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96 (千字文) – 枇杷晩翠 梧桐早凋
비파만취 오동조조 枇杷晩翠 梧桐早凋
<枇 비파나무 비 / 杷 비파나무 파 / 晩 늦을 만 / 翠 푸를(물총새) 취
梧 오동나무 오 / 桐 오동나무 동 / 早 이를 조 / 凋 시들 조>
비파나무(枇杷)는 겨울까지 늦도록(晩) 푸르고(翠)
오동나무(梧桐)는 가을이 되면 일찍(早) 시든다(凋).
▶ 한자공부
枇 : 나무 목木과 견줄 비比가 결합. 비파열매가 악기 비파琵琶(목이 긴 항아리 모양)와 비슷하게 생겨서 '비파나무'. 비파나무의 목재는 치밀하고 끈기가 있어 목도, 빗, 도장 등의 재료로 쓰여 '참빗'으로도 쓰인다.
杷 : 나무 목木과 꼬리 파巴. 악기 비파(琵琶)를 비파(枇杷)라 부르기도 한다.
晩 : 해 일日과 면할 면免(면→만). 해가 없어지는 때라는 데서 '늦다'.
翠 : 깃 우羽와 마칠 졸卒(졸→취). 깃이 푸른 물총새 모습에서 '푸르다'.
梧 : 나무 목木과 나 오吾(식구 속에서의 중심). 생장이 빨라서 '오동나무.기둥.버팀목.
桐 : 나무 목木과 한가지 동同(한결같다). 나뭇결이 바른 데서 '오동나무'.
早 : 날 일日과 열 십十(나무 목木의 생략형). 아침에 나무 위에 해가 떠 있는 모습에서 '이르다'.
凋 : 얼음 빙冫과 두루 주周(주→조). 날씨가 추워지면서 풀이 '시들다'.
▶ 해설
흔히 지조(志操)나 절개(節介)를 말할 때, 겨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송죽(松竹) 또는 송백(松柏)과 같다 하고. 비파도 사철 변하지 않는 기상이 있어 '늙어서도 지조를 바꾸지 않음'을 일러 비파(枇杷) 만취(晩翠)라 하기도 한다.
옛 우리선조는 딸을 낮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 갈 때쯤 가구를 맞춰 주었다 한다. 오동나무는 15~20년이면 키가 10미터를 간단히 넘기고 둘레는 한두 아름에 이른다. 이는 커다란 잎에 그 비결이 있다. 생장이 왕성한 어릴 때는 잎 지름이 거의 1미터 달하니, 광합성을 많이 하여 단기간에 급속히 자라는 나무가 된 것이다. 빨리 자라다 보니 목질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생기겠지만, 효과적인 세포배열을 하여 비중에 비해서 단단한 편이고 재질이 좋아, 나무는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무늬는 아름답고 잘 뒤틀어지지 않는다. 습기에도 강하며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까지 있다. 그래서 전통 옷장 재료로 흔히 쓰인다.
또한 소리의 전달 성능이 다른 나무보다 좋아서 악기 재료로 쓰인다. 가야금과 거문고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전통악기에도 오동나무는 빠지지 않는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 노래가사 처럼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세상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고 했다.
주자의 권학문에도“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미각지당 춘초몽 계전오엽 이추성. 연못가에 봄풀이 채 꿈도 깨기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잎이 가을을 알린다.)”했다.
또한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깃든다하여 우리 화투놀이에 오광중 하나인 “똥광”에는 봉황머리와 오동의 ‘동’을 쎄게 발음하여 “똥”이 된 오동나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