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0. 불설수우경(佛說水牛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게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들판에 한가한 곳이 있었느니라. 그때 물소 왕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머물면서 오고 가며 풀을 먹고 샘물을 마셨느니라.
그때 물소 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그곳에 모여 머물면서 홀로 선두에 있었는데, 모습이 좋았고 위신이 높아 보이며 그 덕이 특히 뛰어나 인욕하고 온화하여 아름다웠으며 행하고 멈추는 것이 편안하였다.
그때 큰 원숭이[獼猴] 한 마리가 길가에 살고 있었는데 물소 왕이 권속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 화가 나고 질투심이 생겼다. 즉시 흙덩이와 기와와 자갈 같은 것을 쳐들어 그에게 던지며 욕을 하였으나, 물소 왕은 가만히 그것을 받으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
그 후 오래지 않아 또다시 다른 물소 왕이 뒤를 따라 왔는데 큰 원숭이가 보고 역시 욕을 하고 흙덩이와 기와와 자갈을 던졌다. 나중에 온 물소들은 앞에 선 물소 왕이 묵연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본받아 인내하였다. 그 마음이 온화하고 기쁘며 안온하고 미묘하며 우아하게 걸으며 그 욕을 듣고도 원한을 품지 않았다.
이들 권속이 지나간 후 오래지 않아서 물소 새끼가 그 뒤에서 물소 무리의 뒤를 따라갔다. 이에 큰 원숭이는 그를 따라 가면서 욕을 하고 그를 업신여겼다. 그때 물소 새끼는 원한이 생겨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앞의 물소들이 참으면서 원한을 갖지 않는 것을 보고 또한 그것을 본받아 참으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가졌다.
그 길에서 멀지 않은 곳의 큰 숲 속에 나무신이 있었는데 숲 속에서 머물면서 여러 물소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참아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물소 왕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큰 원숭이가 함부로 보고 욕하며 흙덩이와 기와나 자갈을 던지는데도 오히려 그것을 참으면서 잠자코 대응하지 않는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가, 왜 그러는가?’
그리고 게송으로 다시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방일한 큰 원숭이를 그대로 두는가?
흉악한 것이 지나쳐도
모든 고락을 평등하게 보며
뒤에 오는 자도 역시 어질고 온화하며
앉고 일어나는 것이 편안하며
다 능히 참으며
저들은 지나가 버린다.
여러 뿔로 말없이 매를 치면
여럿을 떨어뜨릴 수 있고
무서워하게 만들 수 있는데
묵묵히 보복을 하지 않네.
물소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를 깔보고 욕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더하리라.
그는 마땅히 그에 대한 과보를 받으리니
이내 근심거리를 얻을 것이네.
여러 물소들이 지나간 지 오래지 않아 여러 범지 대중들과 선인들이 그 길을 따라 오게 되었다.
그때 큰 원숭이는 또 욕을 하면서 흙덩이와 기왓장과 자갈을 그들에게 던졌다.
여러 범지들은 즉시 그 큰 원숭이를 잡아서 다리로 밟아버리니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나무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죄악은 썩어 없어지지 않나니
재앙이 무르익어 근심을 만나리.
죄악이 가득 차게 되면
여러 가지 재앙 문드러져 없어지지 않도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물소의 왕이 누구였는지 알고 싶으냐? 나였느니라.
보살이 되기 위해 그때 죄에 떨어져서 물소의 왕이 되어 인욕을 행하고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捨)의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을 닦고 스스로 부처가 되기에 이른 것이니라. 그 외의 물소의 권속들은 여러 비구들이니라.
물소의 새끼와 여러 범지와 선인들은 청신사(淸信士)와 재가 신자들이니라.
그 큰 원숭이의 무리들은 해를 입은 니건사(尼犍師)이니라.
그 본말(本末)이 이와 같으니라.
구경(究竟)에 이르러 각각 그 행하는 바를 옹호하면 선악은 썩지 않아서 그림자가 그 형체를 따라 생기고 소리에 따라 울림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