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한적인 법정 아파트회계감사, 그 허와 실

[최신열]

권 용 찬 공인회계사
건설회계아카데미  www.aptyes.co.kr
 
 
개정된 주택법령은 아파트회계의 투명성, 예측가능성, 효율적인 관리 및 그 실행에 대한 사후관리 등으로 잘 짜여 있다. 2010년 7월 6일부터 입주자 등이 10분의 1 이상 요구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의하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의 감사인은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감사반이며 회계법인은 공인회계사가 10인 이상이 모인 법인체이고, 감사반은 자신의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개업 공인회계사 3인 이상이 모여서 결성한다.

필자도 오랜 회계법인 근무를 마치고 십수 년 전 감사반을 만들었다. 그 당시 아파트회계감사는 각 단지에서 자천타천으로 공인회계사회에 의뢰하면 공인회계사회에서 감사인에게 배정하는 구조였다.

필자의 감사반은 회계사가 세 사람인 최소 규모였기 때문에 연간 1건 또는 아예 배정되지 않는 해도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공인회계사회에서 아파트감사를 배정한다는 공문을 받고 관리실로 전화를 해서 회계감사를 수락한 후 관리면적을 물어봤다. 그때는 건설부(요즘의 국토해양부 전신) 협조공문에 따라 연간 회계감사비가 3.3㎡당 100원 정액이었기 때문에 관리면적에 따라 감사수수료가 확정됐다. 오랜만에 하는 아파트감사이고 동료들도 만나는 자리이니 조금 넉넉한 단지였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전화기 저쪽에서 “네, 저희 관리면적은 약 9,917㎡이에요” 회계감사비가 30만원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이미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었고 다른 두 명에게 잘 설명하고 필자가 점심 사는 조건으로, 회계사 세 명이 비좁은 관리실 탁자에 오순도순 앉아서 ‘공동주택 관리주체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요령(1985. 7. 1.)’에 따라 성실하게 감사하고 감사조서도 챙기며 감사보고서까지 만들어 제공했다.

그 후 1994년부터 아파트회계감사는 자유수임제가 됐고 1999년 아파트회계감사가 법정감사에서 임의감사제로 변하기 이전까지 수년간 필자는 많은 단지의 회계감사를 수행했다. 그래서 아파트회계 실무에 적합하면서도 공정타당한 아파트회계를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다듬고 ‘아파트회계실무(1997)’도 펴냈고 서울시 표준관리규약의 회계부분도 입안했다. 지금도 아파트회계감사를 의뢰하는 단지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회계감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옛날 강제 배정 당시와 같이 1년에 한 건 또는 아예 안 하는 연도도 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감사보고서를 낼 때 회계사 3인 명의가 아닌 필자의 단독 명의라는 점이다.

주택법 개정에 발맞춰, 공인회계사회에서는 2010년 12월 1일부터 아파트회계감사에 적용할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회계감사기준’을 개정했다. 감사보고서는 감사반의 경우 감사에 참여한 3인 이상의 회계사가 연명으로 작성하고 회계법인은 심리절차 등을 거쳐 대표이사 명의로 생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부터 관련 법규를 준수하자면, 아파트 회계감사는 언제나 공인회계사 3명 이상이 감사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어떤 회계사 혼자 또는 두 명이 회계감사를 하러 오거나 회계사 대신 회계사가 아닌 감사보조자를 데리고 와서 3인을 채우면서 회계감사를 하면 법규 위반이다.
공인회계사는 회계전문가 집단이다.

그런 고급인력을 이용하자면 비싸고 그들은 시간에 따른 보수를 받는다. 고객이 컨설팅을 의뢰하든 회계감사를 의뢰하든 같다. 그 고객이 아파트 단지이건 기업이건 계산방식은 유사하다. 지금까지 1년분에 3.3㎡당 100원 아니면 60원, 총 100만원 남짓 많게는 500만원 정도 생각하던 회계감사비는 이런 계산식에서는 도무지 맞지 않다. 아무리 작은 단지라 해도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3에 따라 회계감사를 결정한 이상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시재금 10만원을 아끼고 살던 단지라도 회계감사를 받기로 하면 공인회계사 3인의 수고비를 회계감사비로 아낌없이 지출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돈이 문제다. 또 기업회계에 능통한 공인회계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아파트회계의 목적과 실무를 망각한 채 이런 저런 것들이 기업회계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열심히 설명하며 또 설득하면서 감사보고서에 그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선급비용, 충당부채, 연체료수익, 이자수익 등 아파트회계에서는 너무 아름다운 100점짜리 계정이지만 불행히 기업회계를 중대하게 위배하고 있는 것이 아파트회계에는 즐비하다. 주택법을 개정해서 공정한 회계감사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는 백번 지당하고 이해한다. 문제는 돈의 역할이다. 적은 돈으로 공인회계사 3인을 초대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옛날 생각처럼 돈을 아끼고자 혼자 오라고 하면 피감사인이 감사인으로 하여금 법규 위반을 유도하는 꼴이 된다. 당장 2010년 회계감사부터 적용된다. 어쩔 것인가? 돈이 마련돼도 걱정이다. 명망 있는 대형회계법인이나 아파트회계에 무지한 감사인에게 의뢰할 경우 회계감사에 투입된 젊은 회계사들은 기업회계로 철저히 무장해 아파트회계의 목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필자는 아파트회계감사 수임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대신 아파트회계감사에 관심 있는 회계사들에게 아파트회계가 무엇인지를 공인회계사 회계연수원에서 널리 교육해 혹시 회계감사 때문에 공정타당한 아파트회계가 흔들리거나 그 관련자가 마음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챙길 생각이다.

2010/12/29 [11:13] ⓒ한국아파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