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이야기] 꽃향유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산야초 산행!
길 없는 길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어떤 꽃과 식물을 만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주는 소소한 공포(?)도 빼놓을 수 없지요. 5월에 함박눈을 만나거나
11월에 진달래가 만발하는 해괴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요즘은 이런 상황을 더 자주
빈번하게 마주칩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지구별의 이상 현상이지요. 봄꽃이 봄가을
구분 없이 아무 때나 피면 어떻게 될까요. 생태계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며 뭇 생명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특정 동식물이 멸종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겠지요.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홍수와 가뭄, 산불이 끊이지 않고 식물의 개화
시기마저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습니다. 지난 가을에도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가을 진달래’를
보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때 ‘꽃향유(사진)’는 특별한 위안을 줍니다.
9월에 피기 시작해 서리가 내릴 때까지 벌 나비를 유혹합니다. 단풍이 드는데도 저 홀로 담담
하게 꽃을 피우는 여유와 끈기! 참 대단한 식물입니다. 꽃향유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저 꽃이
미쳤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이상기후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 꽃을 피웠으니….
꽃향유는 몇 안 되는 토종 허브 식물입니다.
배초향 산초 등과 더불어 음식과 치료제로 요긴하게 쓰이지요. 늦가을 밀원식물로 벌들의 안식
처가 되며 항염증 항산화 활성 등 치유와 기능성 식품 개발이 기대됩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꽃향유를 차와 식품,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한방에서는 감기와 두통 구토 복통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꽃은 그늘에 말려 방향제로 쓰거나
차로 달여 마시면 좋습니다. 향이 좋아 음식을 감칠맛 나게 하는 향신료로 제격이지요.
들판을 걷고 산에 오를 때마다 ‘제철’의 의미를 곱씹습니다. 시기에 맞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일.
낙엽 질 때 꽃을 피우거나 시도 때도 없이 싹을 내미는 식물을 보면 겁부터 납니다. “뭐가 문제지?”
하는 의구심과 함께 피자마자 시드는 꽃이 안쓰럽게 느껴지지요. 꽃향유가 낯선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나 안심하시길. 가을의 마지막, 만추의 길목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향유는 돌연변이가
아닙니다. 제철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자기만의 세상을 연출합니다.
▲ 강병로 전략국장 ⓒ 강원도민일보 & 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