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엄마 / 오금님
“니가 어떻게 왔냐?”
내 손을 덥석 잡는 순이 엄마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에 주름이 깊다.
평상에서 마늘을 까고 계신 순이 아버지
“누구여?”
“응, 나주 양반 막내딸이 왔구먼. 막둥이 친구”
순이 엄마는 몇십 년 만에 본 나를 단번에 알아본다.
나는 밝고 건강한 엄마를 둔 순이가 좋았다.
“엄마, 기억나? 소풍날 엄마가 김밥 싸 준 거”
“기억나제. 도시락이 하나밖에 없어 갖고
도시락에 싼 건 니 주라고 혔는디 니가 도시락으로 먹었냐?”
앨범 속에 나는 네모난 도시락을 들고 웃고 있고
순이는 스텐 밥그릇을 손에 받친 채 김밥을 먹는다.
순이와 통화할 때마다 빠지지 않던 도시락 이야기
순이네 집은 늘 믹스커피 향이 맴돌았고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와 반겼다.
비 오는 날 놀러 가면 부침개를 부치던 순이 엄마
우릴 나란히 앉혀 놓고
내 입에 한 입, 순이 입에 한 입 넣어주곤 했다.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라는데 그냥 간다고 하니
얼른 부엌으로 가 삶은 계란을 들고 나오신다.
마당을 나서는데 양손에 쥔 계란이 따듯하다.
사랑하면 닮는다는데 / 오금님
언니 같은 엄마
동생 같은 딸이
가게 앞을 지나간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꼭 우리 자매같이
언니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절반을 남겨 주었다
뚝뚝 떨어지는 애정이었을까
녹아내리는 팥물
한 방울이라도 놓칠세라
거꾸로 들고 빨아먹으면
엄마 눈으로 흐뭇하게 바라보던 언니
남겨 주는 그 마음을
언니가 되어보지 못한 나는 알 길 없는데
다섯 살 터울은 고무줄처럼 늘어나
어느새 엄마 품이다
언니는 엄마, 나는 아빠를 닮았는데
팔짱 끼고 걸어가는 우릴 보고
동네 사람들은 쌍둥이라 했다
자매 같은 모녀가 지나간다
꼭 우리 자매처럼
널다 / 오금님
내 몸에는 물이 많다
장마가 하루 쉬어가는 날
벤치에 몸을 넌다
푸른 이끼들이 자랄 것 같은
장맛비 품은 땀구멍
해를 마주하고 바로 누워
몸에 붙은 습기를 말린다
장마 중간에
오늘처럼 비가 그치고
해가 비치면
귓바퀴에 맺힌 눅눅한 말들부터
먼저 말린다
평상에
장독대에
말없이 살림살이 널던 어머니처럼
잡동사니들 옥상에 널고
화단 바위에 신발 늘어놓고
마지막으로 공원 벤치에
나를 펴 넌다
해가 드는 쪽으로 돌아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