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30. 마왕 파순, 구덕 비구가 열반에 들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毘婆波世山)의 칠엽굴(七葉窟) 에 계실 때였다.
당시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구덕(求悳)이었다.
그는 혼자 선산(仙山) 흑석굴(黑石窟)에 있으면서 고요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는 소견[我見]을 끊고 시해탈(時解脫)을 얻었다.
그러나 자신이 몸소 증득하긴 했지만 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렸는데, 이를 두 번, 세 번 나아가 여섯 번까지 물러서서 잃어버렸다.
비구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혼자 수행하면서 정진하다가 여섯 번이나 물러서서 잃어버렸으니, 만일 또다시 물러서서 잃어버린다면 칼로써 스스로를 베리라.’
마왕 파순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파세산 칠엽굴에 계실 때 구담의 제자 구덕도 왕사성의 선산 흑석굴에 홀로 머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방일하지 않아서 시해탈을 얻었지만 몸소 증득하여 얻었다가 도로 잃기를 여섯 번이나 한 것을 알았다.
그때 마왕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덕 비구가 만약 일곱 번째 얻게 되면, 반드시 스스로 상해해서 마군의 경계를 벗어나리라.’
이렇게 생각한 미왕은 유리 거문고를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가서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으로 아뢰었다.
대지혜와 대정진으로
대신통을 통달하고
법에 대한 자재로움 얻으셔서
거룩한 광명이 아주 치성한 이여.
당신의 성문(聲聞) 제자가
지금 스스로를 해치고자 하니
사람 중에서 최상인 당신은
지금 마땅히 못하게 막아야 하리.
당신 법을 좋아하는 이가
어떻게 그의 죽음을 배우겠는가.
마왕이 이 게송을 말하자,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말씀하셨다.
“파순아! 너는 지금 모든 방일하는 자와 크게 친한 벗이 되었다.
네가 지금 말한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말일 뿐, 저 비구를 위하여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겁내거나 나약하지 않고
굳게 정진을 닦아 행하며
항상 선정을 즐기면서
밤낮으로 착한 일들 닦았노라.
그리하여 애욕의 번뇌를 말라 붙게 하고
너의 마군 무리를 무너뜨리니
이제 최후의 몸을 버리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가리라.
그러자 마왕은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면서 유리 거문고를 놓아둔 채 몹시 뉘우치고 한탄하다가 자기 궁전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과 함께 선인산의 구덕 비구 처소에 가 보아야겠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구덕의 처소에 가 보니, 구덕의 시체의 동쪽이 마치 연기 구름 같았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연기 구름을 보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시체의 남쪽ㆍ서쪽ㆍ북쪽도 역시 그와 같은 연기 구름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바로 파순이 몸을 숨긴 채 구덕의 처소를 둘러싸고서 그의 심식(心識)을 찾아 보려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구덕 비구는 열반에 들어갔기 때문에 신식(神識)이 있지 않으며, 어디로 간 곳도 없다.”
그때 마왕은 소년으로 변화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아래와 그리고 사방으로
구덕의 의식을 찾아 보아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
그 신식은 마침내 어디로 갔습니까?
세존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굳건한 사람은 너 마군의 무리를 깨뜨리고서 열반에 들어갔노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