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친화 도시(Child Friendly Cities)’는 18세 미만 모든 아동 청소년이 살기 좋은 도시로,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의 기본 정신을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말한다.
아동 친화 도시의 핵심 원칙은 아동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시행할 때 아동 청소년의 의견을 듣고 고려하는 것이다. 아동 친화 도시를 조성하는 데 어떤 관점과 방향을 고민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어른들이 아동과 청소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성인이 아동과 청소년을 보는 관점에 따라 역량을 가진 주도적 참여자로 볼 것 인가, 아니면 그저 행사의 대상자로 볼 것인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동과 청소년은 성인의 종속물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율적 사고를 하고 스스로의 선택적 책임에 의해 삶을 형성한다. 성인은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아동 청소년에게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서 제시한 권리의 의무를 실행할 책임이 있다. 아동과 청소년, 성인이 서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가질 때 아동 친화 도시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동 청소년의 참여이다. 아동 청소년과 함께 참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처음부터 참여 수준을 쉽게 알 수는 없다. 사업마다 특징이 있고, 다양한 한계- 시간적 한계, 예산의 한계, 접근성의 문제, 전문성의 한계 등-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의 주도적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늘 고민되는 대목이다.
*진정한 참여란 아동 청소년이 주체자로서 정책 입안 과정에 관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정책 입안 후 기획과 실행까지도 그들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먼저 그들에게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참여 과정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알게 한다. 참여 과정을 통해 주체적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세 번째 관점은 설명의 의무이다. 아동 청소년을 만나는 모든 성인은 아동 청소년이 알기 쉽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특히 아동 청소년과 함께 활동하는 종사자는 더욱 그렇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4대 의무에 더해 한 가지 의무가 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동 청소년이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의무이다. 모든 아동 청소년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책을 전부 알리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아동 청소년이 궁금해 하는 정책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청소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아동 청소년에게 효과적으로 정책을 알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아동 친화 도시 조성 원칙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원칙은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그리고 학교가 함께 공동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달리‘거버넌스 구축’이다. 거버넌스 구축은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 예컨대 아동, 가족, 공동체, 민간단체, 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이어지는 협력을 통하여 정책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거버넌스 실행에 바탕이 되는 것은 참여와 협치이다.
참여는 정책이 논의되는 시점부터 참여를 핵심 가치로 여기는 것이다. 이때 아동 청소년은 단순히 정책의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동의 공공 책무성을 가진 주체로 본다. 더불어 아동 청소년은 민주의식의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협치는 이해 당사자와의 협력 관계를 중시한다. 아동 청소년과 함께 행정과 민간, 그리고 학교가 공동의 협력과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아동 청소년은 서비스의 대상자에서 주체자, 공동 정책의 생산자로 인식된다.
두 번째 원칙은 아동 청소년이 원하는 바대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때 “아동 청소년이 원하는 바대로” 의 의미는 그냥 원하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원칙인 ‘무차별’,‘ 이익 최우선’, ‘생존과 발달 보장’, ‘의견 존중’에 근거하여 니즈 (needs)를 파악 후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동 청소년의 행복과 미래사회 발전에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을 아동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때 아동 청소년의 욕구, 즉 원하는 바를 알기 위해 그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며, 모든 아동 청소년에게 참여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고,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아동 청소년에게 주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지역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을 이해하고, 접근성과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성이란 아동과 청소년의 이해 당사자인 부모, 교사, 공무원, 청소년지도사, 관련 종사자 등이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고, ‘아동 청소년 의 이익 최우선’ 의 원칙 아래서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과 지원 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아동 친화 도시 정책에 아동 청소년의 참여가 적절히 운영되는지를 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아동 친화 도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앞에서 서술했듯이 아동 친화 도시의 핵심 원칙은 참여이다. 참여는 멀리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해 있는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에 놀 공간이 없으면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기획하여 만들면 된다. 아동 친화 도시 완주군에서 올해 첫 번째로 마을 놀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마을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여 아이들의 놀 공간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권리가 무엇인지 배우고 토론한다.
두 번째 방향은 아동 청소년의 행복을 가꾸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소한이 아니라 평균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장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완주군은 돌봄, 역량, 건강, 안전, 보호, 기반의 6대 영역 18개 과제를 선정하여 아동의 출산부터 성장 과정, 교육과 안전까지 최소한을 넘어 적절한 삶의 질 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아동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권리와 행복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동 친화 도시를 조성하면서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한 사람의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것이다. 한 사람의 민주시민이 있다면 그가 속해 있는 마을과 직장, 그리고 공동체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리라 생각한다. 한 아이가 태어나 지역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아 일자리를 얻고, 마을 시민이 되어 그들의 아동과 청소년을 조력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동의 출산부터 그들이 시민이 되기까지, 아동 친화 도시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