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2 / 시림 오정선
대성통곡했던 것처럼 그대의 눈시울이 빨갛게 부풀었고
한파도 아랑곳없이 살짝 웃어주며
방글거리는 모습이 왕성한 혈기가 가득하여라
꽃잎이 바람에 흩날려 나뒹굴지라도 그대 정열적인 자태는 쉬이 무너지지 않으리
머언 옛날 교정에서 그대를 가까이 바라보며 작별 인사 했던 꽃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리들 곁으로 옮겨왔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소냐!
고향 시림 / 오정선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살랑 스쳐도
돌담 사이로 바람이 밀려와도
밭 어귀에 쌓은 돌무더기가 오랫동안 단잠을 자는 것을 보아도
아가들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것을 보아도
뿜어져 나오는 생각이 가슴에서 튀어 오르는 것은
유년시절에 유심히 관찰하던, 올챙이가 있었던 연못을 보아도
빗물이 땅바닥을 때려도
눈발이 바람에 흩날려도
부엌에 딸린 공간에 놓인 항아리에 담긴 된장의 구수한 내음이 코끝을 스쳐도
봄이면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도
시끄럽게 들리지 않던
고즈넉한 뒷동산에서
나지막하고 앙증맞게 피어 있었던 할미꽃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옹달샘에 얼굴이 비치면 투명한
하천1/ 시림 오정선
눈에 띄게 목마른 하천은
빗물을 달라고 입도 뻥긋하지 못 하고
그냥 참고 울상인 모습을 바라본다
비야, 비야
퍼뜩 생명수 빗물을 마시게 하여 주면 무척 고맙겠소.
♤ 제주 서귀포시 출생
♤ 아호;시림(始林)
♤ 제주와 인천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 다년 봉직
♤ 서울중구문인협회 회원
♤ 순수문학인회 이사
♤ 영주문학 부회장
사진 1매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