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0]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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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김소월, 「접동새」-
*아우래비:아홉 오라비.
*불설워:‘몹시 서러워’의 방언.
*오랩동생:‘오라비’의 방언. 남동생.
(나)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 울음 되어 우항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 동안 그가 찾아 헤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배한봉, 「우포늪 왁새」-
*왁새:왜가리.
*동편제:호남의 동쪽 지역에서 발달한 판소리의 한 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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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반어법을 사용하여 관념적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②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③가상의 상황을 통해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④대구적 표현을 통해 시적 공간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⑤화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대상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39.<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이 작품은 계모에게 박대 받던 처녀가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고, 밤이면 오라비들을 찾아와 울었다는 ‘접동새 설화’를 수용하여 현대시의 형식으로 변용하고 재창조한 것이다. 억울한 죽음의 사연을 담고 있는 설화를 통해 당시 나라를 잃고 슬픔에 빠진 우리 민족의 한을 전통적 율격으로 노래하고 있다.
①‘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은 설화와 관련한 접동새 울음소리를 리듬감 있는 시행의 배열로 변용한 것이다.
②‘누나는/진두강 앞마을에/와서 웁니다.’는 화자가 설화를 수용하여 ‘접동새’와 ‘누나’를 동일시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③접동새 설화의 ‘누나’는 ‘우리 누나’로 변주되며 민족이 지닌 슬픔의 정서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④‘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와 같은 표현은 전통적 율격으로 우리 민족이 지닌 정서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⑤‘야삼경 남 다 자는 밤’에 잠들지 못한 ‘오랩동생’의 태도는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연결되는 것이다.
40.(나)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화자는 ‘시골장이나 떠돌던/소리꾼’의 삶을 떠올리며 그가 추구했던 ‘한 대목 절창’을 우포늪에 퍼지는 ‘왁새 울음’ 소리와 동일시하고 있군.
②‘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가 ‘꿈속에서도’ 찾던 득음의 경지를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이 퍼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군.
③‘혈혈단신’으로 슬픔을 지닌 사내가 ‘필생 동안’ 찾아 헤맨 소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는 것이겠군.
④‘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왁새들이 ‘일제히 깃을 치며’ 날아가는 것은, 득음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소리꾼의 회한을 드러내는 것이겠군.
⑤‘완창 한 판 잘’ 끝낸 ‘왁새들’의 울음은 ‘소리꾼 영혼’이 담긴 예술적 경지와 통하는 것으로, ‘우포늪 꽃잔치’를 무르익게 하는 생명력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겠군.
[해설]
(가) 김소월, 「접동새」
김소월의 ‘접동새’는 접동새 설화를 수용하여 현대시의 형식으로 재창조하고 있는 작품으로, 접동새 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진두강 가에 열 남매가 살았는데,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계모를 맞아들였다. 계모는 매우 포악하여 전처에게서 난 아이들을 학대했다. 열 남매 중 맏이인 소녀는 혼기가 되어 어느 도령과 혼약을 맺었는데, 도령의 집은 매우 부유해서 소녀의 집에 많은 예물을 보냈다. 이를 시기한 계모는 소녀를 죽였다. 소녀의 혼은 접동새가 되어 날아올랐다. 접동새가 된 소녀는 계모를 무서워하여 남들이 다 자는 밤에만 나타나 아홉 동생들을 걱정하며 슬피 울었다. 시인은 이렇게 억울한 죽음의 사연을 담고 있는 설화를 통해, 당시 나라를 잃고 슬픔에 빠진 우리 민족의 심정을 절실한 가락으로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 드러난 시적 방법은 우리 민족 전체가 공유하던 구비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하여 민족적 동일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시적 주체의 감정을 보편적인 정서로 일반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전통적 율격을 변주한 개성적인 리듬, 행과 연의 입체적인 구분과 정제된 시적 구조, 애상적 어조와 향토색 짙은 시어 등을 통해 한의 정서를 극대화하고 있다.
(나) 배한봉, 「우포늪 왁새」
배한봉의 ‘우포늪 왁새’는 경남 창녕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습지 ‘우포늪’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의 가치에 주목한 시인의 시 세계를 잘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늪은 고여 있는 물로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온갖 생명체의 쉼터가 되는 동시에 생명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한 소리꾼이 평생 추구한 득음의 경지를 우포늪의 왁새 울음소리에 빗대어 표현하고, 자연의 생명력과 예술혼의 경지를 동일시하여 드러내고 있다.
38. [출제의도] 작품의 표현상 특징을 파악한다.
(가)는 ‘접동새’를 중심으로, (나)는 ‘우포늪’의 ‘왁새’를 중심으로 청각적 이미지를 드러내어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에서는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웁니다’ 등의 시어에서 청각적 이미지가 드러나고, (나)에서는 ‘신명 한 가락’, ‘한 대목 절창’, ‘왁새 울음’ 등에서 청각적 이미지가 드러난다. 이를 통해 시적 정서가 환기되고 있다. / ① (가)와 (나) 모두 반어적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③ (가)에서는 접동새가 누나라고 가정할 수 있고 (나)에서는 왁새의 울음소리를 통해 소리꾼의 득음을 떠올릴 수 있지만, 화자가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④ (가)와 (나) 모두 대구적 표현을 찾기 어렵다. ⑤ (가)에서 접동새 울음을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화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며, (나)에서도 왁새와 소리꾼을 통해 시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화자와 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39. [출제의도] 외적 준거를 통해 작품을 이해한다.
<보기>는 접동새 설화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에 울고 있는 접동새는 동생들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 누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오랩동생’의 태도는 시에 나타나 있지 않으며,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 ① 시행 배열과 ‘아우래비 접동’이라는 표현을 통해 리듬감을 살리고 있다. ② 1연에서는 접동새의 울음소리를, 2연에서는 ‘누나는’ ‘웁니다’라고 표현하여 ‘접동새’와 ‘누나’를 동일시하고 있다. ③ 3연까지의 ‘누나’가 4연에서는 ‘우리 누나’로 변주되며 민족이 지닌 슬픔의 정서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④ 전통적 율격으로 이별의 정한을 부각하고 있다.
40. [출제의도] 시구의 의미를 적용하여 감상한다.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왁새들이 ‘일제히 깃을 치며’ 날아가는 장면은, 소리꾼이 지닌 득음의 경지와 상통하는 것이므로 소리꾼의 회한과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① 화자는 소리꾼과 왁새를 동일시하며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② ‘그 사내’가 찾던 득음의 예술적 경지는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이 번지는 것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④ 소리꾼 사내가 평생 찾아 헤맨 소리는 우포 늪 가까이에 있는 ‘맑은 가락’ 속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⑤ 왁새들의 완창은 소리꾼의 예술적 경지와 통하는 것으로, ‘우포늪 꽃잔치’를 무르익게 하는 생명력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답]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