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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율비바사 제17권
<‘그때 부처님은 마갈국에서 가유라국(迦維羅國)으로 가셨다’에 대해서이다.>
법사가 말하였다.
“나는 이제 차례로 근본 인연을 말하겠습니다.
그때 수두단나(輸頭檀那) 대왕은 ‘내 아들이 처음 출가하는 날에 스스로 ≺내가 만약 부처를 이루면 이 나라에 돌아오리라≻고 외쳤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기억하시고 ‘내 아들이 부처를 이룬 이래로 나는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아들은 고행을 마치고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서 도를 얻고, 이미 파라내국에 가서 네 가지 진리의 법 바퀴를 굴리고,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등의 다섯 사람을 제도하여 출가시키고, 지금은 마갈국에 머무르고 있음을 듣고 있다. 나는 이제 나이 늙었다. 지금 생존했을 적에 나의 아들을 만나야겠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한 신하를 불러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내 아들이 이미 부처를 이루고 지금은 마갈국에 머물렀다고 하니, 그대는 1천 사람을 거느리고 가서 맞이하라. 그대는 거기에 가서 나의 아들에게 ≺나는 이제 늙었다. 서로 만나보고 싶다≻고 하라’고 하였습니다.
신하는 왕의 말씀을 받고 곧 천 사람을 거느려 앞뒤로 둘러싸여 마갈국에 갔습니다. 도착하여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습니다.
이때 세존은 천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시고 설법을 하셨습니다. 때에 천 사람은 듣고 나서 곧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니, 곧 구족계를 얻었습니다. 이 천 비구들은 아라한이 된 뒤에 과삼매(果三昧)에 들어 해탈이 즐거움을 받고 여기에서 머무르며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심부름을 보낸 뒤에 기다리고 바랐지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또 소식도 없습니다.
왕은 다시 신하를 보내어 가게 하였으니, 이렇게 하여 차례로 여덟의 신하를 보내어서 가게 하였으며, 한 신하가 각기 천 사람씩을 거느리고 부처님에게 이르러서는 모두 다 출가하여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 한 사람도 돌아와서 왕에게 알리는 이가 없었습니다.
왕은 ‘나는 여덟의 신하를 보내서 가게 했지만 한 사람도 돌아와서 나에게 알리 이는 없구나’라고 생각하시고 왕 스스로 헤아리되 ‘나는 이제 다시 누구를 가게 할 것인가’고 하였습니다.
때에 한 신하가 있었는데, 이름은 가류타이(迦留陀夷)입니다. 보살과 같은 날에 태어났는데, 왕은 곧 가류타이를 보내어 부처님을 맞이하게 하면서 전에 여덟 신하를 보내면서 하던 말과 다름없이 하였습니다.
가류타이는 먼저 왕과 언약을 하되, ‘만약 왕께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면 저는 가서 맞이하겠습니다’고 하니, 왕은 ‘좋다’고 하였습니다.
가류타이는 왕명을 받은 뒤에 다시 천 사람을 거느리고 거기로 갔습니다. 그때 가류타이는 벼가 맺어서 이삭이 패고 풀과 나무가 물과 뭍에서 꽃이 피어 한창인 시절임을 보고 기분이 상쾌하여 60의 게송으로 도로(道路)를 찬탄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아시면서도 일부러 가류타이에게 물으셨습니다.
‘너는 무슨 일 때문에 도로를 찬탄하였느냐?’
가류타이가 부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수두단나 대왕께서 저를 보내어 오게 하신 것은 아뢸 말씀이 있어서 이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말하는 바를 듣겠노라.’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부왕께서 ≺나는 이제 늙었으니 지금 살았을 적에 부처를 보고 싶다≻고 하시어 그 때문에 저를 보내어 부처님을 받들어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대왕을 가엾이 여기시어 이때야말로 가셔야 하옵니다.’
부처님이 가류타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널리 비구들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노니시려고 하니, 각자 꾸리고 장엄하여 부처님을 따라 노닐어라.≻’
이때 앙가(央伽) 마갈국에는 십천(十千)의 비구가 있었고 가유라국에서 부처님을 맞이하러 온 십천의 비구가 있어서 모두 합하여 2만(萬)의 비구가 다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마갈국에서 앞뒤로 둘러싸고 부처님을 따라 성을 나갔습니다. 마갈국은 사위국에서 60유순 떨어져 있습니다. 세존은 점점 노니시며 가시어 60일을 지나고야 사위국에 닿으셨습니다.
때에 부처님은 날마다 아침, 점심을 한결같이 부왕이 주신 공양을 잡수셨습니다. 부왕이 주신 공양을 잡수시게 된 까닭은 때에 가류타이는 때가 되면 옷을 입고 바리를 지니어 허공을 날아올라 사위국에 이르러 부왕에게 ‘부처님은 벌써 아무 곳에 이르렀습니다’고 아룁니다.
때에 부왕은 가류타이를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바리에 밥을 가득 담아서 가류타이에게 주면서 ‘대덕은 이 바리의 밥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시오’라고 하셨으니, 이와 같이 날마다 한결같이 세존을 위하여 음식을 마중하였기 때문입니다.
가류타이는 부왕의 밥을 먹은 뒤에는 부왕과 여러 석자(釋子)들을 향하여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였습니다. 여러 석자들은 부처님 공덕을 찬탄함을 듣고 갑절 신심을 더하였습니다.
여러 석자들은 곧 모여서 함께 의논하기를 ‘부처님은 시끄러움을 좋아하시지 않는다. 우리들은 부처님을 위하여 고요한 곳을 구하여 정사를 만들어 세워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때에 니구타(彌瞿陀)라는 석자에게 동산 하나가 있었는데,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아니하여 정사를 세울 만하였습니다. 때에 석자들은 사람마다 각각 함께 재물을 내어서 부처님을 위하여 정사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정사가 이룩된 뒤에 부왕은 여러 석자들을 거느리니, 사람마다 각각 향과 꽃을 지녀 부처님을 받들어 마중하였습니다.
도착하시자 부왕과 석자 중에서 부처님보다 손윗사람은 부처님께 예배를 하지 않고, 만약 부처님보다 손아래 사람이면 예배를 하였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부왕과 여러 석자 중에서 부처님께 예배하지 않는 이가 있음을 보시고는 부처님은 여러 석자들의 뜻을 아시고 곧 허공으로 오르시어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지으셨으니, 마치 외도를 항복하려고 신력을 짓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왕과 여러 석자들은 부처님 신력이 와서 같음을 보고 저절로 부처님께 예배하였습니다.
수두단나왕은 예배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나는 이제 세 번째 부처님 발에 예배 하였습니다.
무엇을 세 번째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는가?
첫째는 부처님이 처음 태어났을 때에 아이(阿夷)가 상을 보고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만약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반드시 부처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는데, 이때 땅이 진동하여 나는 신력이 이와 같음을 보고 곧 예배를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내가 외출하여 농사 밭에서 놀며 즐기고 보살은 염부나무 아래 있었는데, 날은 벌써 저물었지만 나무의 그림자가 머물러 옮기지 아니하고 보살의 몸을 덮었기에, 나는 신력이 이와 같음을 보고 곧 예배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부처님 신력이 이와 같음을 보았으니, 이것을 세 번째 여래의 발에 예배하였다고 합니다.’
수두단나왕이 여래의 발에 예배할 때에 일체의 석자들도 따라서 예배하고 서서 있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허공에서 내려와 사자좌에 앉으시니, 왕과 여러 석자들도 일시에 함께 앉았습니다.
때의 대중들이 좌정하자 하늘에서는 비가 왔으니, 그 빛깔은 붉었으며 티끌을 적셨습니다.
때에 대중들의 뜻에 습기를 즐기면 곧 습해지고 만약 습기를 즐기지 않으면 비가 비록 왔다 하더라도 습하지 아니했습니다.
때의 대중들은 비의 신력이 이와 같음을 보고 갑절이나 기쁨을 더하였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때의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왕과 여러 석자들은 법을 듣고는 수다원을 얻은 이가 있고 사다함을 얻은 이도 있었습니다. 각기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면서 떠나갔습니다.
왕과 석자들은 한 사람도 부처님을 점심에 청하는 이가 없었으므로 다음날 때가 되자 부처님과 2만의 비구들은 의복을 입고 바리를 지니고 앞뒤로 둘러싸고 차례로 떠나갔습니다.
가유라위국에 드시어 성문에 도착하자마자 부처님은 마음으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은 권속들의 마을에 들어가시어 어떻게 걸식을 하셨을까? 차례로 걸식을 하셨을까, 선택을 하셨을까?’라고 생각하시다가, 곧 과거의 부처님은 모두가 차례로 걸식하시고 선택함이 없으셨음을 살피셨고, 또 미래의 성문 제자들이 나의 법을 의지하기 위하여서도 차례로 걸식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때에 성안에 여러 석가 부녀들은 부처님께서 무리를 거느리시고 성에 들어오시어 걸식함을 듣고는 각기 창문을 열고 부처님께서 걸식하는 것을 구경하였습니다.
때에 라후라 어머니가 누각 위에 있으면서 부처님께서 성에 들어와 걸식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본래 집에 있을 때에는 천관(天冠)과 영락을 부치고 칠보 수레를 타고 천승만기(千乘萬騎)로 앞뒤에서 둘러싸고 출입하더니, 지금은 수염과 머리를 깎아 없애고 가사를 입고 바리를 지니고 걸식하는구나. 내가 이제 구경하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창을 열고 보자 멀리 부처님이 놓으신 다섯 가지색의 광명이 보였습니다. 그 광명은 땅을 비추어서 마치 금을 녹이는 것과 같았습니다. 야수타라(耶輸陀羅)는 보고는 곧 들어가 왕에게 ‘왕의 아드님께서 지금 성에 들어와 걸식합니다’고 하니 왕이 듣고 급히 나가서 부처님께 이르러 ‘대덕의 걸식이야 말로 우리들로 하여금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대덕과 도중(徒衆)들에게는 내가 공급할 수가 있는데 걸식을 하심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우리 종족은 그와 같습니다’라고 하시니, 왕은 다시 부처님께 ‘우리 찰리종은 걸식함이 없는데, 어찌하여 우리 종족은 그와 같다고 말합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과거의 모든 부처님은 나의 종족이요, 지금의 칠리종이 아닙니다’고 하시고, 부처님은 이어 대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였습니다.
일어나서는 게으르지 마시고
착한 법을 언제나 스스로 행하소서
착한 법을 행하면 편안할 수 있으니
금세는 물론이요 후세도 그러합니다.
왕은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곧 수다원의 도를 얻었습니다.
그때 세존은 다시 대왕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였습니다.
법을 행함이 곧 착한 행이니
나쁜 법을 행하지 마소서
착한 법을 행하면 편안할 수 있으니
금세는 물론이요 후세도 그러합니다.
왕은 둘째의 게송을 듣고 다시 사다함의 도를 얻었습니다. 다시 왕을 위하여 『담마바라본생경(曇摩波羅本生經)』을 말씀하시니, 왕은 듣고 아나함의 도를 얻었습니다.
왕이 목숨을 마치려 하실 적에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니, 흰 일산 아래서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때에 대왕은 여래께 바리를 청하고 부처님과 상가를 청하여 왕 스스로가 앞을 인도하여 모두 함께 전각에 올랐습니다. 왕이 곧 갖가지의 음식을 베푸시니, 부처님은 잡수시어 마쳤습니다.
궁중의 채녀는 부처님께서 잡수시어 마쳤다는 것을 듣고 라후라 어머니에게 ‘우리들은 지금 가서 예배하고 세존께 문안 드려야 합니다’고 하였습니다.
라후라 어머니는 채녀들에게 ‘부처님이 만약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신다면 스스로 오시어 나를 보시리라. 갈 수는 없다’고 하자 채녀들은 각기 향과 꽃을 지니고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였습니다.
채녀들이 떠나간 뒤에 라후라 어머니는 ‘만약 부처님께서 오시면 나는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잡수시기를 마치고 바리를 왕에게 드리고, 부처님은 두 신족 있는 아라한 제자를 데리고 가서 라후라 어머니의 처소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신칙하셨습니다.
‘만약 라후라 어머니가 예배하고 공양하면 그의 뜻을 따를 것이요, 막지 말라.’
‘그러하오리다, 부처님이시여’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부처님은 곧 라후라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시어 자리를 깔고 앉으셨습니다. 라후라 어머니는 부처님이 앉으심을 보고 재빨리 손으로 부처님 발을 받들며 머리로 만지면서 예배하였습니다.
왕은 라후라의 어머니가 부처님께 예배한 것을 보고나서 왕은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라후라 어미가 부처님에게 극히 존중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고 하시자,
부처님은 왕에게 ‘라후라의 어미가 저에게 존중한 마음을 냄은 겨우 이제 만이 아닙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왕은 부처님께 ‘언제 존중심을 내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부처님은 곧 그를 위하여 『긴나라본생경(緊那羅本生經)』을 말하여, 그날에 다섯 가지 법으로 왕자 난타(難陀)를 제수하여 왕을 삼으려 하였습니다.
무엇이 다섯 가지 법인가?
첫째 머리를 풀어헤침[披髮]이요, 둘째 옷을 맺음[結衣]이요, 셋째 전각을 장엄함이요, 넷째 장가를 들임이요, 다섯째 일산을 세움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 법이라 합니다.
부처님은 바리를 난타에게 주셨습니다. 난타의 뜻에 떠나가기를 좋아하지 아니함은 부처님을 존중하기 때문이니, 굽어보고 우러러보면서 따라 갔습니다. 부처님을 따라 절에 이른 뒤에는 뜻에 출가하기를 좋아하지 아니했습니다. 여래는 그의 전생 인연을 살피시고 아라한을 얻게 하여야 하셨기 때문에 억지로 출가하게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가유라위국에 이르러서 이틀 뒤에는 난타를 제도하시고 이레 뒤에는 라후라를 제도하셨습니다.”
[라후라의 출가한 인연]
법사가 물었다.
“어떻게 라후라를 제도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성에 드시어 걸식하시자 라후라 어머니는 라후라를 데리고 전각 위에 있었습니다. 라후라 어머니는 창에서 멀리 부처님을 보면서 라후라에게 말하였습니다.
‘저 분이 너의 아버님이시다.’
곧 영락을 라후라에게 주어서 부치고 말하였습니다.
‘너는 아버님에게 가서 값진 보배를 빌어라. 너의 아버님을 집에 계실 때에 큰 보배 광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곳을 모른다. 너는 나아가 빌면서 다다(多多)에게 ≺저는 일산을 세우고 전륜왕이 되려 하옵니다. 다다께서는 저에게 값진 보배를 하사하소서≻라고 하라.’
라후라는 어머니의 말을 받고 가서 부처님에게 이르러 부처님 그림자 가운데에 들면서 부처님께 ‘사문의 그림자는 극히 맑고 시원하며 즐겁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공양을 마치시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가시니 라후라는 부처님 뒤를 따르면서 부처님께 값진 보배를 빌었지만 부처님은 대답하시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하여 점점 따르고 따른 것이 절에 닿았습니다.
부처님은 자리를 펴시고 앉은 뒤에 라후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보리수 아래서 이 값진 보배를 얻었다. 이 재보는 일체 보배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고 첫째간다. 너는 얻기를 바라느냐?’
라후라는 세존께 ‘매우 좋아합니다, 사문이시여’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곧 사리불을 부르셨습니다. 사리불이 오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너는 라후라를 제도하여 출가시켜라’고 하시니, 사리불은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하고, 사리불은 곧 라후라를 제도하여 출가시켰습니다.
수두단나왕은 라후라의 출가를 듣고 마음에 크게 괴로워하시며 곧 급히 부처님에게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만약 출가하는 이가 있으면 먼저 부모에게 아뢰어야 하고, 허락하면 출가시킬 수 있고 만약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부처님은 제도하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율본에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부모가 허락하여 출가하고 뒤에 세속에 돌아왔다가 또 뒤에 다시 출가하려 하면 부모에게 아뢰어야 하며,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출가하려 하자 비구가 ‘그대 부모가 출가를 허락하셨소?’라고 하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할 적에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할 수 없지만 비구에게 ‘만약 나를 제도하지 않으면 나는 절을 불태워버릴 것이다’라고 하여, 만약 이러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출가시킬 것이니 범함이 아닙니다.
또 딴 지방 딴 나라에서 출가시키면 부모에게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라후라의 출가한 인연을 마칩니다.>
[사미의 열 가지 악]
사미에게 열 가지 악이 있으니, 멸빈(滅擯)시켜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죽임ㆍ훔침ㆍ음행ㆍ거짓말ㆍ술 먹음ㆍ부처님과 법과 상가를 헐뜯음ㆍ삿된 견해ㆍ비구니를 파괴하는 것이니,
이것을 열 가지 악한 법이라 합니다.
오직 비구니의 깨끗한 행을 파괴하는 것만은 영원히 멸빈되고 출가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의 아홉 가지 계율은 만약 고치고 뉘우쳐서 다시 짓지 아니하면 출가할 수 있습니다.
이 열세 가지 어려움이 있는 사람[十三難人]이 남을 위하여 스승이 되어 구족계를 받으면 계율을 얻지도 못하니, 교수사(敎授師)가 스스로 갈마하거나 남의 갈마를 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출가의 세 가지 흠경]
출가에 세 가지의 훔침[偸]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양을 훔침[偸形]이요, 둘째는 화합을 훔침[偸和合]이요, 셋째는 모양도 훔치고 화합도 훔친 것입니다.
어떻게 모양을 훔치는가?
스승이 없이 스스로 출가하여 비구의 나이[臘]를 의지하지 않고 차례로 받는 예배에 의지하지 않고 상가 법일에 들지도 않고 일체의 이끗도 받지 않음이니, 이것이 모양을 훔침이라 합니다.
어떻게 화합을 훔치는가?
스승이 있이 출가하여 열 가지 계율은 받았지만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고 다른 지방에 가서 10납(臘)이라 하기도 하고 20납이라 하기도 하면서 차례로 사람들의 예배를 받으며, 상가의 포살과 일체 갈마에 들며, 차례에 의하여 남의 보시를 받으니, 이것이 화합을 훔침이라 합니다.
어떻게 모양도 훔치고 화합도 훔치는가?
스승이 없이 스스로 출가하여 차례에 의지하여 나이를 받으며 일체의 갈마에 들며 남의 보시와 예배를 받으니, 이것이 모양도 훔치고 화합도 훔침이라 합니다. 모양을 훔친 이가 법 일을 겪지 아니하고 보시를 받지 아니하고 예배를 받지 않다가 만약 다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려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또 피난으로 출가하거나 굶주려서 출가하거나 함이 있다가 일체의 법 일에 들지 않고, 어려운 일이 지나가고 굶주림이 지나간 뒤에 만약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려 하면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비구가 실제로는 한 살[臘]인데 거짓으로 두 살이라 하며 두 살에 의하여 차례로 이끗을 받으면 돈을 헤아려서 중함을 범합니다.
어떤 비구가 물속에서 옷을 벗고 목욕하면서 스스로 벌거벗은 모양이 좋다고 말하며 만약 외도의 처소에 가려하면 걸음걸음이 돌길라입니다. 도중에서 뉘우치고 돌아와 참회하면 돌길라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또 외도의 처소에 가서 외도의 설법을 듣고 그 뜻에 들지 않아서 뉘우치고 돌아와 참회하면 돌길라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만약 외도에 들어서 설법을 듣고 마음이 곧 좋고 즐거워서 외도의 법을 받으면 머리카락 한 올까지 빼고 아파서 뉘우치고 돌아와도 응당 멸빈하여야 하고 다시 출가시키지 못합니다.
<외도 제도하는 것을 마칩니다.>
‘용을 제도하지 못한다’ 함은 무엇 때문인가?
용은 선정의 도의 과위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은 다섯 가지의 일이 있어서 용의 몸을 떠나지 못합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음(婬)을 행할 때에 만약 용과 함께 음을 행하면 다시 용의 몸이 되며, 만약 사람과 같이 음을 행하면 다시 용의 몸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태어날 적에는 용의 몸을 떠나지 못하며,
셋째 허물을 벗을 때며,
넷째 잠잘 때며,
다섯째 죽을 때이니,
이것은 다섯 가지 일이 되며 용의 몸을 떠나지 못합니다.
가루라와 내지 석제 환인(釋提桓因)도 출가하지 못하며 구족계를 주지도 못합니다.
<용의 품(品)을 마칩니다.>
부모를 죽인 사람을 제도하지 못하니, 부모를 죽이면 출가의 법에 여래는 허락하시지 않습니다. 만약 축생의 부모를 죽이면 출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지어 죽여도 출가할 수 없습니다.
아라한을 죽인 사람을 제도하지 못합니다.
만약 어떤 속인이 아라한이 되었는데, 죽이면 출가할 수 없습니다.
만약 아래의 3과인(果人)을 죽이면 출가를 막지 못합니다.
만약 축생이라 생각하며 아라한을 죽이면 범함이 아닙니다.
업장이 무거우면 남을 제도하지 못합니다.
‘비구니를 파괴한다’ 함은 세 가지 곳에 음행하면 모두 비구니를 파괴한다 합니다.
만약 비구니를 만지고 대면 출가에 저장은 없습니다.
만약 속인(俗人) 옷을 억지로 비구니에게 주어서 입혀 놓고 음행하여도 비구니를 파괴함이라 하니 출가하지 못합니다.
만약 비구니가 속인 옷을 입기 좋아하는데 나아가서 음행하면 출가에 지장은 없습니다.
만약 처음 것을 파괴하면 출가할 수 없으나 둘째 번인 것은 파괴하여도 지장이 없습니다.
또 식차마니와 사미니를 파괴하면 출가에 지장은 없습니다.
상가를 파괴하는 사람은 출가시키지 못하니, 어떻게 상가를 파괴하는가?
혹은 열여덟 가지 일에 집착하여 세 번 달래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남녀추니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도 수태(受胎)하고 남으로 하여금 수태하게 할 수 있으며,
둘째는 자신은 수태하지만 남으로 하여금 수태를 하게 할 수는 없으며,
셋째는 자신은 수태할 수 없고 남을 수태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세 가지의 사람은 다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이미 구족계를 받았으면 멸빈하여야 합니다.
만약 화상이 없으면 구족계를 수여하지 못하며 만약 구족계를 수여하면 돌길라가 되지만 이 사람은 계율을 얻은 것입니다.
또 고자가 화상이 되어 남을 위하여 계율을 받게 하면 계율은 얻되 스승 되는 중은 죄가 됩니다.
옷과 바리가 없이 구족계를 받으면 계율은 얻되 스승 되는 중은 죄가 됩니다.
두 세 사람이 일시에 구족계를 받게 되면 낱낱이 동등하며 나이도 같고 때에 서로가 절을 하지 못합니다.
동일한 화상이며 동일한 갈마사가 일시에 세 사람에게 구족계를 받게 하면 일시에 계율 나이[戒臘]를 얻으며 똑같아서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화상(和上)’이라 함은 외국의 말이요, 한(漢)나라에서는 죄를 알며 죄 없음을 아는 이라 하니, 이것을 화상이라 합니다.
계를 받고는 그림자에 걸어가야 합니다.
그림자에 걷는다 함은 똑바로 서서 머물러 있는 다리로부터 처음을 삼아 몸 그림자의 길고 짧음을 따라 그림자에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림자에 걷는 것을 마칩니다.>
‘그 시기를 가르친다’에서 그 시기라 함은 혹은 겨울의 시기요, 혹은 봄의 시기요, 혹은 여름 시기의 끝남이니, 날과 달과 달의 때를 가르칩니다.
다음은 계를 받는 때와 대중 수의 많고 적음을 가르칩니다.
다음은 4의(依)를 주어서 마치고, 다음은 네 가지의 중요한 수계(受戒)를 말하여 마치고, 새로 받는 이로 하여금 앞에 있다가 나오게 합니다.
<계를 받는 건도(犍度)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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