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南) 프랑스의 풍광(風光)<4>
3. 고대 성벽 도시 아비뇽(Avignon)
아비뇽 교황청(뒤: 노트르담 성당) / 아비뇽 성벽
아를(Arles) 관광을 마치고 프랑스 제1의 항구도시이자 파리 다음으로 크다는 제2도시 마르세유를 보러갈까 했으나 너무도 타락한 도시이고 여행객들에게 위협이 되는 범죄도시로 알려져 관광을 포기하고 북쪽 아비뇽(Avignon)으로 행했다.
아비뇽(Avignon)은 아비뇽교황청(Palais des Papes)이 있었던 도시로 유명할뿐더러 론(Rhone) 강변의 구도심은 철옹성 같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성벽이 아직도 온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1> 아비뇽 유수(幽囚)
이곳에 교황청이 있게 된 것은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 왕 필립 4세의 강권(强勸)을 이기지 못하고 교황청을 이곳 남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것을 ‘아비뇽 유수(幽囚)’라고 한다.
즉 교황의 죄수 생활이라는 뜻이겠다. 이후 1377년까지 일곱 분의 교황들이 이곳에 강제로 머물게 되는데 사실상 필립 4세의 포로(인질)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필립 4세는 교황을 등에 업고 성직자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물려 왕권을 강화하는 자금을 모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영지를 넓히는 전쟁을 끊임없이 벌였다고 한다. 당시 교황은 필립 4세의 허울 좋은 ‘보호를 받는’ 처지였는데 교황청이 있는 이 성으로 온갖 망나니들이 모여들어 ‘타락의 성(城)’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이 교황이 거쳐하는 교황청 성내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어서 도둑, 매춘부, 폭력범, 마약쟁이 등이 모여들어 득실거리는 범죄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또 언젠가는 강도들이 들어와 교황청의 물건을 도둑질해가며 교황을 인질로 잡고 강복(降福)을 해 달라고 떼를 써서 교황은 할 수 없이 머리에 손을 얹고 도둑들의 복을 빌어 주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 이후 1417년에야 교황청이 로마로 복귀하지만 프랑스는 로마교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비뇽에 프랑스 출신의 교황을 세워 교황이 둘인 희한한 해프닝도 있었다.
그 이후 1791년 프랑스가 세운 아비뇽 교황은 폐위되고 로마령이던 아비뇽 성(城)도 프랑스에 통합된다.
<2> 아비뇽(Avignon) 교황청
14세기에 세워진, 론(Rhone River) 강안(江岸)의 45m 절벽 위에 성벽 높이 50m, 두께 4m, 성내(城內) 면적 15.000㎡로 건축된 아비뇽교황청은 견고한 성벽과 건물들로 지금도 중세 도시를 연상시키는데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Gothic) 양식의 성이라고 한다.
거대한 성벽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하는데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중세의 성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교황청 건물과 아비뇽 대성당을 마주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경건해진다. 교황청 건물과 아비뇽 대성당은 두 건물이 거의 붙어있다.
아비뇽 대성당의 황금 성모상 / 성당 앞 예수 십자고상
내가 방문 때 교황청은 수리 중인지 내부 공개를 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먼저 성당 첨탑 꼭대기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모상(聖母像)이 눈길을 끈다. 또, 성당 바로 앞에는 아름다운 조각들로 둘러싸인 예수 십자고상이 인상적이다.
성당 앞에서 바라보면 아비뇽(Avignon) 시내가 한눈에 조망된다. 성당은 무료입장(거의 모든 성당이 무료입장이다)이라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렸는데 성당 내부는 비교적 검소한 편이다.
<Episode> 교황청 보러 가던 날
아비뇽에서 우리의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떼제베(TGV) 기차역 부근이었는데 버스를 타려면 5~6분 정도 걸어 기차역 앞으로 가야 했다. 교황청을 보러 가던 날, 아침에 버스 종점인 떼제베 역 앞으로 갈까 하다가 가다 보면 버스정류장이 있으려니 여기고 시내 쪽으로 슬슬 걸어가는데 론(Rhone) 강변이 나오며 버스정류장은 없고 인적이 드문 대로변의 연속이다. 그래도 정류장이 있겠지... 도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내쳐 걸었는데 아무리 가도 정류장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사람조차 드문 강변도로의 연속이다. 결론적으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임교장이 소피를 본다며 풀숲으로 들어가기에 혼자 슬슬 걸었는데 항상 앞서서 쌩쌩 걷던 임교장이 도무지 따라오지를 못한다. 며칠 전, 임교장은 여행 올 때 새로 샀다는 배낭의 멜빵끈이 끊어져 붙잡아 매느라 고생하더니 엊그제부터 신발(샌들)까지 너덜너덜... 걷지를 못한다. 우리의 배낭여행이 이미 한 달 반이 넘었으니 이것저것 문제가 발생한다. ㅎ
풀숲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났더니... 걷는 것이 지겹다는 표정으로 임교장이 나타난다.
그렇게 잘 걷던 임교장도 신발이 발목을 잡나 보다. 이렇게 1시간 정도 걷다 보니 성곽이 보이고, 우리가 처음 도착했던 정류장, 그리고 교황청 언덕도 보인다. 그리하여 차비는 벌었는데 둘 다 녹초가 되어... 교황청 언덕을 오르느라 기진맥진... 힘든 하루였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