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계를 지나
성령이 임하시면
소망 가운데서
영혼은
수월히
경계를 넘어가리
수월히
스윗하게
소박한 정원을 떠나
천상의 정원을 향하여
2. 코로나 19, 서울 풍경
코로나 심각 경보 속에서도
이집에서 저 집으로
물건 배송하는 사람
우편물 배달하는 사람
공장을 돌리는 사람
기차, 택시, 버스 운전하는 사람
만원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사람
마스크를 쓰고
조심조심하며
생계를 위한 활동들은
계속된다
3. 그리움
(드니스와 함께)
그리움 고였다 만나면
더 빛나는 기쁨이려니
마당에서 가을 하늘보다 더 맑고 고웁게
가을 바람하고 놀 친구 생각하니
멀어도 희망이 있다네.
먼 하늘 날아 친구에게 갈 날 기다리는
꿈이 절절하다네.
국수집도 가고 막걸리에 파전에 찐 계란도 시켜
마주 앉아 먹으리.
그네에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그간 쓴 시를
읽어주리
4. 온유하고 겸손하게
질경이 잎처럼 낮고 푸르게
봄까치 꽃처럼 작고 둥글게
삐비풀 뿌리처럼 질기게
민들레 홀씨처럼 두둥실 머얼리
으악새 군락처럼 햇살에 반짝이며
우리는 춤추며 살아가리
5. 붕따우에서 맞이하는 생일
시골 터 잡아
앞산 뒷산 누리고 살 적에
여기가 낙원인양 생각했는데
붕따우 가서
무이네 cliff resort 지내보고는
더 멋진 곳 있음을 알았다네
이제 아우는 벌써 9개월 살았네
코로나 19가 지나가야
한국에 올 수 있겠네
바다가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가로막네
몸은 오고 갈 수 없으나
말은 오고 갈 수 있으니
55세 맞이하는 생일
“Happy Birthday to You!"
6. 감사
(1)
연구 제안서 쓸 적에
옥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나타난 복합적 상상력>을 보내주셨어요
그 배려하는 마음 내게 닿아
선생님이
그날은
가브리엘 천사
(2)
과제의 제목을 정할 때
“비교연구”란 말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의견 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경청하고
피드백을 주셔서
(3)
온라인 강의로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는 중에도
제가 보내드린 제안서를 검토해 주시고
<시의성, 지향성, 주제의 구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조언주셔서
글을 조탁하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
7. 달이 차오른다
어두움이 내린다.
밤에 마당돌이하는데
언니가 차 한잔 하자며 부르신다
동화책 성 같은 집
정원에는 꽃 향기 그윽하다
투명 찻잔에는 샐비어 차 따뜻하고.
집 정원에는
자두, 감, 체리, 대추, 무화과 나무
소시 적 꿈이 과수원 주인이셨다고 하는데
그 꿈을 이루신 듯
흰 고양이 Snow White는
창고에서 몸을 풀고
기묘한 바위 연못가에
몸을 휘감고
같이 봄밤을 누린다.
밤은 깊어가고
보름달이 차오른다.
8. 마가렛 꽃
얘들이 효녀여
내 무릎까지 올라오도록
자라
메밀 꽃밭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네
추운 겨울 언덕에
하나 둘 옮겨 심을 적에는
풀막이로 심었었지
그런데 며칠 사이
쑤욱 자라
울타리가 되어주었네
정말로 효녀여
좋아 좋아
너무 좋아
9. 버베나
꽃말이 참 좋더라
“가족의 화목과 총명”
오월 아침
소원재 창문 앞뜰
에이프런을 펼치듯
땅 가까이 붉게 핀
버베나를 보고 있자니
문득
가족 구성원이 총명하면
가족이 화목하다는 생각이 났었어
귀가 밝게 (聰)
눈이 밝게 (明)
우리는
눈과 귀를 아껴야하겠지
나이가 들수록
10. 우단 동자꽃
(silene coronaria)
울타리 쪽 정원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머니의 유품인
왕소금 항아리만큼 자랐네요
공작새 날개를 펴듯이
줄기 끝에
홍자색 보석 같은 눈동자
빛나네요
오월의 하늘 아래에
11. 낮 달맞이 꽃
동편 바위경계면 아래
자갈 사이에서
어찌 그리 환한 미소짓는가!
가냘픈 허리
가녀린 몸에
겨울도 살아남는
다년생 화초
잡초처럼 끈질기고
민들레처럼 퍼지는 생명의 화신
5월이 되니
연분홍빛 네잎클로버 모양의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네!
창고 앞 작은 화단에서
애플민트와
용호상박
한치도 지지않고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네
5월 마당을 환히 밝히는
네가 사랑스러워!
12. 콩 모종
(1)
오월
언니가 콩 모종 여섯 개를 주면서
“크게 자란다”고 하셨지요
동화 “잭과 콩나무”를 쓴 사람은
콩모종을 길러본 사람이었을 거에요.
5월 열 시들 시들
아프며 지냈지만
콩모종, 호박모종, 야생화를 심을 적엔
가슴이 콩콩 뛰었답니다.
(2)
이렇게 5월이 다 가고
아름다운
오월이 다 가고 나도
콩은 잘 자라나
보랏빛 꽃 핀 자리
콩깍지를 주렁주렁 매달겠지요.
13. 다섯 색깔의 풍선처럼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
월례 스터디 발표를
줌으로 하였네
무안에서 주황 풍선
텍사스 주에서 노랑 풍선
여수에서 파랑 풍선
광주에서 초록 풍선
발표자는 담양에서 분홍 풍선으로
줌 하늘을 날아올랐지
우리는 Kaplan의 Restoration Theory의
바람을 탔었지
하나, 바깥세상일이랑 교실안에서는 잊어버리기(getting-away)
하나, 영감을 주는 교사, 반가움을 주는 동급생으로 인한 매혹(fascination)
하나, 시야를 넓혀주는 배움의 자료들(extent)
마지막 하나, 꿈이라는 돛단배를
배움이라는 바람이 밀어주며
둘이 함께하는 조화감(compatibility)
Kaplan의 이론을 교육 공간에 적용시키면서
우리들의 풍선은 바이러스의 위협을 극복하고
태평양이라는 제약을 뛰어넘고
사이버 공간을 거침없이 날아다녔지
배우고, 웃고, 나누면서... ...
14. 자소엽
작년 언니가 두 포기 심어주었지
뒤란과 언덕에
앵두가 발갛게 익을 무렵이었어
두 포기는 참깨만큼 키가 자라고
자주빛 꽃을 피우더니
꽃이 진 자리마다 까만 씨를 맺었지
올해는 이백포기로 부활했네
면역, 혈압강하, 이뇨, 발모 촉진
풍성한 약성이 들어있다고 하네
올해
두 포기만 씨종자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수확하여
차도 만들고
장아찌도 만들고
필요한 지인들과 나누어야지,
마음먹네
15. 해바라기
연두빛 중심에
황금띠를 두르고
해님처럼 밝게 웃는다
순하디 순한 양순한 아름다움
해바라기 속알의
눈동자는
선하신 목자의 모습을
호수의 수면처럼 반사한다
16. 호박
7월 어느 날
연잎만한 호박잎 아래
가마솥만한 녹빛 호박이 보였다.
“대물이네요.”
이웃도 깜짝 놀라신다
호박 농사 3년만에 처음 있는 일
정성, 지식, 하늘의 도움
삼박자가 맞았다.
우리도 열매 자라는 이치를
늘 마음에 새기며
삶 속에서 맺어보자
우리들의 대물호박
17. 8월, 열대의 노래
I
오이덩쿨 맺힌 노랑꽃
별빛에 홀려
노랑나비 찾아드네
ii
백일홍의 엷은 미소
57일의 장마비에
허약해진 몸으로도
웃음을 잃지않네
iii
바나나 세 그루
폭우에도 폭염에도
지침이 없다네
세 그루가 어울려서
학춤을 추네
iv
천사의 트럼펫
손가락 한 마디만한 키가 자라
우람한 작은 나무가 되더니
8월 아침마다
다섯 트럼펫이
땅을 향해 나팔을 분다네
“뚜우 뚜 ~~~
뚜우 뚜 ~~~
일어나 비추세요.”
18. 8월 조각보 (詩)
“흐린 날,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햇빛 쨍쨍한 날
여러 날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데, 조각보처럼
한 데 모여 삶의 아름다움을 이룬다.”
김안옥, “조각보 설교” 중에서
오이 꽃 별빛 따라 온 노랑 나비 | 연두 빛 해바라기 눈동자 위 송충이 | 하얀 작은 종모양 참깨꽃 | 탁류로 흐르는 시내 |
뇌우와 강풍이 몰아쳤던 무서웠던 밤 | 산사태로 드러난 계곡 황토 | 긴 장마에 꼭지가 떨어진 호박 한 통 | 고양이 7가족 식사 후 variety show |
대나무 소쿠리 위 태양초 | 버터로 만든 가지 스테이크 | 바나나 세 그루 학 날개 춤 | 종아리에 총총 박힌 모기 물린 자국 |
보양식 민어 택배 | 천사의 나팔 | (모기 퇴치 식물 도착) 페퍼민트 뱅쿠버 제라늄 바질 | 열 알레르기 낮 풀뽑기 후 혼절 낮잠. |
19. 봉숭아
마을 곳곳 핀 봉숭아 무리여!
그대들의 모습이 화사하네요.
음력 칠월 보름달 차오를 즈음
연분홍, 진분홍 봉황같은 자태로
사방 팔방 밝혀주고
잎, 꽃, 줄기 할 것 없이 독특한 향으로
마을 경계를 수호하니
그대 별칭은 정녕 금사화(禁蛇花)!
그 고운 모습과 효용에
길고 힘들던 코로나 19와 장마,
폭염과 태풍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고 쉼을 얻네요.
20. 홍익 인간
“너희 소유를 팔아 구제하여 낡아지지 아니하는 주머니를 만들라.”
누가 복음 12장 33절
하늘에 둔 보물의
가치를 아는 모니카님은
벌어서 베푼다.
베풂으로써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
21. 호랑이 덩쿨 강낭콩 이야기
-
이른 봄 호랑이 덩쿨 강남콩
모종 여섯 개를
이웃집 언니가 주었죠
감자꽃 피어 하지감자 캐고
참깨꽃 피어 참깨 털 동안에도
호랑이 넝쿨 강낭콩은 키만 죽죽 자랐어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9월 들어 태풍이 온다하여 빽빽한 콩 잎을
가위로 솎아주었죠
섬마을 돌담 사이
바람 지나가듯
태풍이 콩나무 사이로 통과하라고요.
그 때, 아!
예쁜 작은 보랏빛 콩꽃을 보았어요
가슴이 기뻐 뛰었답니다.
드디어 꽃이 피는구나하고요.
마지막 노각오이를 따고
오이 덩굴은 시들어 갈 무렵
시월에 접어드니
녹빛 콩깍지를 매달기 시작하네요.
KONA는
십년 세월이 다음
바야흐로 꽃이 피고 있네요.
머잖아 많은 열매 맺겠지요.
수강생들은
영어 동화를 많이 듣고 읽어서
감수성, 창의력, 공감력이 풍부하게 되겠지요
또한 많은 발표를 통해
표현력과 리더쉽도 길러지겠네요.
KONA는
르네상스를 앞두고 있네요.
늦게 꽃피어
많은 열매 맺는
호랑이 넝쿨 강낭콩처럼!
22. 괭이 공의(公義)를 위한 노래
공의~
공의~
공의~
이 세상 어딘가
그 누구
공의를 보살펴줄 사람 없나요?
겨울날
얼음 꽁꽁 어는 긴긴
겨울 세 달
목마름과 추위에 지쳐
죽기 전에
물과 사료와 거처를 줄
사람 없나요?
따뜻한 봄이 돌아오기 전
세 달간
22. 혁명
고양이를 위해 기도하다니
기도생활 40년 여만에
처음 있는 일
“주님!
프란치스코, 호도, 공의
알비노, 백설기,
그리고 그들의 애미, 애비를
마을 사람들이
귀여워하게 하소서!”
내가 길냥이를 위해서
기도를 다 하게 되다니
이는 “홍익 인간”에서
“홍익 중생”으로의
의식 혁명!
23. 당귀
9월 태풍 마이삭이
밤 사이 북상한 다음 날
천가 모종 가게에서 당귀를 샀지요
텃밭 흙을 고른 다음
당귀를 심고 꾹꾹 눌러주었죠
내심 원했던 모종을 구해
심으니
콧노래가 절로 났었죠
당귀는 청정한 가을 볕 받고
이슬 한 모금 먹으며
자랐어요.
그 사이 상강도 지나갔네요
고운 손으로 채취하여
한방차 만들어보세요
창세전부터 주님은 아셨을까요?
그대의 손이 약손이라는 것을... ...
꽃차를 아홉 번 볶고
한 번 잠재우는 그 기나긴 작업을
행복하게 수행하는 캘리그라피 예술가!
생일을 축하합니다!
주 안에서
만사 형통하소서!
24. 별
탄생의 별을 따라
아득한 옛적 동방박사는
낙타를 타고 서쪽을 향했다.
목련향이 은은히 하늘에 퍼질 즈음
나는 별의 차를 타고
빛고을에서 서쪽을 향했다
왕의 탄생을 알리는 별은
예루살렘을 지나쳐
베들레헴의 작은 여관 위에서 멈추었다.
함평군 해보면
하상 성당 앞 풀밭 앞에서
별의 차는 멈추었다
아기 예수는
말구유 위에 뉘여 있었고
마리아와 요셉이 그 옆을 지켰다.
30대의 예수는
성당 벽면의 수난의 14처를 지나
제대 위에서 양팔 벌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박사들은 황금, 유향, 몰약을 바치며
기쁨으로
구주를 경배했다.
스텐레스를 투과한 햇살이
십자가 위에 머물 때
나는 두 손 모으며 거룩한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25. 꿈꾸는 게스트 하우스
“나그네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히브리서 13장 2절)
은하계 지구 행성의 한 나그네가
게스트 하우스에 당도할 즈음
감나무 아래 호랑가시나무 가장 먼저 반겨주네요
진초록 잎의 평화와 붉은 열매의 사랑을 담고서.
발 아래 자갈 자갈 웃음소리 들으며
현관벨을 누르면
호스트가 접시꽃처럼 활짝 웃으며 반겨주네요
허브 향 퍼지는 실내의 창문 밖에는
먼 야산의 푸른 능선이 보이고
정원의 주목은 성탄 장식 옷을 걸치고 있네요
다락에 누워 둥근 천정 바라보며
세상 시름 잊다가
어둠이 나려 마당에 서면
별들이 영롱히 빛나지요
아침 식탁에는 야채샐러드, 버터 모닝 빵,
우유와 구수한 커피 ~~~
“환대”란 인간성이 도달해야할
최후의 목적지가 아닐까요?
나그네가 일상에 복귀하기 전
자연 속에서 심신이 재충전되도록
잠시 생활 공간을 나누어 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