그 곳 가운데에는 도너츠모양으로 된 신기한 스텐레스 조형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눈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 빈 원형에 낙조 때 비치는 태양을 가운데에 두고 촬영을 하면 바로 눈동자로 완성이 된다고 하니‘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 예술사진을 찍으려면 그 시간대에 딱 맞춰 기다리다 찍어야하니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빛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망대에서 문흠이와 기념사진도 찍고 문흠이가 준 선글라스로 폼을 잡아 보기도 했다. 카메라맨은 상철이가 수고를 해 주었다.
돌아올 때는 물이 많이 빠져 구봉도 해안을 따라 걸었는데 군데군데 바위비탈길이라서 걷는 것이 아니라 무슨 유격훈련을 하는 것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물이 빠진 할매할배바위 위에 중권이와 정자가 올라가 있었다. 이 장면을 놓지지 않고 상철이가 포착했다.
푸른섬에 돌아오니 벌써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처음에 오전에 동춘서커스 공연을 보는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초연이 오후 2시에 공연을 시작하여 1회가 150분이 소요된다고 하니 중론이 안 보는 것으로 모아졌다.
점심을 구봉길 옆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로 하기로 하고 먼저 해물파전을 안주로 동동주를 한 잔씩 돌렸다. 해물파전은 특이하게 기름에 튀겨 나온 것 같이 딱딱했으나 바삭하고 고소해서 식감이 좋았다. 바지락칼국수는 함지박만한 큰 대접에 나왔는데 바지락은 모두 갈아 앉아 국수만 건지면 안 된다고 중권이가 바닥을 헤치면서 바지락을 많이 건져 올려 주었다. 덕분에 바지락을 배불리 먹었다.
식당 앞에서 마지막 단체로 기념촬영을 한 후에 한 사람, 한 사람과 작별의 인사말을 나누었다. 제자들의 정겹고 아쉬운 배웅을 뒤로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오후 1시경 상주로 귀가하는 길에 올랐다. 오는 길에 망향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가판에서‘백세인생’이 구성지게 울려나오고 있었다.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데 이번 1박2일은 날씨도 맑고 바람도 불지 않아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장단의 수고로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20회 모든 동창생들이 삶이 보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란다.
도착하면 시간을 내어 힘든 일로 이번 참석 못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내라는 응원의 전화를 해야겠다. 특히 몸이 아픈 제자들이 건강을 하루 속히 회복하고 다음 만남에 밝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으로 자리해 주길 소망해본다.
2015년 4월 12일 밤 상주에서 박철윤 선생님.
첫댓글 역시나 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신 자리야 말로 빛이 발한 자리가 아닌가 싶네요 항상 건강 하시고 영원히 함께이시길 바라고 친구들 모두의 활력 넘치는 모임들 오래오래 지속 될수 있게끔 항상 건강들 하시길 소망 합니다
따꽁, 반갑다. 지난 해 모임에 앞장서 수고를 해준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번에는 서울쪽 친구들이 거리상 많이 참석했구나. 몸이 조금 안 좋은 친구들이 있어 자리를 같이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모두들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야 동창들의 모임에도 자신감이 있게 참석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런 점에서 동창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건강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따꽁도 하는 사업이 번창하고 내내 건강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