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세계의 시붕 서티벳을 가다(19)
'죽음의 고개'돌마라(해발 5,668m)를 내려온 순례자와 트레커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 벌판을 하염없이 걷고 있다.
■ 72살에 해발 5,000m 트레킹 완주
계곡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던 야크들이 순례자와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지나가자 큰 눈을 껌벅 거리며 쳐다보고 있다.
야크들에게 우리는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다.
숙소까지 12km라고 했는데, 가끔 보이는 카일라스의 정상 모습이 다른 것 말고는
그냥 넓은 초원길에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공원 관리 차량과 이름 모를 새들,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적어 쌓아 놓은 마니석이 보일 뿐이다.
카일라스는 성산이라 이 산에 있는 새와 동물은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올라올 때 한 스님은 과자 부스러기를 손에 들고 새들에게 먹이고 있었는데
여기 새들도 사람이 바로 옆으로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순례자들은 이런 동물들을 위해 바위에 먹이를 놓고 가기도 한다.
평생의 업보를 사(赦)한다는 카일라스 순례길을 돌고 내려왔건 만
멀리 바라볼 기운도 없다는 푸념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오늘 숙소인 쥬투룩북 사원이 보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와~'하고 소리를 지른다.
일행 중 몇 분이 뒤떨어져 있지만, 일단 무사히 트레킹을 마쳤다는 생각에 감격해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눈다.
새벽에 출발해 오후 6시쯤 도착했으니 약 11시간 동안 5,000m~5,669m를 돌아온 것을 서로에게 축하 한다.
서티벳 여러 곳을 고산증세에 크게 시달리지 않고 다니는 것 만도 대단한데
성산 카일라스를 완주 했으니 감격스러울 만도 하다.
2박 3일 동안 지쳐 버린 몸이지만,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서로를 즐겁게 했고,
저로서는 나이 72살에 이 트레킹을 완주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가슴이 벅차 온다.
바위에 앉아 돌아온 카일라스 트레킹 길을 생각하니 내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이 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옴마니반메홈'을 수없이 외웠다.
그리고 가족들 이름도 부르고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카일라스 풍경 속에 담아보고 있습니다.
성산 카일라스 순례길은 얄룽창포강을 따라 이러진다.
■ 神이란 무엇일까?
얄룽창포강 길을 따라온 트레킹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제 끝이라 생각하니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도 남습니다.
신이란 무엇일까?
그들이 숭배하고 찾는 신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청하다는 장소에 있는 바위에 옷이며 신발, 머리털 등
자신이 지녔던 것을 바치며 신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순례자들,
한 걸음 걷기도 어려운 돌 길에서 오체투지 기도를 올리는 여인 등 이들이 찾는 신,
티벳 사람들에게 부처는 무엇인가 하고 깊게 생각해 본다.
티벳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이런 고행을 한다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옴마니밤메훔'
해가 기울어가자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기후변화입니다.
비상용 옷을 껴입고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위험 지역을 다 내려왔다는 간도감 때문인지 몇 사람이 고산증세를 호소하며
오늘 숙박 장소를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여정 데로는 여기서 숙박하고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카일라스의 다른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뒤에 오는 분도 그렇고, 여성 한 분이 몸이 몹시 괴로워 아무래도 고도가 낮은 곳으로 갔으면 한다.
아마도 어제 머물렀던 숙소의 고도가 너무 높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원인인 듯하다.
전문 산악인도 아니고 종일 4700m~5100m의 높은 고지를 걸었고
오늘 '죽음의 고개'라는 돌마라 고개를 넘어 왔으니 힘이 들었을 겁니다.
앞으로 남은 코스는 1시간 정도의 평지 길로
길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늘 조금 더 걸어 고도를 낮춰야 하겠다는 의견에 모두가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그래야 내일 일정에 큰 무리가 없을 듯해 아주 천천히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카일라스 정상을 바라보면서...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끝없이 넓은 초원에서 야크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