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각 스님 허위학력 호법부가 규명해라” 촉구
본각 스님 입장문 “사실무근…떳떳하다” 반박
회장 선거 1주일 앞두고 호법부 개입 요구
"비구니회 자율성 훼손…혼탁 치닫나” 우려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나선 육문 스님 측이 상대 후보인 본각 스님의 자격 문제 등에 관해 호법부에 진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본각 스님은 이와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실무근임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의 화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국비구니회 집행부가 후보 자격심사를 이미 끝낸 상태에서 또 다시 자격시비가 불거지면서 전국비구니회의 자율성과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보 회장 육문 스님을 지지하는 비구니 모임(이하 육문스님지지모임)’은 9월1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각 스님의 후보 자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종회의원이자 육문스님선출위원회 위원장 상덕 스님을 비롯해 종회의원 정운(4교구 소속), 운산, 대현 스님이 함께 했다.
육문스님지지모임은 “후보자를 검증하는 가운데 후보자 본각 스님에 대한 중대한 하자를 발견, 후보자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하였다”며 “후보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는 본각 스님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지 못한 상태에서 인화여고에 들어간 점을 지적한 뒤 “고등학교 입학을 허위서류에 의해 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며 “이러한 행위는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고등학교 학력이 취소될 뿐만 아니라 그 후의 모든 학력이 취소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난해 ‘조계종을 걱정하는 비구니 일동’으로 발표된 성명과 관련해 “종단 음해세력과 함께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 하고 종단의 질서를 위태롭게 한 반불교적 해종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서에서는 “조계종 호법부에 대하여 본각 스님의 종헌종법 위반행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종법에 의거하여 공명히 처리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정운 스님은 “전국비구니회는 임의 단체고 집행부 안에서는 후보자를 정확히 선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단이나 호법부에 질의한 상태”라며 “이와 관련해 집행부에 문의했고 여러 채널을 통해 본각 스님에게도 소명을 요청했지만 본각 스님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운산 스님도 “호법부에 진정을 제출한 것은 육문 스님에 관한 비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육문 스님 상좌들”이라고 거듭 밝히며 “오늘 성명서를 내는 이유는 이 문제를 호법부에서 빨리 규명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혀 호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듭 요구했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본각 스님이 제기한 선관위 회의 요청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육문스님지지모임 스님들은 “선관위 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는 집행부 쪽에 여러 번 선관위 회의를 제의했다”며 “회칙에 정확한 규정이 없어 집행부는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양측 후보 추천으로 선관위가 구성된 이상 선관위원들이 자체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집행부에서 하는 것” “우리 권한 밖”이라며 집행부가 결정할 사안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전국비구니회 수석부회장 일연 스님은 “회칙 등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자격 여부에 관해 집행부는 일단 지켜 볼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육문 스님 측이 선관위 회의 개최를 집행부에 여러 차례 제의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육문 스님 측에서 선관위 개최를 요구한 바는 없다”며 “전례에 따라 선거 당일 선관위 개최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육문스님지지모임의 이날 주장과는 다름을 확인했다.
육문스님지지모임의 성명서 발표 당일 본각 스님도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육문스님지지모임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본각 스님은 입장문을 통해 “3살에 출가해 17살에 은사 스님의 도움으로 인천에 있는 인화여고에 입학하게 됐다”며 “(당시) 인화여고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수학할 수 있는 학업능력이 입증된다면 입학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각에서 주장하는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사문서위조 같은 일은 결코 없었으며 지금도 그 입학과정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다. (2016년)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떳떳하게 밝힌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종행위를 했다는 육문스님지지모임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국비구니회가 사회문제나 종단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며 “설조 스님 단식으로 생명이 위태하다는 보도를 접하였고 또 젊은 비구니스님들이 찾아와 종단의 앞날을 걱정하며 서명을 요청해 선뜻 허락해 준 것이다. 이미 종단에서도 당시 전국비구니회 부회장인 저의 서명에 대해 해종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바 있다”고 지적했다.
입장문에서 본각 스님은 “저의 부덕으로 인해 (육문스님을지지모임) 스님들께서 그런(기자간담회) 자리를 만드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이런 모습들이 12대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를 혼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는 물론 청정수행 가풍과 유구한 법맥을 이어온 비구니승가의 발전을 위한 것임을 마음 깊이 새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어 “비구니승가는 더 이상 반목과 갈등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며 “전국비구니회 회장의 소임을 맡게 된다면 선거 과정에서의 발생한 모든 일들을 모두 비구니승가가 도약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며 갈등과 반목이 아닌 오로지 소통과 화합의 가치만을 생각하며 전국비구니회장직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본각 스님은 “일부에서는 이번에 육문 스님 재임을 합의추대로 진행하면 다음 회장직을 본각 스님에게 약속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밝힌 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회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일부의 의견으로 추대를 진행하거나 회장직을 임의로 약속하는 것은 6000여 비구니스님들을 대표하는 전국비구니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실제 육문스님지지모임에서는 합의로 재추대를 하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통로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각 스님은 “전국비구니회는 종단을 외호하고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가면서 위상을 지켜야 한다”며 “회장의 소임이 맡겨진다면 전국비구니회가 독립성을 스스로 내던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칙 등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보자 자격심사를 둘러싸고 호법부에 진정을 넣는 일이 벌어지면서 전국비구니회의 위상과 비구니승가의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구니종회의원 A스님은 “전국비구니회가 임의단체인 만큼 전국비구니회의 자율성을 지키며 화합하는 모습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원 모두의 의견을 모아 존경하는 스님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비구니승가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스님은 특히 “비구니종회의원은 누가 회장인가와는 상관없이 6000여 비구니스님을 대표하는 자리”라며 “비구니종회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대변하는 모습은 비구니종회의원 전체의 품격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비구니종회의원의 중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비구니종회의원 B스님도 “전국비구니회장의 자격 문제를 내부적으로 조율·해결하지 못하면 전국비구니회의 위상 저하뿐 아니라 이후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전국비구니회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삼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전국비구니회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0,11대 선거를 자율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번 선거는 혼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